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들여 지하 벙커에 유물을? 전문가들도 '갸우뚱'
-8억 원 들여 지하벙커 개조중 -유물 보관 어렵단 지적 일어 -습도·온도 조절비 크기 때문 -정작 박물관 별관은 방치돼
우리 대학 박물관 유물이 습한 지하실에 보관된다는 사실에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습도 조절에만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간 개조에만 수억 원이 드는 데다 공간이 좁아 유물을 모두 보관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6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대학은 부산캠퍼스에 있는 지하 벙커를 박물관 수장고로 개조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시작된 지하 벙커 리모델링 공사에는 초기 비용으로 약 8억 원이 투입돼 오는 4월 30일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공사는 유물 수장고로 사용되던 박물관 별관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됐다. 우리 대학은 지난 4월 25일 박물관 앞에서 새벽뜰 개장식을 열며 박물관 별관에 ‘문창재’라는 이름을 붙이고 전시회와 음악회 등 각종 행사를 여는 장소로 이용하겠단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채널PNU> 2024년 5월 3일 보도). 우리 대학 박물관 관계자는 "1956년 지어진 별관은 역사성을 지닌 아름다운 건물로, 문화재를 보관하는 수장고보다는 개방형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별관을 비우게 되면서 문화재를 둘 곳이 필요해 지하 벙커를 개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물을 습한 지하 벙커에 보관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 기간 방치된 지하 벙커를 개조하는 데 수억 원이 드는 데다 유물을 보관하기 위한 온도와 습도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하 벙커는 본래 1955년 부산관재청으로부터 이관받은 국보급 문화재 1만 8,833점을 보관됐지만 1961년 문화재를 환수한 이후에는 별다른 사용처 없이 약 60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현재 지하 벙커를 유물 수장고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부산대학교 지하 벙커를 유물 수장고로 쓰면) 지리적 여건상 다른 지하 시설보다 습도 조절이 어려워 전기세가 약 10% 이상 더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부 관계자들 역시 아는 사실이다. 기존 유물이 보관된 박물관 별관에는 약 100㎡당 1대씩 총 3대의 항온·항습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관계자에 따르면 지하 벙커에는 총 8대의 항온·항습기가 필요해 비용 부담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하려면 항온·항습기의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이다. 공사를 주관하는 대학본부 관계자 역시 "폐허와 다름없는 지하 벙커를 개조해 유물 보관 장소로 바꾸다 보니 전기도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하 벙커 규모는 박물관 유물을 보관하기에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과에 따르면, 기존 박물관 별관에는 약 320㎡ 규모의 공간에 유물을 보관했으나, 지하 벙커에는 약 250㎡의 규모만 수장고로 사용될 수 있다. 유물을 보관할 추가 장소를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지하 벙커 공사가 끝나면 유물을 (벙커로) 옮기는 것만 정해졌으며 나머지 유물은 어디에 보관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작 지난해 5월 공사가 끝난 박물관 별관은 9개월 넘게 빈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다. 별관에 있던 유물은 현재 생물관에 보관 중이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박물관 별관 공사는 이미 완료됐고 용도가 결정되면 그에 따른 리모델링 공사만 하면 된다"며 "현재까지 어떤 용도로 쓸지 정확히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