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부산대] 사업비 늦고 줄고··· 숨 가쁜 글로컬 마라톤
-지난해 글로컬 사업 자체평가서 -우리 대학 50%가량 충족 못 해 -원인은 예산·사업의 잦은 변동 -“올해 평가에선 전 항목 충족”
우리 대학과 부산교육대학교가 2027년 통합 앞두고 추진 중인 ‘글로컬 대학30’ 사업 평가에서 지난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우리 대학은 사업비가 늦게 교부된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향후 사업비 교부와 관련한 변동이 잦을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도 사업 추진이 평탄치 않을 전망이다.
5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대학이 지난해 6월 교육부에 제출한 ‘2023년 지정 글로컬대학 최종 수정 실행계획서(계획서)’에서 9개 항목 중 5개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중 3개 항목의 기준값은 2023년 작성 당시 0에 머물렀다. 해당 계획서는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공개됐고 취재진이 최근 확보했다. 해당 평가 결과는 교육부가 사업 유지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계획서에 따르면 △미래교원 양성 △휴먼 인터랙션 △융복합교육 활성화 △지역 혁신인재 양성 지수가 목푯값을 충족했다. △부산형 글로컬대학 특화전략 △디지털 인터랙션 등 2가지 항목은 목푯값에 근소하게 미치지 못했다. 반면 △첨단 의생명 융합교육 혁신 △에듀테크 산업 활성화 △의생명 산업 활성화는 0에 불과했다.
우리 대학 기획처는 이러한 평가 부진의 원인이 사업비 예산 교부가 지연된 데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교부가 반년 이상 연기돼 사업 착수도 늦어졌다는 것이다. 기획처에 따르면 2023년 11월 13일 글로컬 사업에 최종 선정된 우리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2023년 안에 1차 예산을 받고, 2024년 상반기 중 2차 예산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예산이 내려온 시점은 각각 2024년 1월과 10월로 반년가량 늦춰졌다. 기획처 산하 재정전략실은 “예산이 일정하게 내려오지 않나 보니, 사업 집행 일정이 줄줄이 지연돼 계획한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업비 액수도 당초 계획보다 적게 지급된 점도 평가 부진의 원인이 됐다. 우리 대학 기획처에 따르면, 1차 예산에는 요구한 금액 그대로 △부산대 52억 원 △부산교대 26억 5,000만 원을 받아 집행에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2차 예산의 경우 두 대학이 합쳐 200억 원이 조금 넘는 예산을 신청했지만, 실제로는 △부산대 약 100억 원 △부산교대 약 50억 원으로 총 150억 원가량만 교부됐다. 재정전략실 측은 “글로컬 예산이 매년 줄거나 늦게 나오니 계획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며 “수백억 원 단위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변동은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비 교부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본부에 따르면 올해 지급될 3차 예산도 4일 기준 여전히 교부되지 않았다. 여기에 사업 집행과 평가 기준이 변경된 점도 원활한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기획처에 따르면 글로컬 사업의 1·2년 차 집행 기준을 ‘국립대학육성사업’으로 삼던 교육부는 3년 차부터 돌연 ‘RISE(지역혁신대학지원) 체계’로 바꿨다. 사업 기간 5년 동안 두 차례 예정됐던 종합평가도 매년 1회로 늘었다.
재정전략실은 “재정·평가 기준이 해마다 바뀌는 탓에 장기적인 청사진이 무력화되고 있다”며 “(사업 변동이 잦아) 통합 계획이 확실시되면 전반적인 안을 수정해 사업을 찬찬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5년 6월 현재는 모든 지표에서 2024년 평가 목푯값을 달성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대학은 지난해 1월과 10월 받은 1, 2차 사업비 228억 원 대부분을 우리 대학과 부산교대의 기초 교육 인프라 구축에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의 경우 △실험 장비 기구 구매 △미래 시민 교육원 확충 △교대생 대상 산학협력 교육 실시 등에 150억 원가량을 사용했다. 부산교대는 △첨단 강의실 신설 △학생 대상 해외 파견 프로그램 등에 7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우리 대학 재정전략실은 “그동안은 씨앗을 뿌리는 단계로, 앞으로도 시설 구축을 위해 예산을 투자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로컬 사업 집행과 평가 기준 등이 변화함에 따라 학생 생활 전반에 투자될 예정이었던 사업도 전면적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특히 사범대 이전, 밀양캠퍼스 축소 등이 최근 교육부가 최종 승인한 ‘최종 통합 추진안’에 담긴 것(<채널PNU> 2025년 6월 5일 보도)으로 드러나 △캠퍼스 공간 활용 계획 △교직·교양 이수 체계 △학생 휴게 공간 △기숙사 △순환버스 등 학생 밀착 사안에 대한 재논의가 불가피해졌다. 기획평가과는 “학생 요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연구 용역을 통해 최적화된 시간표와 교과 운영안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알려드립니다. (06.05 20:06 수정)
기사 발행 이후 재정전략팀 측은 ‘2023년 지정 글로컬대학 최종 수정 실행계획서(계획서)’의 기준값이 인터뷰 과정에서 설명한 ‘2024년 기준’이 아니라 2023년을 기준으로 해 달성 비율과 항목에 변동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에 <채널PNU>는 취재 과정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독자분들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사에 보도된 목표값 달성 비율을 ‘90%’에서 ‘50%’로 변경하고 해당 비율과 달성 지표 등을 수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