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뷰파인더] “‘좋은 건축’이란 '지역'을 존중하는 건축”
-우신구(건축학) 교수 인터뷰 -부산 아미동·서동 등 도시재생 연구 -지난해 부산시 총괄건축가로 임명 -“고층 아파트로 인한 경관 개선 필요” -“경사지 개선해 더욱 안전해져야”
“좋은 건축이란 건물이 지어지는 장소 즉, 지역에 맞는 건축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건축을 해야 한다는 우리 대학 우신구(건축학) 교수는 지난해 11월 부산시의 제3대 총괄건축가로 임명됐다. 부산시 총괄건축가는 2년의 임기 동안 부산의 건축·도시 디자인의 장기 발전 방향을 마련하고 정책을 총괄한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학사와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그간 그는 부산시의 △서동 정책 이주지 △아미동 비석마을 등 부산 내 낙후된 도심 지역을 연구하며 부산의 도시재생에 앞장서 왔다. 현재 우 교수는 부산의 도시 건축을 꾸준히 연구하는 동시에 우리 대학에서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채널PNU>는 지난 6월 4일 우신구 교수를 건설관 연구실에서 만나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시와 건축에 대해 물었다.
△건축학과 교수로서 주로 어떤 연구를 해오셨나요?
-주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건축에 관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서동 정책 이주지 △반송 정책 이주지 원도심인 △광복로 일대 쇠퇴 지역인 △아미동 비석마을 등을 학생들과 함께 연구했어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도시재생 사업에 제안을 받아 참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였나요?
-아미동 비석마을 연구에서는 마을 내 빈집 분포 현황을 파악하고, 빈집 개선을 위해 어떤 일이 필요한지를 조사했습니다.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으로, 마을 내 위험한 골목길을 개선하거나 빈 상점을 리모델링해 주민이 운영하는 마을 상점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미동은 빈집을 없애고 △대형 세탁기 △건조기 △샤워시설 등 공동체 시설을 마련해 기존의 낙후된 집에서 해소하기 어려운 부분을 개선했습니다. 도시재생 통합 사업인 만큼 시설 외에도 공동체 형성을 위해 주민 간 프로그램도 지원합니다. 마을 청소년 중 부모와 자주 어울리지 못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복지관과 협력해 청소년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문화적 측면도 개선한 사업이었습니다.
△부산시 총괄건축가로 임명셨는데 직책과 맡은 사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총괄건축가는 민간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지자체, 시청에서 건축 및 도시 관련 분야에서 민간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을 지원받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직책입니다. 건축기본법 내 제도에 의해 운영되는 자리로, 자문하거나 부서 간 협력·조정 등을 총괄합니다.
대표적으로 △15분 도시 △빈집 문제 △공개 공지 활용이 있는데요. ‘15분 도시’는 걸어서 15분 안에 많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걷기 좋은 길을 만들어 자동차 이용률을 낮추고, 지역 커뮤니티 활성을 위해 어린이 복합 도서관인 들락날락·우리동네ESG센터와 같은 일자리 센터를 만들어 15분 도시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물량의 빈집을 리노베이션(Renovation)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개공지’는 고층 건물 주변의 보도를 통행하는 사람이 쉼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건물의 사유지였던 공간을 공공에 내어주는 대신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예요. 부산에는 800개 이상의 공개공지가 있지만, 분리배출장으로 사용하거나 조경을 설치해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면과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가 심각합니다. 이에 국토부에 관련 연구비를 신청해 확보했고, 올해 하반기까지 지역의 특성에 맞춰 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부산의 도시 건축 목표인 ‘글로벌 디자인 도시’란 무엇인가요?
