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 격차] (상) "부산인데요, 부산 아닙니다"

-우리 대학 부산캠 오가는 학생들 -시내여도 일부 시외보다 오래 걸려 -"긴 배차 간격·환승 수 차례" 토로 -기숙사 선발 방식에 불만 갖기도

2025-03-03     이보영 기자

“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지하철에서 보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했던 밈이다. 경기도민 중 상당수가 서울로 장거리 출퇴근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는 현실을 풍자하는 말이다. 부산에 있는 우리 대학에도 그들과 같은 풍자가 적용되는 이들이 있다. 부산 시내에 거주하며 대학을 오가지만, 왕복 3시간 이상을 대중교통 속에 보내는 '뚜벅이 통학생'들이다. 

<채널PNU>는 3월 개강을 맞아, 차 없이 통학하는 우리 대학 학생들의 통학 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통학길을 전수 조사했다. 부산시 소재 동별 행정복지센터에서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까지 걸리는 통학 소요 시간과 환승 횟수를 살펴봤다. 조사는 '네이버 지도'를 활용했으며 평일 오전 7시 30분 기준으로 검색된 '최적 경로'를 반영했다. 조사 결과, 부산 시내 일부 지역은 거리가 멀고 환승 과정이 복잡해 부산시 인근 도시인 경남 김해와 양산보다 먼 것으로 파악됐다.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 더 소요돼 이른바 '부산대 통학 오지'라 부를만했다.

평일 오전 7시 30분, 부산시 소재 각 동별 행정복지센터에서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까지의 '최적' 경로를 네이버 지도 기준으로 나타낸 부산 지도. (c)정혜미 기자

■신도시도 부산대에선 '통학 오지' 

<채널PNU>가 자체적으로 정의한 ‘부산대 통학 오지’란 실생활에서 교통수단이 부족해 생활에 지장이 있는 '교통 오지'와는 거리가 멀다. 부산시 소재 각 동별 행정복지센터에서 캠퍼스까지의 '최적' 경로를 기준으로 △왕복 2시간 이상 △배차 간격 20분 이상 △환승 횟수 2회 이상 등의 지역을 뜻한다. 즉, 부산캠에 도착하기까지가 '고난'인 부산 시내 지역을 말한다.

'부산대 통학 오지'로 분류된 지역은 부산시 16개 구군 중 △강서구 △기장군 △남구 △사상구 △사하구 △서구 △영도구 △수영구 △해운대구 등 9개다. 이 가운데 강서구의 △가덕도동 △가락동 △강동동 △녹산동 △명지동은 캠퍼스까지 도착하기 위한 평균 대중교통 환승 횟수가 3회, 소요 시간은 왕복 3시간 이상으로 부산 내에서 가장 교통 접근성이 낮은 구로 꼽혔다. 네이버 지도 기준 최적 이동시간은 왕복 3시간 이상이지만, 환승을 여러 번 해야 하는 지역 특성상 환승을 위해 다음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치면 왕복 4시간을 훌쩍 넘기도 한다. 기장군 △기장읍 △일광읍 △장안읍 △정관읍 등도 평일 30분, 출퇴근 시간 15분의 배차간격을 띄는 동해선과 선택지가 제한적인 급행버스를 이용해야 해 소요 시간이 길게 나타났다.

부산 일부 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은 환승 과정이 복잡하거나 거리가 멀어, 부산 인근 도시인 경남 김해나 양산보다 더 대중교통 환경이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산시의 경우, △덕계동 △동면 △양주동 △평산동은 캠퍼스까지 평균 환승 1.5회, 왕복 2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부산시 △강서구 △기장군 △남구 △사상구 △영도구 △해운대구는 평균 환승 2회, 왕복 2시간 40분 이상으로 소요 시간이 부산 시외인 양산보다 더 길었다.

또한 경남 김해시에서 캠퍼스와 가장 가까운 대동면도 캠퍼스까지 환승 3회, 왕복 2시간 20분이 걸리지만, 부산 강서구 소재 △강동동 △녹산동 △대저동, 남구 △용호3·4동, 사상구 △학장동 등과 사하구 소재 △하단2동, 수영구 △남천동, 해운대구 △우2·3동·좌1·2·3동은 대동면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30분에서 1시간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부산이지만 부산이 아닌 지역보다 등하교가 힘든 학생들의 고난이 파악됐다.

