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하나’에 광고 ‘13개'··· 한숨 쉬는 독자들
-본문 방해하는 광고부터 -원색적인 광고까지 다양 -광고 수익 의존 구조 탓 -“대체수익 마련 시급하다”
인터넷 기사를 클릭한 우리 대학 재학생 A 씨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화면을 메운 광고뿐이다. 화면 한가운데 떠 있는 광고에 스크롤을 따라오는 광고까지, 기사 한 편 읽기가 힘들다. 본문 중간에는 노출이 심한 광고가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30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독자는 현재 인터넷에 게시된 종합 기사 한 편을 보기 위해 평균 13.5개의 광고를 보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월 26일 동일한 시간에 네이버 뉴스에 등록된 종합신문사 10곳의 홈페이지 메인 기사를 기준으로, 기사의 가장 상단부터 가장 아래까지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나타나는 광고를 합친 값이다. △세계일보 25개 △한겨레 21개 △중앙일보 18개 △경향신문 15개 △서울신문 12개 △조선일보 12개 △한국일보 10개 △문화일보 9개 △동아일보 9개 등 대부분 10개 이상의 광고가 나타났고, 국민일보가 4개의 광고가 표시돼 가장 낮은 값을 보였다. 나타난 광고는 대부분 기사의 내용을 가리거나, 본문과 연관이 없는 정보를 담고 있어 기사를 읽는 내내 이용 불편으로 이어졌다.
■광고 내용도 형태도 ‘불편’
이용자들은 기사 정독을 방해하는 광고들에 불편을 호소한다. 인터넷 광고가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화면 가장자리에 배치되는 과거의 단순 배너를 넘어, 본문마저 가리는 ‘인터페이스 침입’ 형태가 됐다. 평소 인터넷 신문을 자주 챙겨본다는 B 씨(정치외교학, 22)는 “광고를 봐야만 접근할 수 있는 기사도 있다”며 “기사 양쪽에 광고가 배치되는 경우가 있는데 가독성도 떨어지고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고민진(산업공학, 23) 씨는 “팝업이 기사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스크롤을 내리거나 팝업을 삭제하려 할 때도 광고 사이트로 들어가게 된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광고의 본문 '침입 방식'도 다양하다. △화면 한쪽에 붙어 스크롤을 방해하는 ‘플로팅 광고’ △기사 문단 사이에 끼어들어 문맥을 흐리는 ‘인라인 삽입 광고‘ △기사를 클릭하자마자 전체 화면을 차지해 접근을 막는 ‘인터스티셜(전면) 광고‘ △기사 몰입을 방해하는 ‘자동재생 동영상 광고’ △갑작스레 튀어나오거나 숨은 창이 열리는 ‘팝업 및 팝언더 광고’ 등 여러 방식으로 독자의 기사 읽기를 제한한다. 광고 문제 등을 연구한 건국대학교 최진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특히 자동 재생 광고나 팝업 광고는 시각장애인과 고령층 등 정보 접근 취약 계층의 뉴스 소비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형태뿐만 아니라 광고의 내용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기사 본문과 전혀 관련이 없는 광고가 나오거나 도박이나 성매매 등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내용이 표기되기도 한다. A 씨는 “기사를 읽던 중 투자 광고가 계속 떠 도박을 유도하는 것 같아 기사를 읽기 꺼려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기사에 삽입되는 광고 중 상당수는 △성적 암시 문구나 이미지 △건강식품이나 미용 제품에 대한 과장된 효능 표방 △사행적 투자 상품 홍보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낚시형 문구 등으로 나타났다.
■솜방망이 규제에 판치는 광고들
무분별한 광고를 규제하기 위한 기준은 존재한다.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위원회)는 광고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고 저널리즘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인터넷신문광고 심의기준’을 마련해 자율심의와 권고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기사와 광고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광고와 기사의 구분’ 규정(제12조)과 독자의 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가독성 및 편의성 보장’ 규정(제11조)이 핵심이다. 이외에도 선정성 표현 제한(제6조), 차별 및 혐오표현 금지(제14조) 등을 통해 인터넷신문 광고의 내용과 편집 방식을 폭넓게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실제 인터넷신문의 광고 운용에 억제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일부 언론사는 규정을 명확히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기사 사이사이 광고를 과도하게 배치하거나 맥락과 무관한 저품질 광고를 방치하는 등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최진순 교수는 “저품질 광고가 기사 문맥과 무관하게 난립하면 독자의 피로감은 물론 언론사 브랜드 이미지까지 훼손된다”며 “뉴스 몰입을 방해당한 독자는 언론사를 더 이상 ‘정보 전달자’가 아닌 ‘광고 유통 채널’로 인식해 매체 자체를 떠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위원회의 심의에도 광고가 줄기는커녕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는 실정이다. 위원회는 심의 규정을 통해 격주에 한 번 인터넷신문 광고를 심의한다. 광고 심의는 △경고 △주의 △권고 △기각 네 단계로 구분되는데, 2021년 권고 2회와 2022년 기각 1회를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주의와 경고 단계에서 머무는 경미한 조치가 대부분이다. 권고나 기각과 같은 강한 조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조치를 받은 광고의 개수는 △2020년 17,386건 △2021년 19,368건 △2022년 15,257건 △2023년 20,130건 △2024년 21,750건으로 되려 증가하는 추세늘 보이고 있다.
