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 돋보기] 10건 중 1.5건은 막말 '눈살'
채널PNU, 에타 데이터 분석 -정치·젠더·학력 등 혐오 대상 -왜곡된 담론 양산해 이중고 -학생들 "불쾌하고 불편하다"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반발심이 들지만, 에브리타임을 계속 볼 수밖에 없어 삭제와 재설치가 반복돼요.” 우리 대학 재학생 A(18) 씨는 평소 시험 정보를 얻기 위해 에브리타임을 이용하지만, 커뮤니티에 난무한 혐오 발언으로 인해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았다가 지우는 일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일상에 깊게 자리한 에브리타임(에타)이 혐오 표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대학가 곳곳에서 나온다.
4일 <채널PNU>가 우리 대학 에브리타임의 자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10개의 게시물 중 1.5개가 혐오 표현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앱에서 가장 눈에 띄는 HOT 게시판에 일평균 약 10개의 게시글이 등록되는 걸 고려했을 때, 학생들은 하루에 적어도 1~2개의 게시물에서 혐오 표현을 마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에브리타임은 오늘날 대학생들의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에브리타임은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로, △강의 시간표 △강의평 및 시험 정보 공유 △교재 거래 △그룹 채팅 △학내 커뮤니티 △학사일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동아리 △수강신청 △자취방 △취업 등 학교 공식 앱이나 학과 생활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한국 대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에브리타임을 설치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앱 이용률이 높아졌다. 현재는 전국 377개 캠퍼스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보적인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익명성이 기반이 된 에브리타임 기능은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고 있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한 반면 혐오 표현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혐오 표현에 대한 불쾌감은 물론 △커뮤니티 내 학내 여론에 대한 신뢰 저하 △혐오 표현에 대한 무감각 △주변 학우에 대한 불신을 경험하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혐오 표현 리포트’에 따르면 ‘혐오 표현’이란 특정 속성을 가진 집단을 향해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해 차별을 조장하는 효과를 내는 표현으로, 이를 듣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결정된다.
■게시글 22%는 막말
취재진은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2개월간 우리 대학 에브리타임에서 게시글과 댓글을 데이터로 분석했다. △능지 △발작 △빨갱이 △지잡 △페미X 등의 단어를 혐오 표현으로 규정하고, 우리 대학 에브리타임 HOT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과 댓글 1,931개를 임의로 추출해 파이썬(Python)으로 분석했다. 다만 표본 추출 기간이 신입생 입학 시기와 겹쳐 정보성 글이 많이 공유돼, 에브리타임에서의 통상적인 혐오 표현 실태를 전부 담기엔 한계가 있었다. 분석은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우리 대학 김범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의 자문을 바탕으로 했다.
조사 기간 게시물에는 △정치적 용어(계엄·선거·탄핵 등) △학습 관련 용어(교육·공부·수업 등)가 주로 사용됐다. 이 중 게시글이 혐오의 목적으로 작성된 경우는 109개 중 24개(22%)에 달했으나, 댓글은 1,822개 중 264개(14.5%)로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게시글이 댓글보다 혐오 여론을 조장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혐오 표현 중에서는 정치(35.9%), 인종(21%) 관련 표현의 사용 빈도가 가장 높았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서 △간첩 △빨갱이 △좌파 △화교 △중국인 비하 내용을 자주 언급했다.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 주된 원인은 지난해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의 여파로 해석된다. 정치·인종 혐오 표현이 나타난 게시글 대부분이 비상계엄을 언급하며 거대 양당의 정책, 그와 관련된 인종을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젠더(17.3%) △학력 및 취업(11%) △장애인(3.5%) 등과 관련한 혐오 표현이 뒤를 이었다.