-글로벌 디자인 도시는 부산의 정책적 목표인 글로벌 허브 도시와 관련있습니다. ‘글로벌 허브 도시’란 부산시의 경제적 쇠퇴와 인구 감소를 반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목표인데요. 목표를 실현하는 부분에 있어 부산은 건축물 난립으로 경관이 아름답지 않다는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이에 글로벌 허브 도시에 걸맞도록 도시 전체 디자인을 바꿔보자는 의도로 △건축 △공원 △문화시설 등 도시 전체 디자인을 전반적으로 향상하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오페라 하우스 등 건물 설계, 버스 정류소 벤치와 같은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축가적 시선으로 본 부산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장점은 바다와 산이 있는 것이고, 단점은 경사지 지형이라는 것입니다. 대도시의 조건은 대구·대전·광주와 같은 넓은 평지를 갖추는 것인데, 부산은 경사지로 이어진 지형이기에 도시를 만들기 어려운 지형이에요. 경사진 지형 덕에 간선도로가 하나밖에 없고 높은 경사지에 거주하는 거주민. 특히 고령자들이 이동하기 어렵죠. 장점은 바다가 있기에 경관이 좋고 해안가에 초고층 건축물을 지어도 넓은 바다가 있어 상대적으로 시야가 답답해지지 않습니다. 결국 경사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어떻게 바다 조망을 얻을 것인지가 부산의 건축에서 큰 관건입니다.
△부산의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실 바꾸고 싶은 부분은 매우 많습니다. 우선 부산의 도시 경관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고층 아파트로 인한 경관인데요. 해안가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가 더 많은 조망권을 확보하려다 보니 아파트 뒤 건물의 조망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동구의 산복도로만 하더라도 바다를 볼 수 있어 과거에 ‘망양로’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지금의 산복도로는 아파트가 바다를 거의 가리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고층 아파트와 그 뒤의 건물들이 어떻게 하면 경관을 나눠 가질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부산의 쇠퇴한 산복도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파트 건립 등 재개발하거나 재생 사업을 해야 하는데, 또다시 고층 건물로 인한 경관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산과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도시 내 공공 공간의 면적이 좁고, 무질서한 문제가 있어 도시 비우기 사업 등을 통해 경관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건축·도시 디자인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부산이 경사지가 많다 보니 산복도로와 같이 높은 경사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편리한 생활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홍콩과 같은 외국은 높은 고도로 갈수록 고소득자가 거주하고 있는데, 부산은 그와 반대입니다. 이에 외국과 같이 부산의 경사지를 개선해서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지금보다 많은 중산층이 살 수 있도록 쾌적한 거주지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부산의 대표적 경사지인 산복도로에는 저소득층,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최근 편리한 이동을 위한 수직 엘리베이터, 모노레일을 도입함으로써 도시재생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길, 녹지 조성 등과 같은 부분도 개선해 좋은 주거지가 되도록 만들면 좋겠지만, 비용 문제가 있어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적으로 여기시는 도시는 어떤 모습인가요?
-통일성을 유지하되 각각의 개성을 살린 도시를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독특한 건축물에 관심을 가졌는데, 최근엔 모든 건축물이 독특할 필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프랑스 파리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건물의 통일성 때문에 그런 거예요. 실제로 파리 중심부의 길 양쪽에 들어선 건물의 창문, 지붕 등이 모두 똑같습니다. 반면 통일성을 지켜도 지루한 곳이 있어요. 신도시와 같은 곳은 똑같은 디자인의 아파트만 있다 보니 지루함을 느낄 수 있죠. 건물의 모양을 조금씩 달리해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도시 전체적으로는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무엇일까요?
-전공이 도시 건축이다 보니 하나의 건물보다는 지역에 맞는 건축이 무엇인지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건축이란 건물이 지어지는 장소에 맞는 건물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의 맥락 △거주하는 사람들 △지역의 독특한 문화 △종교 이런 것들을 존중하는 건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 교수님으로서 학생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전해주세요.
-어떤 분야이든 한 가지의 일을 꾸준히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거제도에 매미성이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어요. 누군가 태풍을 대비해 축대를 쌓다 보니 어느 순간 성을 완성한 것이죠. 매미성처럼 어떠한 일이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완성되는 것 같아요. 저도 아미동 비석마을 사례처럼 여러 일들을 했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전문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이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열심히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 분야에 관해 상위 5% 안에는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