■‘왕복 2시간은 기본’ 통학생 실상

신도시로 불릴만큼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도 우리 대학을 오가기엔 역부족이다. 해운대구 좌1동에 거주하는 이채은(교육학, 24) 씨는 지하철 장산역(2호선), 수영역(3호선), 연산역(1호선)에서 총 세 번의 환승을 거쳐야 부산캠퍼스와 가장 인접한 부산대역(1호선)에 도착한다. 여기서 순환버스까지 갈아타고 나서야 강의실에 도착한다. 좌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약 18km, 택시를 타면 20분 만에 도착하는 짧은 거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세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 이 씨는 “동해선을 이용하면 더 빠르지만, 배차간격이 길고 출퇴근 시간엔 사람이 몰려 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중교통의 긴 배차 간격은 통학생들에게 가장 큰 불편 사항이었다. 통학 시간이 출퇴근 시간과 겹치면 만석 버스는 정류장에 서지 않고 지나쳐 간다. 기장군 정관읍에 거주하는 이인이(한문학, 21) 씨는 “(만석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수업에 늦을까 노심초사하며 버스를 기다리거나 결국 택시를 타는데 2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기장군 기장읍에 거주하는 김도연(경영학, 24) 씨도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버스가 183번 하나뿐인데 배차 간격이 25분이라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채은 씨도 “하교할 때 타는 버스(100-1번)는 배차가 길고 근처에서 회차하는 탓에, 퇴근 시간과 겹치면 집에 도착하려면 2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통학 시간은 통학생들의 전반적인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길에서 시간을 버리는 것으로 느껴질 뿐더러, 항상 막차 시간을 지켜야해 동아리 활동이나 학과 공부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남구 대연동에 거주하는 김재희(철학, 21) 씨는 “긴 통학 시간으로 인해 여유가 부족하고, 막차를 타지 않으면 택시비로 큰 지출이 나가 적극적으로 동아리에 참여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강서구 명지동에서 통학하는 A 씨는 “하루 3시간 이상을 대중교통에서 보내다 보니 너무 비효율적”이라며 “시험 기간에는 특히 잠이 부족해서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로 생활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이라’ 역차별당하는 학생들

장거리 통학생들은 불편 해소를 위해 △기숙사 입사 △자취 등을 시도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부산 시내 학생들은 기숙사 입사 우선순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기숙사는 선발 기준을 △1순위(우선선발) △2순위(부산시외 거주자) △3순위(부산시내 거주자)로 나눈다. 김해·양산·울산보다 통학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부산 거주자로 분류돼 기숙사 선발에서 후순위가 되는 것이다.

해운대에 거주하는 25학번 B 씨는 이번 학기 웅비관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환승을 세 번 거쳐야 하고 통학에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리지만 행정구역상 부산 시민이기 때문에 최하위 순위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된 이후 기숙사 지원이 상승하면서, 3순위 신청자는 기숙사 입사가 힘들다. B 씨는 “부산에도 타지역 못지않게 먼 지역이 있는데 단순히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건 부당하다”며 "선발 기준을 지역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거리나 통학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쉽게 자취를 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연동에 거주하는 김 씨는 “자취는 집세뿐만 아니라 생활비로 나가는 돈이 많으니 이러한 지출 구조로는 저축도 불가능하고 수지타산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통학 과정에서 생기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취를 선택해도, 생활비 마련 등으로 인해 또다른 부담이 생긴다는것이다.

이처럼 실질적인 통학 시간과 거리 기준이 아닌 행정구역 기준 선발 방식은 인근 국립대학 중 우리 대학이 유일하다. 부경대의 경우, 기숙사 선발 시 △부산시외 거주자 △부산시내 거주자 △외국인 유학생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부산 강서구와 기장군은 시외로 인정해 해당 지역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북대 역시 대구 달성군과 군위군은 예외로 두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학 대학생활원 측은 "양산도 부산대와 가까운 지역과 먼 지역이 있어 부산내 지역을 세분화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이후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라고 전했다.

■대중교통의 적자, 해결책은 없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편의 원인으로 도시 계획의 문제점을 꼽았다. 우리 대학 황진욱(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은 산지가 많고 해안을 끼고 있어 교통 기반 시설이 취약한 지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명지나 일광 같은 신도시는 주거단지 개발이 먼저 이루어지고 대중교통 기반 시설은 뒤따라가기 때문에 교통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 배범준(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대는 금정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 더욱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교통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결국 대중교통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중교통 업체의 적자가 상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송 손실 지원금 1,200억 원 △부산교통공사 재정 지원금 1,531억 원을 각각 편성했다. 지난해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적자 보전을 위해 지원한 예산은 각각 2,700억 원과 3,141억 원으로 총 5,841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보다 1,000억 원 이상 증가한 액수다. 그간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료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대중교통의 재정 손실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대중교통 서비스를 늘린다는 것은 교통 정책적으로도, 예산 측면에서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대중교통 확대가 어렵다면 기존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급행 노선을 운영하거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노선을 조정하는 등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것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교통 불편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개선을 요구해야 학교와 지자체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 1월, 부산 1·2호선의 급행화를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