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잊히지 않는 이름

2025-05-30     정수빈 보도부장

제21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진보 보수 진영을 막론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주 언급됐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유세 과정에서 ‘노무현 정신’을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으로 1위에 노 전 대통령이 오르기도 했지만, 20여 년 전 인물이 지금까지도 재조명된다는 건 결코 단순한 일은 아닐 것이다. 청년들 사이에서도 노 전 대통령이 회자되는 요즘, 6·3 대선을 앞두고 무엇이 그를 소환하는 것인지 궁금해 취재를 시작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노 전 대통령의 정책이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해결책으로 평가 받고 있단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그는 여러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국가균형발전 △신행정수도 건설 등 당시에는 비판받거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정책이 대표적이다. 절차적으로도 참여정부는 공론화 절차를 제도화하고 정책자문단을 도입해 숙의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했고, 디지털 기반의 행정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구축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그는 여전히 ‘읽히는’ 인물인 셈인데, 어떤 면에서는 그만큼 우리네 정치가 발전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취재로 만난 청년 정치단체 ‘청정지대’의 대표 한솔 씨는 “지지율이 떨어질 걸 알면서도 필요한 말을 하는 건 노무현밖에 없었다”며 “당시에 욕을 많이 먹던 정책들도 나중에 보면 다 맞는 말이었기에 정치 갈등을 통합하기 위해서도 노무현 같은 인물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지닌 일관성과 진정성도 그를 계속 회자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시민들은 반복되는 정쟁과 난무하는 혐오, 선동에 지칠수록 진영 논리를 벗어나 일관되고 소신 있는 태도로 정치에 임했던 그를 더 그리워했다. 봉하마을 16주기 추도식에서 만난 청년 대다수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답했다. “짧은 말에도 깊은 생각이 느껴졌다”, “소탈하고 권위적이지 않아 설득력이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경희대 미래문명원 안병진 교수는 “권력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진짜배기 정치’가 노무현이 추구한 정치와 흡사하다”며 “청년들이 가진 ‘진정성 있는 정치’에 대한 갈망이 노무현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 차성수 이사장은 “지금의 청년들은 노무현이 무엇을 했는지 몰라도 ‘노무현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사회 문제를 자신의 삶 안으로 끌고 들어와 고통을 공유하고 고치려는 태도가 바로 ‘새로운 노무현’”이라고 말했다.

지금 정치인들에겐 보기 드문, 사람 냄새 나는 정치인이자 권력이나 인기보다 가치와 방향을 우선시 했던 노무현. 누군가에겐 노무현은 단순히 과거의 정치인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내는 방식의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나아가는 ‘작은 노무현’들의 발걸음을 보며 ‘왜 지금 노무현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정치가 필요한가’를 떠올렸다.

         정수빈 보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