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 격차] (하) 부산대 학생만 공감하는 '핫플 고행길'
-부산대와 주요 핫플의 교통 연계성 -일부 타대학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 -"여러번 갈아타야 해 가기 꺼려져"
금요일 저녁, 23학번 A 씨는 친구들과 약속을 위해 자취방을 나섰다. 목적지는 부산 광안리. 우리 대학 정문 앞에서 순환버스를 타고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탄 뒤, 서면역에서 환승하면 1시간 정도 걸린다. A 씨는 캠퍼스 밖에 있는 번화가에서 약속이 있을 때마다 긴 이동 거리와 환승으로 피곤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A 씨는 "같은 부산 시내에서 이동하는데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친구들에게 선뜻 놀러 가자고 얘기하지도 못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핫플’이란 핫한 플레이스의 준말로 청년 세대가 주를 이루며, 다양한 카페와 트렌디한 공간, 전시와 공연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상권을 뜻한다. 부산시 내에서도 △광안리 △경성대·부경대 △서면 △전포 △해운대와 같은 대표적인 ‘핫플’이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뚜벅이 부산대생들에게 이런 핫플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서면까지가 약 40분, 광안리는 1시간, 해운대나 송정은 최소 두 번 이상의 환승이 필요하다.
<채널PNU>가 지난 2월 12일부터 2월 17일까지 우리 대학 재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부산대와 주요 핫플 간 교통 연계성’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 대학 학생들은 핫플 이동 시 △긴 이동시간(64%) △잦은 환승으로 인한 불편(53%) △야간 교통편 부족(25%) △교통 혼잡(25%) 등의 불편을 느낀다고 답했다. 사람이 가장 붐비는 평일 오후 6시 기준, 네이버 지도의 최적 경로로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캠퍼스)에서 광안리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부산대역까지 순환버스를 타고 간 후, 연산(3호선)과 수영(2호선)에서 두 차례 환승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학생들은 장거리 이동을 꺼렸다. 노소희(정치외교학, 24) 씨는 “학교에서 광안리나 해운대로 가려면 여러 번 환승해야 해서 잘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만 이렇게 멀어?
설문조사 결과, 우리 대학 학생들은 우리 대학에 비해 핫플과의 접근성이 가장 높은 대학으로 경성대·부경대(85%)를 꼽았다. 경성대·부경대 학생들에게 ‘핫플’은 일상이다. 학교 앞에서 지하철 한 번이면 10분 전후로 △광안리해수욕장 △서면역 △전포역 등에 도착할 수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역시 지하철을 타면 26분 만에 도착한다. 더군다나 경성대·부경대 앞은 최근 청년들로 붐비는 핫플로 자리 잡아, 문화·여가 요소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굳이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반면 부산대는 같은 핫플을 기준으로 편도에 △광안리해수욕장 1시간 11분 △서면역 40분 △전포역 50분 △해운대해수욕장 1시간 12분가량이 소요된다. 핫플로 향하는 학생들은 캠퍼스로 복귀하는 시간 역시 고려해야 한다. 해운대에서 오후 11시경 출발하면 캠퍼스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1시를 훌쩍 넘긴다. 부산대역에서 캠퍼스의 상단까지 올라가야 하는 기숙사생들은 복귀시간이 더 늦어지거나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 움직일 수밖에 없다. 우리 대학 재학생 C 씨는 "버스나 지하철의 경우 환승 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 이동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며 ”기숙사로 돌아올 때도 순환버스가 끊기면 택시를 타야 해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단순히 이동 시간이 길다는 점에 더해 이동에서 오는 피로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핫플을 다녀오려면 왕복 기준 최소 1시간 반 이상을 대중교통에서 보내야 한다. 김다은(국어국문학, 22) 씨는 ”남포에서 대외 활동을 했는데, 지하철 한 번이면 가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피곤했다“며 ”타대학 친구들과 만나려면 서면이나 광안리로 나가야 하는데, 부산대는 그곳들과 동떨어져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캠퍼스와 지하철역 사이의 거리도 학생들이 이동을 불편하게 느끼는 요인 중 하나다. 부산대 정문에서 부산대역까지 거리는 약 17km, 도보로 17분이 걸린다. 웅비관·진리관·효원재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순환버스를 타지 않으면 부산대역까지 30분이 소요된다. 서연우(한문학, 22) 씨는 “특히 여름에는 버스를 타지 않으면 오르막길에 계단까지 올라야 해서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체감상 교통 오지, 실제는?
교통접근성 지표에 따르면, 부산대의 교통접근성은 부산 내에서도 높은 편이다. ‘교통접근성 지표’는 국가교통DB가 특정 지역에 얼마나 많은 생활시설이 가까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지표다. ‘2021년 교통접근성 지표’에 따르면, 부산대가 위치한 장전2동은 △대규모점포까지 평균 6분 △전통시장까지 7분 △버스터미널까지 26분 △철도역까지 30분 △공항까지 53분 등이 소요된다. 부경대 김현수(토목공학) 교수는 "일반 교통편(자차)을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부산대가 위치한 금정구를 전문적인 기준으로 살펴보면, 교통접근성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교통수단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학생들의 체감은 다르다. 학생들이 ‘교통 오지’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멀다고 느끼는 이유는 복잡한 교통망 구조와 이동의 불편함 때문이다. 부산의 지리적 특성상 교통망은 서면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구조이며, 부산대는 도시 북측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대학 배범준(도시공학) 교수는 “부산과 같은 구조에서는 외곽에서 도심으로의 이동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외곽 지역 간 이동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부산대에서 서면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해운대 등 더 먼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시간이 길어지고 환승 역시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인프라 확충 혹은 스스로 핫플 돼야
이를 고려하면 부산대를 교통 오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부산 내 타 대학에 비해 주요 핫플과의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노선 확충과 지능형 교통체계(ITS) 도입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배 교수는 "버스와 지하철 도착 정보, 차내 혼잡도 정보 제공 및 환승 할인 등은 이미 시행 중"이라며 "향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버스전용차로 및 다인승 전용차로 설치 △버스우선신호 도입 △대중교통 환승할인 확대 △공유자전거 및 스마트모빌리티 시설 확충 등 인프라를 늘리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부산대 상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핫플'로 자리 잡는 것이 더욱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다른 핫플과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는 것보다 부산대학로를 문화 거점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업용 임대료 지원과 규제 완화 등 상권 활성화 정책을 통해 트렌디한 공간을 조성한다면, 과거 전성기 시절의 부산대 상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