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만 5:1" 경영학과 수강신청 몸살

-상경계 선호 높아지는 가운데 -특히 경영학과에서 두드러져 -학과 측 대응만으론 역부족 -"대학본부와 해결 노력할 것"

2025-03-14     이보영 기자

우리 대학 경영학과 수업이 올해 유독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경계 인기 학과로 자리 잡은지 오래지만, 매년 지속되는 수강 신청 포화 현상에 학과 역시 난감해하고 있다.

우리 대학 경제통상대학과 경영대학. [이보영 기자]

14일 이번 학기 경영학과 주요 수업 경쟁률을 보면 지난해 대비 최대 두 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학 수강편람에 따르면, 경영학과의 전공선택 수업인 '경영의 세계사'는 지난 희망과목담기 당시 48명 정원에 249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5:1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 2.3:1의 경쟁률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늘었다. '경영정보시스템'(3:1)과 '오퍼레이션스 매니지먼트'(2.6:1)의 일부 분반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2.8:1과 2.2:1의 경쟁률과 비교했을 때 10~20%가량 상승한 것이다.

이는 다른 인문·상경계 인기 학과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제학과의 대표 강의는 '미시경제학'은 2.4:1의 경쟁률을, 무역학과의 '국제상무론'은 2.2: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사회과학대학의 인기 학과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광고론' 강의의 경쟁률(1.6:1)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우리 대학 재학생 B (경영학, 18) 씨는 "전공과목 자동 신청을 7개나 했는데도 전부 실패했다"며 "수강 신청이 시작된 지 겨우 몇 분만 지나도 평이 안 좋은 수업까지 모두 꽉 차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원성은 수강 신청 기간에도 컸다. 지난 2월 12일 우리 대학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00과목 증원 잘해주시나요?" 같은 인기 학과의 증원 여부를 묻는 글이 다수 게재돼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중 과밀 현상이 도드라진 것이 경영학과였다. 우리 대학 재학생 A(경영학) 씨는 이번 학기 수강 신청에서 전공선택 과목을 하나도 신청하지 못했다. A씨는 "4학년인데 전공 과목을 하나도 잡지 못했다"며 “과사무실에 증원 요청도 했지만, 전공선택 과목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쟁률 상승의 원인으로는 상경계 과밀 현상이 지목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상경계열 전공시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상경계 학과의 복·부전을 선호하는 현상이 만연하다. 경영학과는 이에 대비해 5개년 평균 수강인원을 바탕으로 개설 분반 수와 분반별 수강 인원을 결정하고 있으나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 인해 ‘필수 전공’인데도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정원 증원이란 방법이 있긴 하지만, 졸업예정자와 같은 부득이한 사유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불가하다. ‘전공 선택’의 경우에도, 수강해야만 하는 수업에 정원이 차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수강 신청 당시 6학점밖에 잡지 못한 B 씨는 “전필 몇몇 수업 말고는 증원이 안 됐다”며 “정작 전공선택 과목이 필요한 저에게는 증원도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 복학한 C(행정학, 21) 씨는 “휴학 이전 신청한 경제학 부전공 과목을 이수하려 했는데 신청에 실패했다”며 “부전공을 취소하고 다른 방법을 알아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애초 학생들은 학생 수에 비해 개설된 강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경영학과를 심화 전공하는 D 씨는 “수업의 선택지가 많지 않아 배우고 싶은 과목이 아니라 남는 자리와 시간대에 맞춰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게 불편했다”며 “관심있는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왔기에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과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다원(경영학, 21) 씨는 “다들 흔히 말하는 ‘꿀강의’를 듣지 못해 하는 불평처럼 들릴 수 있으나, 현실은 자신이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조차도 신청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부전생들은 주전공생들에 비해 찬밥 신세라고 한탄하기도 한다. 경영학과의 경우 강좌 개설 시 복수전공 및 부전공에 과목당 기본적으로 4명을 배정하지만, 지원하는 다수의 학생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하다. 경영학과는 이번 학기 수강 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시행해 증원 처리를 했으나, 해당 연락은 경영학 주전공 학생들에게만 전달돼 복·부전생들은 미처 알지 못했다. 경영학과를 복수전공 중인 안혜원(고고학, 23) 씨는 “증원하기 위해서는 직접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야 하고, 4학년이 아니면 사실상 증원이 힘들다”며 “수요 조사 역시 연락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영학과 주전공생도 복부전공생도 수강이 힘들다는 원성이 크지만, 학과 측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건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경영학과는 교수와 학생 간의 소통과 수업 질 보장을 위해 대형 강의 개설을 지양하고 있다. ‘학교 강좌 개설 지침’에 따르면, 이론 강의는 분반 당 40명 이내가 원칙이지만, 그럼에도 경영학과는 이를 50명으로 증원해 유지하고 있다. 경영학과 관계자는 "교원 수와 강의실 상황을 고려해 정원을 조정하고 있지만, 현재 자원으로는 모든 수요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학과는 지속적으로 대학 본부에 교수 공채 및 강의 공간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학과 측은 “전공 기초 및 필수과목을 수강하지 못해 졸업에 문제가 발생하는 학생이 많은 경우, 학생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학과 교수회의를 통해 필요성이 확인되면 계절수업 개설을 통한 수용을 고려할 수 있다”며 “본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해결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질적인 수강 신청 포화 문제를 두고 우리 대학 윤민종(교육학) 교수는 “사회적 구조와 취업 시장 분위기 때문에 상경 계열로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강 신청 문제 자체는 대학 행정 차원의 구조적 문제기 때문에 대학본부가 나서서 인력과 강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