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되새기는 민주공화제의 가치
1919년 2월 8일, 도쿄 유학생들의 독립선언은 3·1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근현대사 100년, 모든 변곡점의 중심에는 청년들이 있었다. 독립운동가의 62%가 2030세대였으며,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 군인의 95%도 20-30대였다. 4.19혁명은 학생들이 주도했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 역시 20대가 이끌었다. 청년들이 써 내려간 이 자랑스러운 역사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토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중도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도(中道)는 불교에서 말하는 '양극단을 떠난 바른길'이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서 중도는 종종 '기회주의자' 혹은 ‘정체성이 모호한 자'로 폄하되곤 한다. 이는 심각한 오해다. 극우의 파시즘(Fascism)과 극좌의 공산주의(Communism)는 인간의 자유를 물리적으로 박탈하고,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현혹했다. 극단적 이념들이 초래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동족상잔은 그 위험성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이미 마무리했다. 현대 사회는 한 개인 안에서도 경제 분야에서는 보수적 성향을, 사회 정책에서는 진보적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중도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공화의 정신이다. 최초의 입법기관이자 대한민국 국회의 시작인 임시의정원은 임시헌장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을 채택했다. 시민(民)이 주인(主)인 공화국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공화국은 공화제로 운영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타인을 포용하고 타인과 상생할 수 있는 국민이 모여 삼권분립을 채택한 국가는 형태상 공화국이다. 그러나 공화국은 단순히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리된 통치 형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공화국의 본질은 시민들의 '자발적 복종'에 있다. '복종'이라는 단어가 독재체제를 연상시킬 수 있으나, 독재국가에서는 진정한 복종이 존재할 수 없다. 단지 억압만이 있을 뿐이다. 반면 공화제의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비롯된다. 입법부 구성원과 행정부 수반은 시민의 직접 선출로, 나머지 행정부와 사법부는 인사청문회 등 견제 장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당성을 획득한다. 이러한 권력들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정당하게 행사될 때, 시민들의 자발적 복종이 따르고 진정한 공화제가 완성된다.
이를 종합하면 민주공화제는 시민이 주인이며, 시민 간의 상생과 포용이 이루어지고, 시민에 의해 권력의 운영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는 국가가 ‘민주공화국’이다. 이것이 구한 말 군주제를 경험했던 독립운동가들이 새로 만든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건국 정신이다. 그것을 얼마나 중요시했으면 향후 당신들이 죽더라도 후대에 함부로 수정하지 못하도록 헌법에 넣었겠는가.
모든 제도와 정책은 기안자의 의도와 이유가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타인에 대한 상생과 포용이 결여됐다면, 그런 사람들이 모인 나라가 민주공화국이 될 수 있을까? 대다수 국민이 중도이거나 중도층이 두터울수록 사회가 안정적이란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2025년 3월 1일, 우리가 계승해야 할 독립정신은 민주와 공화의 가치이다. 변화를 이끄는 청년들이 이 정신을 되새김으로써, 우리의 역사의식과 국가관, 그리고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