■광고 수익에 매달리는 언론사
인터넷 기사에 과도한 광고가 삽입되는 것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언론의 구조적 현실이 자리하는 것이다. 현재 디지털 환경에서 다수의 언론사는 유료 구독이나 콘텐츠 판매 등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광고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2020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글로벌 뉴스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신문 대다수가 전체 수익의 7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소 규모 언론사의 경우 광고 외에 수익 모델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 기사의 광고 수익은 기사 콘텐츠의 품질보다 포털에서 발생하는 클릭 수(PV)를 기반으로 결정돼 언론사는 더욱 광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포털에 기사가 노출되면 해당 페이지에서 생성되는 PV에 따라 광고 단가가 결정된다. 유입 극대화 및 수익 창출을 위해 언론사는 광고 슬롯을 확대해야만 한다. 기사 본문의 사방은 물론 사이드바·팝업·플로팅·전면 광고 등 기사 페이지 내 노출 가능한 모든 공간이 광고 공간으로 활용된다. 콘텐츠 품질과 정보 신뢰성이 아닌, 클릭 유도와 광고 단가가 언론사 운영의 핵심 지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에 편중된 수익 구조는 뉴스 유통 구조 전반의 문제와 직결된다. 위원회에 따르면 기사 페이지에 실리는 광고의 70%~88%가 광고 유통사를 통해 자동 송출돼, 언론사가 광고 수위나 품질을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 기사 광고 노출 횟수 대비 실제 클릭된 비율인 클릭률이 높을수록 광고 효율이 높다고 평가되고, 클릭률이 곧 수익성과 광고주 재계약에 직결되는 지표가 된다. 언론 생태계가 점점 반응성과 상업성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에 이화여자대학교 최지향(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광고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이용자를 모으거나 이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언론산업이 계속 광고에 의존해서 성장할 수 없다”고 전했다.
■건강한 수익 대안 마련해야
고질적인 언론의 광고 의존 현상을 해결할 대안은 있다. 보고서는 지속 가능한 뉴스 생태계를 위한 수익 다각화 전략을 제안했다. △콘텐츠 열람 유료화 △프리미엄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독자가 직접 언론을 후원하는 구조인 ‘구독 기반 모델’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자를 1,000만 명 이상 확보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구독으로 충당하고 있다. △심층 보도 △요리 레시피 △오피니언 해설 등 다양한 구독 상품을 개발해 콘텐츠 품질을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언론사의 브랜드를 활용해 △교육 △콘퍼런스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 확장’ 대안도 제시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과 온라인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콘텐츠 외적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는 ‘포브스’와, 강연 콘텐츠를 제공하는 ‘더타임스’가 있다. 독자의 기부와 펀딩, 재단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저널리즘인 ‘후원 기반 모델’도 존재한다. ‘가디언’은 유료 구독 없이 전면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기사 하단에 후원 요청 메시지를 담아 독자의 자발적인 후원을 유도한다. 최지향 교수는 “광고에만 의존해서는 양질의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언론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이용자 수익 모델을 포함해 수익을 다각화해야 양질의 저널리즘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언론사들은 광고 외 수익을 모색하고 있다. ‘한겨레’는 독립 후원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며, 한겨레H아카데미를 통해 시민 대상 강연이나 교양 강좌 등을 수익 사업으로 병행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광고를 전면 배제하고 오직 시민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 매체다. 이처럼 국내 언론사 역시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나,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가야 할 길은 멀다. 최진순 교수는 “유료 구독이나 독자 후원 등 이용자 수익 모델은 단기 성과보다 관계 구축이 핵심”이라며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