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 독립성은 헌법이 보장한 최소 권리"
-지난 4월 11일 정을호 의원실, -'대학언론법 입법 간담회' 개최 -편집권·재정 구조 등 문제 제기 -법안의 실효성·역효과 우려도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대학언론법’이 발의 후 첫 공론장에 올랐다. 한 자리에 모인 국회, 교육부, 대학언론이 다소 시각차를 보인 가운데 법안이 대학언론의 열악한 재정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4월 11일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대학언론 독립성 확보를 위한 대학언론법 입법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전·현직 학생기자 △주간교수 △간사 등 전국 대학신문·방송 관계자를 비롯해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추진단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정 의원은 개회사에서 “대학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은 헌법이 보장한 최소 권리지만,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반복되는 편집권 침해와 재정난을 해소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학언론 학생기자들은 ‘편집권 침해’와 ‘열악한 재정’을 근본적인 문제로 꼽았다. 대학언론의 편집권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운영에 필요한 예산까지 학교에 의존하다 보니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다혜 전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주간교수의 지도권과 편집국장의 제작 권한이 종종 충돌한다”며 “대학 내 언론자유 실현을 학칙보다 상위 개념인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호빈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건대신문 편집국장)은 “대학언론의 위기는 복합적이지만 그 중심에는 독립성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며 “학교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풀 해법으로 △편집권 법제화 △재원 다각화 등이 제시됐다. ‘한미 대학신문의 편집권 실태’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부산외국어대 윤희각(글로벌인재융합전공) 교수는 한국과 미국 대학언론의 편집권 실태를 비교했다. 그는 “두 나라 모두 편집권·재정의 완전한 독립을 원하지만, 한국은 광고·기부 등 재원 기반이 취약해 독립이 더 어렵다”며 “편집권을 법에 명시해 최소한의 방어막을 만들고 △광고 수익의 편집국 귀속 △동문 기금 △총학생회 펀딩 등 다층적 수익 모델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학언론법이 오히려 자율성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났다. 채홍준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추진단장은 “대학언론을 입법까지 하여 보호할 필요가 사회적으로 합의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대학언론의 자율성이 법으로 인해 역으로 훼손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규환 국회 교육위원회 자문위원실 입법조사관은 “법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며 “법적 지위의 보장은 동시에 법적 책임과 의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재정 안전망 확보를 대학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현 법안이 국가·지자체의 금전적 지원을 제외했기에 재정난 등 대학언론의 위기 요인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대학언론의 예산을 투명하게 관리할 독립 재정 기구와 구성원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준 한국체육대학보 간사는 “등록금의 일정 비율을 ‘대학언론기금’으로 환류해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차종관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자문위원은 “국가·지자체 지원 조항이 빠진 현 법안만으로는 지방 사립대가 버티기 어렵다”며 공적 지원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봉건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끝으로 “법제화가 만능은 아니다”라며 총학생회 등 학내 자치기구가 재정과 권한 문제를 함께 풀어야 현장에서 법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학언론법은 지난해 11월 22일 대학언론의 편집권과 재정 독립을 명문화하기 위해 정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해당 법안에는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학교가 대학언론의 자율적인 편집·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2022년 윤영덕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의 연장선으로, 일부 조항을 수정해 재발의됐다(<채널PNU> 지난 2025년 3월 3일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