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년 만에 울려 퍼진 만세의 소리
-동구청, 3·1운동 재현행사 개최 -팬데믹으로 중단돼 6년 만 재개 -1,800여 명의 시민·학생 참가해 -"나라 어수선해 각성하려 참여"
106년 전 선조들의 희생을 기리는 독립 만세운동 재현 행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년 만에 재개됐다. 특히 고등학생들의 주도로 진행된 거리 행진과 플래시몹 공연이 큰 호응을 얻으며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부산 동구는 지난 3월 11일 부산진일신여학교에서 ‘부산진일신여학교 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개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행사가 중단된 이후 6년 만이다. 현장에는 약 1,800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진행됐다. 행사는 △1부 기념식 △2부 부산진일신여학교 독립만세운동 재현 거리 행진(거리행진) △3부 화합의 장으로 진행됐다. 부산진일신여학교는 1919년 3월 11일 당시 부산 내 최초의 만세운동이 전개된 장소다. 동구청은 부산시 소재 8개의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지난 1월부터 행사를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1부 기념식에서는 독립운동 연극을 진행해 시민들에게 독립운동 당시 부산의 생동감있는 모습을 전했다. 1920년 당시 의열단원 박재혁이 부산경찰서에 투탄을 터트린 의열단 최초의 성공적인 의거를 연극으로 재현한 것이다. 연극을 관람한 이기호(부산시 동구) 씨는 “(연극) 멘트 자체가 옛 억양을 잘 살려내 상당히 짜임새 있게 느껴졌다”며 “부산진일신여학교가 발생지다 보니 동구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른 분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 분위기는 거리 행진을 진행하면서 무르익었다. 부산진일신여학교부터 동구청 광장까지 1시간가량 행진하면서, 학생들이 일본 순사와 맞서 대치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거리 행진에 참여한 이들을 포함해 일반 시민들도 함께 만세운동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현장에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시민은 한복을 입고 거리에서 함께 만세운동을 하기도 했다. 김현옥(62세, 부산시 동구) 씨는 “요즘 나라가 어수선해서 한 번 더 각성하자는 계기로 참가했다”며 “(거리 행진이) 더 웅장했고 나라를 위한 애국심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학생들 100여 명이 참여하는 플래시몹 역시 진행됐다. 플래시몹은 △경남여자중학교 △데레사여자고등학교 △부산동여자중학교 △부산국제영화고등학교 △선화여자중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해 지난 1월부터 준비했다. 플래시몹에 참가한 정민경(18세) 씨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같은 춤을 추면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게 인상 깊다”며 “다양한 연령대 분들이 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흔들면서 마음을 표현했던 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양순남(62세, 부산시 동구) 씨는 “밝은 모습의 학생들을 보니 대한민국이 (미래가) 밝다”고 전했다. 거리 행진에 참여한 강민채(16세) 씨는 “만세운동을 하면서 독립운동가분들이 대단한 분들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거리 행진을 위해 부산진일신여학교에서부터 부산 동구청까지 차량 통제가 진행됐으며, 시내버스 87번과 마을버스 동구 2번의 노선을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