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대학과 사회 주도했던 인문대학 경쟁 치열한 대학가에서 벼랑 끝
벼랑 끝에 몰린 인문계열
<앵커>
학문의 근간으로 불리우는 ‘인문학’. 우리 대학의 인문대학은 한때 학내는 물론 국가적인 사안을 의제화하고 여론을 주도하기도 했죠. 그런데 갈수록 대학가에서 성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송채은 기자가 오늘날 대학가에 자리한 인문학의 위기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우리 대학 독어와 불어교육과가 인문대학의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로 통폐합 된지도 어느덧 2년 째. 당시 우리 대학 내부에서도 인문학을 축소하는 졸속 개편이라는 반발이 쏟아졌는데, 이러한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까지 4년제 대학에서 가장 많이 통폐합된 학문 계열은 인문⸱사회 계열입니다. 입학정원 역시 다른 학문 계열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학생들이 인문계열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취업’ 때문. 실제 취업률도 여러 학문 계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가, 인문학은 취업에 불리하다는 인식까지 널리 퍼져있어 학생들이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겁니다.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도 서러움을 토로합니다.
[A 씨/ 국문학, 24]
“듣고 싶은 전공 수업이 많아서 심화전공을 하고 있지만,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
[B 씨/ 영어영문학]
"인문대생은 공무원 시험이나 복, 부전 둘 중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취업이 쉽지 않다."
인문학이 ‘벼랑 끝’에 서있다는 자조섞인 분석이 나오지만, 성과와 경쟁력이 중요해진 오늘날의 대학가 분위기 속에서 정부는 공학과 상경계를 중심으로만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 R&D 지원 예산에서도 인문⸱사회학 분야는 외면 당하면서 시름은 더 커지기만 합니다.
[윤민종/ 우리 대학 교육학 교수]
“국가와 대학이 경제 발전과 직결되는 학문만을 중요시하면서,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은 필요없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대학이 학문적 호기심을 길러주는 공간이 아닌 취업 준비소로 변질되면서 주체적인 사고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인문학의 소멸은 결과적으로 인간 중심의 사고를 잃어버리게 하고, 계속해서 더 큰 이익만을 추구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김승룡/ 우리 대학 한문학 교수]
“인문학의 위축은 그저 하나의 학문 분야의 위축이 아니라, 사회가 공존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공존의 축이 무너지는 것”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문학이 실용학문과 적절히 융합해 가치를 유지해야 한단 의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 등의 국가에선 정부 학문 연구 지원 예산의 10%를 인문⸱사회 분야에 할당하면서 인문학을 지키기 위한 조치가 적극 실행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과거 민주화 운동의 주요 거점이자 학문 연구의 중심이었던 인문대학. 사회적 가치보다 개인적 성과가 중요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벼랑 끝에 선 인문학이 그 입지를 지킬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PUBS뉴스 송채은입니다.
취재 : 이보영 기자
촬영 : 송채은 기자
편집 : 송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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