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 17년, 뒷걸음질 치는 재정 안정
-수입 줄지만 고정 지출 늘자 -매년 정부 지원금 의존 높여 -재정 자율성과 안정성 줄어 -전문가 "등록금 동결 한계"
17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 대학의 정부 재정 지원금 의존도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등록금 동결의 폐해를 지적하는 동시에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3일 우리 대학 2018년~2023년 회계 결산서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우리 대학은 2009년부터 17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및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활동 수입'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교육활동 수입은 수업료와 입학금을 포함한 등록금 수입을 뜻한다. 교육활동 수입은 국립대학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자체 수입금’ 중 약 46.2%에 달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 △전형료·논문심사료나 △사용료·수수료 △자산매각수입 △이자수입 △기타수입 등 나머지 자체 수입금 항목은 구조적으로 크게 늘기 어렵다.
2019년 1,403억 6,208만 2,133원이었던 교육활동수입 수납액은 2023년 1,316억 6,394만 4,102원으로 약 86억 원이 줄었다. 반면 인건비와 공공요금 등 매년 고정적으로 나가야 할 경상비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특히 세출 중 가장 큰 비중으로 차지하는 항목은 ‘인적자원운용’, 즉 인건비다. 결산서에 따르면 인건비 지출액은 2018년 1,193억 8,788만 7,390원에서 2023년 1,239억 650만 6,410원으로 약 45억 증가했다. 그동안 재학생 수는 2만 8,715명에서 2만 7,126명으로 1,589명 줄어든 반면, 교직원 수는 3,907명에서 4,062명으로 총 155명 증가했다. 점차 등록금 재원은 감소하고, 인건비는 증가하는 상황 속 대학 재정 역시 안정적일 수 없는 것이다.
재무과에 따르면 등록금이 동결된 시점인 2009년에 비해 현재 등록금 수입은 94억 원 감소했으나, 공공요금 상승으로 인해 292억 원의 추가 부담을 졌다. 이에 대해 대학본부 관계자는 “등록금 수입은 감소한 반면, 대학의 기본경비 부담은 계속 증가해 재정공급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됐다”면서 “등록금 동결 장기화가 대학의 자원 투자 축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대학의 교육·연구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재정 운용 자율성 ‘제약’
국립대학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수입을 늘릴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보니, 점차 우리 대학 재정은 ‘중앙정부 지원금 의존 구조’로 바뀌고 있다. 우리 대학 2018년~2023년 재무보고서 및 종합재무제표에 따르면, 우리 대학 대학회계의 중앙정부 의존율((중앙정부이전수익/수익총계)×100)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각각 △38.1% △40.1% △41.5% △45.5% △40.9% △41.8%로, 5년 동안 3.7%p 올랐다. 반면, 등록금 의존율((교육활동수익/수익총계)×100)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각각 △33.4% △31.4% △29.9% △26.6% △27.5% △23.9%로 5년간 9.5%p 감소했다.
문제는 정부 지원금의 사용처가 대부분 특정 목적에 한정돼 있어, 대학이 필요에 맞춰 자유롭게 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을수록 대학이 자체적으로 인용할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 재정기반의 안정성 및 행정 활동의 자율성이 확보되는 반면 중앙정부 지원금은 대부분 특정 용도로만 사용 가능한 ‘사업비’로 편성돼 재정 운용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충북대 교양교육본부 이정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국립대에 지원되는 국가지원금은 △인건비 △기본경비 △국립대학 강사 처우개선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교수 보직 수행 경비 지원 △조교 연구성과금 지원 △특수목적대학 실습지원 △정보통신(ICT) 고도화 사업 △시설 확충 등으로 세분화돼 해당 용도로만 사용가능하다. 또한 국립대의 공공성·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마련된 국립대학 육성사업비도 20% 한도 내에서 경상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개별 사업별 성과평가에 따라 배분되는 ‘사업비’ 성격이 강해, 대학 운영 전반을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 국가 지원이 재정 안정성이 미흡하고 충분하지 못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국립대학 재정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고등교육법 △국립대학회계법 △국립학교 설치령 등으로 분산 규정돼 있고, 운영경비 대부분이 사업비 형태로 나오다 보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매년 지원 규모와 용도 등 변동 위험이 크다. 실제로 2021년 ‘전국 국공립대 총장 협의회’에서도 “필수경상비(강의료, 공공요금 등)는 절반밖에 지원되지 않고, 인건비나 강사 처우개선비도 전액을 보전받지 못해 대학 재정에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국립대학 육성사업, ‘빈익빈 부익부’ 만든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인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선지원 후관리’ 지원 방식이 대학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2018년 시행 당시 80%의 예산을 우선 지원했으나, 현재는 매년 예산의 50%만 우선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대학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로 배정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가 초기 자원이 풍부한 대학이 더 많은 재원을 가져가는 빈익빈 부익빈 현상을 심화한다는 비판이 크다.
공주대 김훈호(교육학) 교수는 “선지원 예산 규모가 줄다 보니, 초기에 투자할 여유 자금이 부족한 대학은, 교육부가 요구하는 성과를 내기 어려워 인센티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재정이 넉넉한 대학은 이미 확보한 재원을 활용해 다양한 성과를 내고 인센티브를 더 받아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국립대학 육성사업이 ‘보편적 재정지원’이라기보다는 ‘성과평가 사업비’의 성격이 큰 탓에, 시설 개선이나 인력 충원 등 대학 사회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분야에 쓰기는 쉽지 않다. 김 교수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중장기 발전을 도모하려면 인프라 확충이나 인건비 지원도 중요한데, 목적성 사업비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지역중심 ‘지자체-대학 협력’을 강화한다며 내놓은 ‘라이즈(RISE) 체계’ 역시 대학 재정에 실질적 돌파구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이즈 사업은 지역이 주도해 대학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 교수는 “라이즈 사업 역시 지자체 주도의 특수목적 사업”이라며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비를 확보해 내실을 키울 수 있는 자금으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 전반이 지자체 우선순위에 따라 계획되고, ‘한시적 지원금’ 성격이 강해 결국 대학의 경상비 부담을 덜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등록금, 물가인상률만큼은 올라야
전문가들은 대학의 경상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가 필수 경상비 지원을 강화하고, 등록금 인상이 최소한 물가 상승률만큼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등록금이 물가 인상률만큼이라도 올라야 한다”며, “현재 고등교육법에서 정하는 ‘최근 3년간 물가 인상률의 1.5배’라는 기준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 상승에 맞춰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어야 대학이 교육·연구 수준을 최소한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경상비보다는 사업비 지원을 선호하지만, 이는 대학의 재정 운용 자율성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경상비 지원은 정부가 대학의 재정 집행을 직접 감시하기 어렵고 예산을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사업비는 목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 관리가 용이하다”며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대학이 증가하는 운영비 압박을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대학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가가 경상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