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학장 10인이 꼽은 '겨울방학에 읽기 좋은 책'
채널PNU 2024 종간 특집 -다가오는 겨울 방학에 -학장 추천 도서 10권을 -추천사와 함께 읽어보자
다가오는 겨울방학을 맞이해 <채널PNU>가 우리 대학 각 단과대학별 학장에게 학생들이 읽기 좋은 책을 추천받았다. 일부 단과대학을 제외한 △간호대학 △경영대학 등 총 10개의 단과대학 학장이 참여했다.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은 우리 대학 학생이라면 아래의 책을 읽어보자. 단과대학명을 가나다순으로 학장별 추천책과 추천사를 정리했다.
① 간호대학 정인숙 학장
‘당신이 옳다’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다양한 삶, 트라우마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한 경험을 통해 사람 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 기술로 공감을 제시하고, 특히 누군가에게 공감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도 공감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상호적이고 동시적인 공감이 가능할 때 공감이 지속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수준에서 공감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당신이 옳다’는 대학생 여러분이 일상에서 가족, 친구 또는 누군가와의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되돌아보며 누군가로부터 공감 받고, 또 누군가에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라 생각해 추천한다.
② 경영대학 신종국 학장
가톨릭 성인들의 순교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된다. 김대건, 이승훈, 유항검, 유중겸, 이순이 등으로부터 영원한 자유와 개체로의 독립을 조금 배우게 된다. 모든 인간은 고독하다. 이승에서 저승까지 거리를 가늠하다가 한세상 다 가는 것이지만 인간의 고뇌, 세상살이의 이치, 사람 마음의 진실성 등을 깨우치게 하는 책이다. ‘김대건(본명: 김재복)은 당시 대역부도의 죄인이라는 이유로 포도청에서 어영청으로 이송돼 군사재판을 받고 새남터 형장으로 끌려간다. 그는 사형수가 된 몸으로 극형을 마주할 순간까지 세상을 배려한다. 목을 내놓고선 자신의 목을 이쪽으로 혹은 저쪽으로 더 비틀어 누이면 망나니 칼질이 더 용이할 것인가 묻는다. 여덟 번째 칼을 맞고서야 온전히 고통과 고독을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요약을 쓰게 하는 책이다.
③ 경제통상대학 배용균 학장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사 주신 문학전집, 주변의 추천, 학교나 마을 도서관의 색 바랜 오래된 책 중 이 책을 한 번쯤 접해 봤을 것이다. 이 대문호의 작품을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엔 이해하기 쉬운 동화 같은 글일 뿐, 별것 아니라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이는 그저 유명해서 읽으려 한 우리의 낮은 의식과 비자발적 지적 호기심의 발로일 뿐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그 당시론 이해 불가라는 것을 깨닫기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이해 불가를 깨닫는 것 자체도 오래 걸렸거나 노인이 돼서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한다.
노인이 돼도 지혜가 없거나 욕심 가득 살아가는 사람을 보며 측은하기까지 한다면 비로소 톨스토이 작품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치열하게 삶을 경험, 고뇌하고 고통을 체험한다. 또, 그의 사상, 종교, 인간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이 묘사돼 있는지, 다시금 우리를 놀라게 한다. 동시에 삶의 철학적, 본원적, 가치론적 질문에 대한 심연 속의 깊은 이해가 새로이 발견돼 읽을 때마다 완전한 새로운 문학작품이 됨을 깨닫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바쁜 일상과 치열한 경쟁 속에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스스로를 되돌아볼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④ 공과대학 정주철 학장
복지적 측면에서 도시재생 및 도시재개발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이 던지는 의미가 깊다. 가난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그들의 빈곤이 그들이 단순히 게을러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매우 공감한다. 책의 중심 내용은 빈곤을 바라보는 유럽과 미국의 철학적, 정치적 시각의 차이점 및 원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는데, 이 점이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이유다.
