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이면 도서관은 쓰레기 공장"

-24시간 개방 새벽벌도서관 -소주병에 쓰레기 더미 심각 -인력 등 대학 차원 대응 한계 -"학생들 시민의식 회복해야"

2025-05-30     전하은 기자

“시험기간이 되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술을 마시는지….” 우리 대학 새벽벌도서관 환경관리원 A 씨는 이번 학기 중간고사 기간에도 소주병 수십 개를 치웠다. 시험기간이면 새벽벌도서관 일부 공간이 24시간 운영되는데 A 씨는 그때마다 분리수거도 되지 않은 쓰레기더미를 마주한다. 또다른 환경관리원 B 씨도 “시험기간이면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가득차다 못해 넘친다”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 26일 오전 6시경 편의점 쓰레기통이 가득 차 넘쳐있는 모습. [취재원 제공]
지난 5월 26일 환경미화원이 새벽벌도서관 2층 쓰레기를 비우고 있다. [전하은 기자]

30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를 기준으로 시험 기간 중 24시간 개방하는 건물 및 강의실은 △새벽벌도서관(도서관) △수학관 △사회관 등을 포함해 총 12곳이다. 보통 2주가량 학생들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학교 앱 인증을 통해 24시간 해당 건물을 출입할 수 있고, 건물 내에 허가된 특정 강의실이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대다수 건물에서는 △음료 외 취식 불가 △분리수거 권장 △음주 행위 금지 등 이용 수칙이 권장되고 있지만, <채널PNU>가 지난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시험 기간 새벽벌도서관을 살펴본 결과 수칙을 지키는 이를 찾기 힘들었다.

새벽벌도서관 공간 중에서도 쓰레기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편의점(1층)과 새벽별당(2층)이다. 도서관은 새벽벌당을 항시 24시간 개방하며 시험 기간에는 △1열람실 △1노트북 열람실 등도 24시간 개방한다. 이로 인해 체류 인원뿐만 아니라 편의점으로부터 음식물 반입도 증가한다. 이 기간 목격한 도서관 층별 쓰레기통은 쓰레기로 넘치고 있었다. 층별 쓰레기통은 시험기간이면 1개 더 추가 설치되지만 역부족이다. 환경관리원 B 씨는 “행정실과 (쓰레기통 확대를) 논의했지만 외곽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이 관리하는 편의점 상황도 만만치가 않다. 생협 관계자에 의하면 지난해 시험 기간 동안 편의점 이용자는 평소보다 500명가량 증가한 일평균 933명에 달한다. 특히 주말에는 편의점이 무인으로 운영돼 방치된 쓰레기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새벽벌도서관 편의점 점장 C 씨는 “도서관 자체가 24시간 돌아가는데, 관리자가 없어 저희가 퇴근하면 무법천지가 된다”며 “‘쓰레기 무단 배출 금지’를 입구에 붙이고 분리함을 다 나눴지만 매번 출근하면 바닥에 한가득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마주한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한편 쓰레기 처리에 불편을 호소한다. 사회관 건물과 도서관을 오간다는 D(정치외교학, 22) 씨는 “음료 등이 내용물도 버려지지 않은 상태로 널브러져 있다”며 “쌓인 쓰레기를 보고 있으면 도서관이 ‘쓰레기 공장’이랑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만난 외국인 유학생 루쩐니(심리학, 24) 씨는 “쓰레기를 버리고 싶은데 버릴 데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시험기간 동안 도서관 편의점 쓰레기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은 댓글과 게시글을 통해 ‘쓰레기 수거함을 더 늘려달라’ ‘쓰레기봉투를 챙겨 본인 집에 챙겨가야 한다’ ‘분리수거 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시험기간 마다 환경관리원들은 힘에 부친다. 현재 도서관을 담당하는 환경관리원은 총 10명이다. 복수의 환경관리원에 따르면, 원래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지만, 시험 기간이면 보수 없이 매일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한다. 환경관리원 A 씨는 “학생들 오기 전에 빨리빨리 해야 일의 능률이 오르다 보니 (자발적으로) 1시간 정도 일찍 와서 일한다”고 말했다. 타 건물을 관리하는 환경관리원 E 씨는 “출근하면 이미 학생들이 거의 반 이상 와 있어 얼른 청소하러 출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월요일에는 관리 인력이 없던 2~3일간 쌓인 쓰레기를 치워야 해 부담이 크다.

우리 대학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책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 대학 총무과 관계자는 “현재 우리 대학은 환경관리원을 181명 두고 있다”며 “결코 적은 수가 아닌데다 예산 문제도 있어 더는 증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수거함을 늘려달라’는 학생 요구에 대해  “학내 의견이 있다면 충분히 반영할 순 있지만, 쓰레기 수거함을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다”며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진 문제의 경우 분리수거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전문가도 ‘깨진 유리창 이론’을 대입하며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시민의식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하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했다간 나중엔 지역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은 사회 이론이다. 대학가 쓰레기 문제를 연구한 한국교통대 정주용(행정정보융합학) 교수는 “아직은 학내 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해 학생들의 인식이 나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나중에는 점차 더 방대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할 것”이라 우려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시민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교통대의 경우 학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달간 캠퍼스 내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 정 교수는 "불편함을 알게 한 다음 학생들에게 경고하고 쓰레기를 치웠다"고 설명했다. 불편함을 몸소 체험한 학생들로 하여금 '아,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구나'를 떠올리게끔 유도했다는것이다. 또한 △인센티브 시스템 도입 △인식 개선 홍보물 배포 △학내 쓰레기 인식 토론을 통해 학생들에게 분리수거의 중요성과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죄책감 없이 아무렇게나) 버리는 쓰레기가 나중에는 일상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