‘젠더’ 항목 안에서는 여성 혐오 표현(84.9%), 학력 및 취업은 학력 차별 표현(58.7%)이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병역 의무 안 지는 성별은 북한이 주적인 걸 알긴 하는지 모르겠음', '아줌마특 기 싸움함' 등 여성이 정치·군대와 관련한 사안에 무지하다고 지적하거나, 나이와 외모를 비난하는 양상이 드러났다. 학력 및 취업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는 '밀양대학교 나노대ㅋㅋ', ‘기붕이는 고졸이랑 설비나 해라’ 등 특정 캠퍼스나 학과를 비방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A 씨는 “(에브리타임의 게시글 중) 젠더 이슈는 꾸준히 많았던 것 같다”며 “최근에는 정치에 대한 언급이 많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여론 왜곡 의혹도
에브리타임의 혐오 표현은 평균적으로 사회적 이슈와 함께 폭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왜곡된 담론을 형성하는 데도 악용됐다. 취재진은 지난해 11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란 당시 우리 대학 에브리타임 HOT 게시판은 11월 12일부터 21일까지 약 열흘간 젠더 갈등 게시글로 뒤덮인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계정 산 페미들 XX 이해 안 되는 거’, ‘아이디 산 거 아니고 그냥 여자들이 남혐하는거야’ 등 외부인이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에브리타임에 만연한 여론 선동 의혹은 ‘12.3. 계엄’ 이후 한층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비상계엄 이후 지난 3월까지 전국 대학의 에브리타임에는 지속적으로 탄핵과 계엄을 주제로 한 글이 게시됐다. 우리 대학 역시 정치적 이슈를 다룬 다수의 게시글에는 혐오 표현과 함께 선동의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졌다. 우리 대학 에브리타임에서는 ‘선동하지마 실탄 장착한 적 없고 장기 집권 시나리오는 뇌피셜이고 ㅋㅋ’, ‘최근 소식은 하나도 모르나 보네 ㅋㅋ 가짜뉴스에 선동되는 능지 ㄷㄷ’ 등의 표현이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 왜곡 의혹과 혐오 표현 기승의 기저에는 에브리타임의 외부인 유입 가능성도 있다. 본래 에브리타임에 가입하려면 해당 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인증해야 한다. 하지만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아니라도 개인 거래를 통해 원하는 대학의 계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취재진이 지난 3월 17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기능을 통해 ‘에타’를 검색한 결과, 계정을 사고파는 채팅방이 15개가량 나타났다. 디시인사이드를 이용해 본 적 있다는 단국대 재학생 B(경영학) 씨는 “커뮤니티에서 에타 아이디를 사고파는 것을 목격한 적 있다”며 “익명의 커뮤니티에 중독된 소수가 여러 개의 글을 써서 여론을 형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혐오와 불신 ‘이중고’
우리 대학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 지속적으로 게시되는 혐오 표현에 불쾌함을 표했다. 우리 대학 재학생 C 씨는 “선동이나 혐오의 글이 올라오면 그에 대한 떡밥이 많이 올라오고 그로 인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거북하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재학생 D(20) 씨는 “HOT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 제일 눈에 띄는데 특히 요즘 성별, 정치 갈등 등과 관련해 이상한 글이 많이 보인다”며 “그런 글이나 댓글을 보고 있으면 나도 부정적으로 변하는 느낌이라 정보가 필요할 때 외에는 안 보게 됐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의 여론이 혐오 표현과 함께 왜곡되는 경우가 많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A 씨는 “익명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점, 하나의 이슈에 매몰돼 중복 게시가 가능한 점, 외부인에게 계정을 대여하는 게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 등 형성된 여론이나 정보가 신뢰성 있게 제시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 씨도 “유사한 유형의 글이 빈번히 올라오는데, 익명 시스템이라 작성자가 다수인지 소수인지 알 수 없어 에브리타임의 여론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학생들은 점차 혐오 표현에 무감각해지거나, 주변인을 의심하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 대학 재학생 E 씨는 “새내기 때부터 에브리타임을 보면서 처음엔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고, 어떤 사람이 이상한 글을 쓰는지 궁금했다”며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지금은 선동 혹은 혐오 표현을 봐도 별생각 없이 넘긴다”고 말했다. 동아대 재학생 F(화학공학, 22) 씨는 “에브리타임에 이상한 글이 자주 올라오는데, 그걸 볼 때마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에브리타임도 혐오 표현의 온상으로 비치기는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에브리타임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게시글이 분란을 조장하거나 혐오 표현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동의대 재학생 G(21) 씨는 “최근 오랜만에 에브리타임에 들어갔는데 여성에 대한 혐오를 표하는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와 ‘뒤로가기’를 눌렀다”고 말했다. 단국대 재학생 B(경영학) 씨는 “원래 에타에는 성별 갈라치기를 비롯한 혐오 발언이 많다는 인식이 있어서 잘 안 들어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