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학점 포기제 부활 서울-지역 학점 격차 커지나
학점 포기제로 인한 지역 대학가의 우려
<앵커>
'학점 포기제'라고 들어보셨나요? 취득한 학점을 성적표에서 삭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점 지우개'로도 불리는데요. 최근 서울 주요 4년제 종합대학을 중심으로 부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학점 포기제가 도입되지 않은 지역 거점 국립 대학가에서는 학점 경쟁조차 불리해진다는 불만이 나오는데요. 저희 채널PNU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주요 4년제 종합대학을 중심으로 10여 년 전 사라진 '학점 포기제'가 부활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학점 포기제는 수업을 다시 들어 학점을 갱신하는 '재수강 제도'와 달리, 취득한 학점을 없애는 것으로 '학점 지우개'로도 불립니다.
교육계 등에 따르면 고려대가 필수 전공을 제외한 최대 6학점까지 성적을 삭제할 수 있는 학점 포기제를 지난해 3월 도입한 데 이어 한양대도 올해 3월부터 학점 포기제를 시행합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총학생회가 학점 포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어 대학 본부에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대학 학사과 담당자]
"학사 유연화 정책을 통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대학 교육 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
"전공 자율화의 하나로 학점 포기를 통해 다양한 전공의 탐색 기회를 제공하고자 '학점 포기제'를 도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학점 포기제가 도입되지 않은 지역 대학권에서는 학점 경쟁조차 불리해진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A 씨/ 부산대 재학생]
"학점 포기제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 학점은 누구에게나 취업이나 진학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는데 낮은 학점을 지우는 것으로부터 전반적인 학점 인플레이션 효과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높은 학점만 우대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B 씨/ 부산대 재학생]
"대학원 진학할 때 학점이 많은 요소를 차지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형평성이 좀 떨어지지 않나 싶고요. 그리고 취업할 때도 다른 서울권 학교에 비해서 A비율이 낮으니까 그런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해서"
실제로 지역과 수도권 대학 간 학점 격차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도입된 비대면 수업과 절대평가로 인해 이미 상당한 상황.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3 대학별 전공과목 성적 분포'를 보면 전체 학생 중 A학점 비율이 높은 곳은 주로 서울권 대학인 반면, 거점국립대의 경우 부산대를 포함해 다섯 곳에 불과합니다. 가장 높은 대학과 가장 낮은 대학 간의 A학점 비율 격차가 두 배에 달하는 겁니다. 학점 포기제는 대학교육의 본질을 해친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 교수]
"올바른 학문 발전과 연구 경쟁력을 위해 성과 측정 및 평가는 엄정해야 한다"
경북대의 경우, 학점 포기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수업에 불충실할 수 있고 평가 권위가 상실되고 나아가 대학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며 학점 포기제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공시하고 있습니다.
2013년까지 늘어나던 학점 포기제가 2014년 대학가에서 자취를 감춘 건,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가 이른바 '취업용 성적표'의 무분별한 발급을 막기 위해
'성적 분포 적절성'을 재정 지원 대학 선정 기준으로 내세우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가 삭제되고 학점 포기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학점을 둘러싼 대학생들의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PUBS 뉴스 이현수입니다.
취재 : 황주원 기자
촬영 : 이예원, 이현수 기자
편집 : 송채은, 서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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