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소송비 떠안은 총학생회에 학생사회 '부글부글'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에 따라 -채무자인 총학생회가 소송비 부담 -이 총학생회장의 추가 소송 예고에 -학생회 대표들 논의 못하고 있어 -학생들 "신뢰 잃어 더는 회장 아냐"

2024-12-05     정윤서 기자

우리 대학 이창준(지질환경과학, 22) 총학생회장이 자신의 징계를 두고 제소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소송비용을 우리 대학 총학생회비로 배상하게 됐다. 총학생회장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책임을 묻는 방법을 다시 고민해야하는 과제가 남은 가운데 학생회 대표들은 총학생회장의 채무 협박에 짓눌려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대학 총학생회. [채널PNU DB]

4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월 27일 법원이 이 전 총학생회장이 제소한 징계 처분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지난 11월 6일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가 연 징계위원회의 ‘회원으로서의 제명’ 징계 처분이 정지됐다.(<채널PNU> 2024학년도 11월 29일 보도). 이에 대해 서승범(대기환경과학, 21)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은 지난 11월 29일 후속 대응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전해 가처분 인용에 대한 이의 제기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낸 총학생회비로 이 총학생회장의 소송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초유의 사태가 예고됐다. 판결문의 주문에 따라 ‘부산대학교 총학생회’가 채무자로서 소송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회 대표들로 구성된 확대중앙운영위원회(확운위)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변호사 수임료로 제시한 금액은 44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총학생회비로 소송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우리 대학 재학생 A 씨는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장이라는 사람이 학생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며 “그것에 더해 자신을 뽑아준 학생들의 돈으로 자기의 권위를 회복하려고 하는 파렴치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처벌 방식이 잘못되었더라도 본인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렇게 당당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학생회 대표들은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이 회장이 자신에게 징계 결정을 내린 이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이 회장은 서 권한대행을 통해 징계위원들에게 자필 사과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메신저를 통해 “징계에 찬성한 위원은 직접 자필 반성문을 제출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학내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전했다. 이에 확운위 관계자는 “우리는 학생들을 대표해 징계위원의 자리에 섰다”며 “위원 개개인에 책임을 묻는 것이 황당하다”고 전했다.

학생회 대표들은 현재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이후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서 권한대행의 의사에 따라 열리지 않고 있다. 인문대학 김준서(국어국문학, 19) 학생회장은 “징계위를 상대로 소송이 걸린 상태인데 아무 대처도 하지 못하게끔 회의를 열지 않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마찬가지로 대의원총회 개최 여부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 회장을 둘러싼 논란에 공적 책임을 물을 방법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생 대표는 이의 신청이나 추가적인 대응에 아예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은 “한 쪽은 회의를 안 열겠다고 하고 한 쪽은 대응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총대를 메지 않는 현 상황에 큰 무력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창준 총학생회장이 서승범 부총학생회장에게 전한 메시지를 토대로 구성한 이미지. (c) 김소영 기자

상황은 점차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회장의 책임을 묻는 방식을 논의하기에는 시험기간과 학생 대표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 학생회장은 “다음 주가 시험기간이기 때문에 회의가 개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2주 뒤엔 새로 부임한 제57대 총학생회가 첫 확운위를 개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에 상황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비롯해 학생사회는 여전히 총학생회장이 일으킨 논란과 그간의 행보에 분노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법원의 판단으로 징계는 중지됐을지 모르나 이미 총학생회장으로서의 지위와 신뢰를 잃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이 회장이 언론 탄압으로 인해 받은 ‘대의원으로서의 제명’ 징계는 유효하다. B (경영학, 22) 씨는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로 학생회장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제명한 건데 자신의 행동에 부끄럽다고 느끼지는 못할망정 소송 비용을 총학생회에 청구하는 게 말이 되는 행동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대의원 C 씨는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학생 사회에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크게 훼손됐다”며 “이미 학생들의 신뢰를 잃은 회장은 껍데기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이 총학생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본안 판결이 늦어질 경우 차기 총학생회인 ‘Around Us(어라운드 어스)’가 소송비용 배상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최수인 총학생회장 당선인은 “현재 당선인 신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학생회비에서 나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