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벌로부터] ‘일어탁수’의 해법
‘일어탁수(一魚濁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옛 속담이다. 부적절한 소수가 다수의 여론과 분위기를 모두 망친다는 이 구절은 지금 시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대학생들의 빛과 소금이 되어버린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그곳에서 이용자들의 혐오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수의 미꾸라지가 판을 치고 있다.
에브리타임은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현대판 대나무숲이나 다름없다. 동화 속 이발사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허심탄회하게 외쳤던 것처럼 학생들은 익명 기능을 통해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반려동물부터 시사·상식에 이르기까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게시판’ 기능 덕에 대화의 주제 역시 무궁무진하다. 시간표 제작, 중고 서적 거래, 정보 공유 등 대학 생활의 필수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대학생 대부분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가자도, 발언의 자율성도 확보된 그야말로 이상적인 토론장인 것이다.
이러한 기능을 바탕으로 에브리타임은 학생 여론과 고민을 대변하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했다. 학생들은 과거 교내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듯이 사회 전반의 문제와 관련한 본인의 소신을 밝히기도 하고, 캠퍼스의 일어나는 어두운 면을 공론화하는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우리 대학 역시 최근 뜨거운 감자였던 ‘6·25 명비’나 ‘의대생 유급’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3 계엄’, ‘총학생회장 비위’, ‘학생회 횡령’ 등 다양한 사안에서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대학원생 등 학내 구성원들도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어 의견의 다양성을 더한다.
하지만 익명성이라는 가면에 숨어 커뮤니티 자체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들이 있다. 온 웅덩이를 흐리는 소수의 미꾸라지다. <채널PNU>는 지난 보도를 통해 에브리타임 내 10개의 게시물 중 1.5개가 혐오 표현을 포함했다고 분석했다. 에브리타임 측도 우리 대학에서 지난 3, 4월에 1,263개에 달하는 계정을 이용 제한했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 재학생 2만 377명을 기준으로 약 5%에 달하는 적은 수지만 이들로 인해 이용자의 불편은 늘어나기만 한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문란한 게시글부터 정치적 혐오는 물론이거니와 익명성을 활용한 무분별한 인신공격 등 과도한 혐오에 지친 이용자들은 하나둘 에브리타임 이용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시끄러운 소수’로 인해 커뮤니티를 운영진도 힘에 부치기는 매한가지다. 에브리타임의 모회사인 비누랩스는 인력을 대폭 늘리고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에브리타임을 이용하는 캠퍼스는 전국 377개, 하루에도 수만 개의 게시글이 쏟아지다 보니 검열에도 지연이 걸린다. 건전한 담론이 제기돼도 ‘어그로’라 불리는 자극적이고 저급한 글들이 해당 담론을 덮어버린다. 한 이용자가 다수의 게시글을 게시하고 노출시킬 수 있는 기능이 되려 악용돼 공론장의 순기능을 망치는 것이다. 지성인으로 불리는 대학생들이 모인 커뮤니티라기에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렇기에 웅덩이를 살아가는 우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미꾸라지로 인해 더러워진 웅덩이를 정화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웅덩이를 피하거나 더러움을 견디는 것이 아니다. 직접 미꾸라지를 웅덩이 밖으로 내쫓아버리는 것이다. 이대로 두었다간 언젠가 에브리타임도 여타 극성 인터넷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변질해버릴지 모른다. 에브리타임 측은 사용자의 신고를 적극 반영해 어떠한 혐오나 차별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 존재하는 커뮤니티라면 적어도 자정 능력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이제는 적극적인 신고와 성찰을 통해 미꾸라지를 퇴출하고 공론장을 지켜낼 자세가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