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의 총학생회장인가

2024-12-06     채널PNU

2024년의 끝자락에서 우리 대학 학생사회는 깊은 좌절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 파면됐던 총학생회장이 법원의 효력정치 가처분 결정을 통해 복귀했지만, 이를 환영하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신뢰와 지지, 정당성을 잃고 이름만 남은 ‘총학생회장’은 초유의 ‘비상계엄령’ 사태에도 우리 대학 학생을 대표하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은 채 학생회 대표들과 기싸움만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그에게 징계로 처분된 ‘회원으로서의 제명’이 과도하며, 해당 회칙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난 11월 27일 판단했다. 법적으로 타당한 결론일 수 있다. 본 사설은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기성사회보다 취약하고 부족한 학생 자치의 시스템은 ‘최소한의 도덕’인 법보다 다양한 잣대 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이에 법의 테두리에서 법원이 미처 다루지 못한 학생 대표로서 총학생회장의 ‘책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는 올 한해 여러 논란 속에서 학생 사회의 불신과 분열을 키워왔다. 지난 3월, 특정 정치인의 출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대의원총회 개회 요구를 회피하며 책임을 방기했다. 회칙에 명시된 개회 요구 인원의 정당성보다 총학생회장이란 지위와 ‘일사부재리’란 형사법 논리를 앞세워 학생사회의 요청을 묵살했다.

총학생회와 관련한 직무, 태도, 책임감, 리더십에 대한 불신은 학생 사회에 만연했다. 기성언론처럼 지지율 조사를 했다면 명확하게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그 징조는 지난 9월 대의원 총회가 총 159명의 대의원 중 62명조차 모이지 않아 무산되며 현실이 됐다. 3월의 무책임이 9월의 무관심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11월 발생한 클럽 관련 논란은 그간 그에게 켜켜이 쌓인 학생사회의 불신과 은연중에 축적된 피로감이 터진 계기였다. 본사를 향한 언론 외압 논란과 학내 구성원 고소 논란도 타오른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대의원 157명 중 90명이 이틀이 걸리지 않는 시간에 총학생회장 해임안 상정에 동의하고, 학생회 대표들이 모여 최고 수준의 징계를 결정한 것은 단순히 그의 한 순간의 잘못된 실수와 잘못을 묻기 위함이 아니었다. 더 이상 우리 학생회 대표로서 지금의 총학생회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자, 어떻게 작금의 학생사회를 바로잡아야 할지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의 결과였다.

우리 학생사회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학생들의 몫이어야 한다. 민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사적 자치의 원칙은 강행규범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한 개인이 자유로운 의사와 책임에 따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이는 단체 운영에 있어서도 해당된다. 어떠한 단체를 세우고,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하는 것은 책임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룬 구성원의 소통과 합의여야 한다.

그러한 소통과 합의에 있어 신뢰를 잃고 ‘2만 효원인’이 요구하는 총학생회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그는 무엇을 위해 학생자치를 마비시키고 있는가. 이에 2024학년도 마지막 신문에 부산대언론사 기자들은 현재 총학생회장 직함은 허울뿐임을, 취재 중 만난 어느 학생의 말처럼 “그는 사실상 총학생회장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기록하고자 한다.

지난 11월 16일은 우리 대학 총학생회칙이 제정된 지 39년째 되는 날이었다. 학생들이 지켜온 회칙에 담긴 대학 민주주의의 정신과 학내 자치의 염원은 올 한 해 그 본질을 찾지 못해 휘청댔다. 다가오는 학생사회엔 “효원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권리를 존중하고 실천적으로 나서는 총학생회를 바라는 효원인들의 의지를 모아” 만들어진 총학생회칙의 정신이 다시금 새벽벌에 내려앉길 바란다.

2024년 12월 5일

부산대학교 언론사 <채널P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