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화훼농가 점거 그 뒤에는 운영난이

-우리 대학 졸업식·입학식 시즌만 되면 -학내 곳곳 꽃다발 가판대 불법 설치돼 -불편 이면에는 화훼농사 운영난 있어 -"학생 수요 등 고려해 상생 방향 필요"

2025-03-07     임승하 기자

졸업과 입학 시즌마다 우리 대학 캠퍼스는 축하 꽃다발을 판매하는 불법 노점상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학생들은 통행 불편을 호소하지만 화훼 농가의 운영난이 사회적 문제로 자리한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2월 28일 우리 대학 새벽벌도서관 앞에서 꽃다발을 판매하는 모습. [임승하 기자]
지난 2월 28일 학위수여식이 거의 마무리된 오후 4시경에도 남아있는 꽃다발이 한가득이다. [임현규 전문기자]

6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대학 2024학년도 2학기 학위수여식이 열리기 일주일 전부터 부산캠퍼스 인근은 화훼 가판대로 혼잡했다. 지난 2월 25일 기준 유동 인구가 많은 순환버스 정류소(△대학본부 △정문 △새벽벌도서관) 인근은 이미 화훼 가판대가 점유돼 있었다. 화훼 상인들이 일찍이 부산대학로와 학내 곳곳에 가판대를 설치하거나 잠금장치를 걸어 놓는 등 자리를 잡은 탓이다.

이 같은 화훼 농가의 점거에 학생들은 교통 방해와 과도한 호객 행위, 미관상 문제 등을 이유로 불편을 호소했다. 우리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나 PNU 건의함에는 '졸업식 전부터 설치된 가판대가 보기 안 좋다'는 글이 게재돼 공감을 얻었다. 학위수여식을 방문한 A(경영학, 21) 씨는 “버스정류장 표지판에 가판대 등을 설치해 두고 잠금장치도 걸어놨다”며 “인도며 화단이며 가리지 않고 있으니, 통행에도 방해되고 미관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장 모(정보컴퓨터공학 19, 졸업) 씨는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신경 쓰이고, 일반 꽃집보다 질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불법 노점상을 수시로 단속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학위수여식 당일 총무과 관계자는 "수시로 순찰을 돌면서 철거 계고장을 붙이거나 대면으로 철거를 유도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작년에 비해 (상인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해 혼잡스러움을 느껴 오는 8월 학위수여식 때는 대책 마련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의 이면에는 화훼 농가의 절박함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연중 절화 거래량은 졸업식 대학 학위수여식이 있는 2월이 가장 높지만 화훼 농가에겐 와닿지 않는다. 경기 불황의 지속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지출 구조조정’의 1차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B 씨는 학위 수여식에 꽃다발을 판매하기 위해 우리 대학을 찾아 졸업 사진 스팟으로 꼽히는 장소에 자리했지만 꽃다발을 사 간 사람이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7시부터 나왔는데 남은 꽃다발이 한가득”이라며 “(좋은 상품을 준비해도) 단가가 높은 꽃다발은 쳐다도 안 본다”며 한탄했다. 다른 화훼농가 관계자들도 매년 20%에서 40%가량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꽃값이 오른 배경에는 전기요금과 기름값 등 에너지 비용 상승이 있다. 화훼 농가에 따르면 종자를 수입해 온실에서 키워낸 뒤 시장에 내놓는 구조라 에너지 비용이 꽃 가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과 겨울은 특히 온도차가 심해 전기세와 난방료가 50%가량 상승했다. 화훼 농가에서 쓰는 온실 난방용 등유는 최근 리터당 1,150원으로 1년 대비 200~300원이 올랐다. 전기요금도 1㎾당 105원으로 전년 동기 68원보다 37원 증가했다. 우리 대학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C 씨는 “꽃 가격은 폭등하는데, 경기가 계속 나빠져 이윤을 적게 남기며 겨우 운영하고 있다”며 운영난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화훼 농가의 불법 노점에 대해 '상생 방안' 모색이 필수적이라 말한다. 한양대 강성훈(정책학) 교수는 "졸업 당사자이자 주인공인 학생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상인들에겐 생계와 직결된 문제니, 대학본부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과대별 졸업식 날짜를 분산해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판매 구역이나 기간을 지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제시했다.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이보름 팀장도 "단순한 단속이나 용인이 아니라 공공 공간의 질서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공식적인 협상안을 마련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판매자들에게 한시적 허가를 부여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