빈곤에 대한 복지적 대책에 대해 왜 누군가는 반대하고 왜 누군가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하버드대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져 교수의 시각은 매우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도시재생 및 재개발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최근 없어지다시피 하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⑤ 사범대학 김홍수 학장
학문은 즐거운가? 대학 진학 이루 줄곧 의문이었다. 이 책은 이런 나의 질문에 통쾌하게 답을 준 책이고 담백해서 추천한다. 저자 헤이스케 교수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이다. 2022년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스승으로 더 알려졌다.저자는 배움은 한 인간이 가진 가능성을 솎아내어 주는 자기 발견이기 때문에 기쁨이고 즐거움이라고 주장한다. 배움을 통해 자기 발견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배움을 바탕으로 주눅 들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또 창조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특히 이 책에 주목하는 이유는 삶과 앎이 둘이 아니라 삶 속에 앎이 있고, 앎 속에 삶이 있다는 점이다. 저자 자신 삶의 여정을 담담하게 드러내어 대화하는 아주 평이한 글이다. “배우는 일 그것은 즐겁다. 생각하는 일은 더 즐겁다.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⑥ 생명자원과학대학 박현철 학장
대한민국 각계를 아우르는 명사 122인이 들려주는 이 책은 우리에게 농업과 농촌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미래 창조적 경쟁력의 가치로서의 농업, 녹색 삶의 가치로서의 농업, 조화로운 삶의 가치로서의 농업을 이야기하면서, 농업의 다양한 측면을 조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 농업이 가진 변화의 가능성과 문화적 가치, 그리고 성공을 향한 길을 모색하도록 하므로 추천한다.
⑦ 약학대학 제남경 학장
마음이 복잡할 때 법륜 스님의 『기도: 내려놓기』를 펼쳐보곤 한다. 흔히 기도를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신에게 비는 행위로 이해한다. 법륜 스님은 기도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바라는 마음은 우리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씨앗이 된다. 따라서 ‘내가 옳다’는 집착을 내려놓고, 어리석은 생각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이 책에서 법륜스님은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단 몇 분 동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자신이 품고 있는 바람과 집착을 알아차리는 것이 하나의 수행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거나,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자신과 주변을 다시 돌아보고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큰 위로를 받았듯, 이 책이 여러분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⑧ 의과대학 장철훈 학장
여러분은 무엇에 관심이 있나? 만약 여러분이 지구의 환경, 기후변화, 인류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모기>를 추천한다. 모기는 인류 역사상 존재해 온 사람의 절반인 6백억 명을 죽인 곤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모기 매개 감염병이 말라리아밖에 없지만,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모기가 우리나라에 뎅기열, 웨스트나일열, 지카 등과 같은 감염병을 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모기>는 여러분들에게 그런 지식을 줄 것이다.
<모기>를 통해서 여러분은 모기가 역사 속에서 미국의 남북전쟁을 포함한 수많은 전쟁의 판도를 바꾸었던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기>를 읽으면서 독자 여러분은 인류의 건강에 지구 생태계의 온전한 보존이 필수적이라는 통찰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⑨ 자연과학대학 정재훈 학장
우리 인간은 완전치 못한 존재로 불확실한 삶을 살기에 ‘불안’을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대부분은 누구나 그러하다는 동질감이나 일반적인 사람과 같은 방식의 삶을 살아간다는 안정감으로 불안을 최소화하거나 누군가가 전하는 위로와 위안에서 그 불안을 잊으려고만 한다. 이것은 불안이 절망, 불행을 가져다준다는 부정적 속성만을 바라본 편견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의 불안 속에 고민하는 20대인 우리 학생들이 불안은 더 이상 극복해야 할 감정이 아님을 깨달으며,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삶의 불안을 이해하고 오히려 불안이 주는 힘으로 삶의 방향성을 다시 찾게 되길 바란다.
한 치 앞도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 모름 안에서는 어떠한 가능성도 열려 있어 설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불확실성이 건네는 불안과 걱정이 힘을 다해 이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우리 존재감을 인식케 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⑩ 정보의생명공학대학 백윤주 학장
이 책은 단순한 컴퓨터 역사서가 아니라, 천재 IT 개발자들의 영감 넘치는 이야기이다. 책 속의 ‘해커’들은 흔히 알려진 시스템 파괴자가 아닌, 컴퓨터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찬 선구자들이며, 컴퓨터가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줄 것이라는 ‘해커 윤리’의 신봉자들이다.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는 오늘날 리눅스(Linux)와 깃허브(GitHub)로 이어지는 ‘공유’의 정신으로 발전했다.
두툼한 분량의 책이지만, 한 가지에 대한 몰입과 열정이 얼마나 위대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때로는 학업을 미룰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했던 그들의 모습은 진정한 개발자의 자세를 배우게 한다. 이 책이 전하는 강렬한 울림을 가슴 깊이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