70년된 부대신문서 '공감 기사'를 고르다
부대신문 창간 70주년 기획 -1960~2020년대 기사 중 -현직 기자들이 꼽은 TOP 8
부대신문이 오는 11월 25일 올해 창간 70돌을 맞습니다. 2022년 3월 2일 △부대신문 △효원헤럴드 △부대방송국이 통합 미디어로 출범한 <채널PNU>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이어받아 우리 대학의 오랜 역사를 담은 그동안의 부대신문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대학생의 모습이나, 지금의 부대신문을 만드는 기자들이 독자와 함께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기사를 소개합니다.
■ 학생들이 좋아하는, 싫어하는 인격적 특성(<부대신문> 1961년 5월 15일 보도)
황주원 기자: 60년대 사람들이 생각했던 남녀가 서로에게 끌리는 특성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며 사람들은 다 똑같구나 하고 생각했다. 특히 남자가 생각하는 좋아하는 여성의 특성 첫 번째가 ‘아름다움’인 걸 보니 설문조사가 믿을만 하다고 느껴졌다. 여성은 남성에게 이해심, 결단력, 열정을 꼽은게 눈에 띄는데 역시 본인을 잘 이해해주고 자신을 리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점들을 채워 나가면 충분히 연애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싫어하는 특성들을 지양하는 건 당연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남성이 싫어하는 특성 1위도, 여성이 싫어하는 특성 1위도 모두 ‘속물 근성’이었다.
■ [메아리] 강의실 청소는 춤바람을 타고(<부대신문> 1972년 5월 15일 보도)
윤지원 기자: "캠퍼스를 미화하려면 포크댄스 경연대회가 쉬지 않고 개최되어야 한다"는 생뚱맞음이 흥미를 끌었다. 기사는 먼지 쌓인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포크댄스를 추기 위해서만 강의실을 치운다는 아이러니함을 지적한다. 지금도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 학업보다 중요한 잿밥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절 학생들도 요즘처럼 강의 시간에 마음은 저 멀리 가 있던 것 같아 연결감이 느껴지기도.
■ ‘나눔의 장’ 되는 모듬일기(<부대신문> 1981년 8월 1일 보도)
최윤희 기자: 동아리에서 모듬 일기를 통해 선후배나 동기간 감정과 고민, 걱정을 나누는 장이 있다는 것이 인상 깊어 기사를 선정했다. 오늘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약점이 되고, 누군가의 진심은 종종 오글거린다는 말에 덮이곤 한다. 이 때문에 우리 대학의 선배가 적은 “우리 모두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물어보고 서로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이라는 진솔한 문구가 더 마음에 남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공유하는 고민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고민을 공동체에서 해결하려 할 때 자신의 편견을 버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정수정 기자의 얘기처럼 어떤 고민은 나누는 것만으로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 [성격궁합] 우리는 왜 반했나 그런데 왜 싸우나(<부대신문> 1993년 11월 25일 보도)
정수빈 기자: 2019년 즈음부터 MBTI라는 성격유형테스트가 유행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 대학 선배들은 1993년부터 MBTI를 이용해 각자의 성격을 알아보고 지인과의 관계성을 구성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시대를 막론하고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는 것이나 주변의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주제라고 생각된다. 평소 인간관계와 인격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타인을 ‘느끼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니 머리로 ‘이해’하고 싶어하는 건 마찬가지다.
■ 내가 새벽벌을 점령한다(<부대신문> 1997년 3월 3일 보도)
류해주 기자: 새내기의 입학 첫 달 계획을 담은 기사라 눈길이 갔다. 나 또한 신입생이라 올해 초 여러 계획을 세워놓고 OT와 MT 등을 왔다갔다하며 바쁜 한 달을 보냈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한 학기 동안의 대학 생활은 입학 전 상상했던 로망과 비슷한 부분도 있었지만, 처음이기에 서툰 부분도 많았다. 이전까지는 대학이라는 목적지를 두고 일방 통행로를 걸어왔지만 입학 후 광야에 떨어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은 많은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27년 전 새내기의 마음이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과 같아 기사에 더 공감했던 것 같다.
■ 대학로, “걷기 싫어요”(<부대신문> 2003년 4월 7일 보도)
유승현 기자: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대학로는 계속해서 커졌지만, 그 크기만큼의 다양성은 품지 못했다. 다양한 취향을 담아내던 카페-아지트는 프랜차이즈에 밀려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연을 하던 거리는 차와 소음에 쫓겨났다. 그렇게 20년 만에 부산대학로는 부산 지역 공실률 1위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부산대학로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로 학생 36%가 ‘정문 앞 유흥가’를 뽑은 것은 어쩌면 오랜 기간 이어질 부산대학로 침체기의 전조였을까. 다양성 부족이라는 도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았다면 그 시절의 낭만과 다양성이 대학로를 떠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이 기사를 선정했다.
■ 당신도 만들 수 있는 ‘작은 정원’ 이곳에 초대합니다(<부대신문> 2014년 12월 8일 보도)
김소영 기자: 과제, 시험, 대외활동 등 대학 생활은 매일이 해야 할 일들로 바쁘다. 10년 전이라 해서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았을 텐데 학내 구성원을 위해 환경을 개선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모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길만 열심히 걸어가는 요즘, 언 땅을 파서 자갈을 깔고 만든 벤치엔 단순한 쉼터 그 이상의 따뜻함이 있다. 대학은 분명 배움의 공간이지만, 그것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기도 하다. 자신의 시간을 내서 학교 일에 나섰던 선배의 말처럼 “학생 모두가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 하루 만 원으로 살아남기(<부대신문> 2020년 5월 11일 보도)
전하은 기자: 가끔 외식을 하려치면 화들짝 놀라곤 한다. 김밥은 한 줄에 4,000원을 넘어가고, 치킨 한 마리는 23,000원이다. 20년도 유명 뷔페의 저녁 가격보다 이젠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이 더 비싸다. 통장은 비어가는데 하루에 만 원으로 살아남으려면 하루에 김밥 2.5줄, 치킨 0.4마리로 버텨야 한다. 이러다 어느날에는 기사 제목이 이만 원으로 살아남기로 바뀌어야 할 만하다고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