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이전에 발빠른 대학들··· 부산대는?
-정부 해수부 연내 이전 약속에 -부경대, 대응위원회 꾸리고 -해양대, 관련 정책 간담회 열어 -우리 대학 TF 구성, 늦은 출발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본격화하면서 부산 지역 대학들의 대응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는 이미 관련 조직을 구성하는 등 전략 수립에 착수한 반면, 우리 대학은 최근에서야 대응 TF 구성 방침을 밝히며 늦은 출발을 알렸다.
8월 29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부경대(부경대) △한국해양대 △부산외대 등은 해양수산부(해수부) 이전에 따른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경대는 지난 7월 31일 지역 대학 최초로 ‘해양수산부 이전 대응 위원회’를 구성하고 6개 분과 체제로 9월까지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한국해양대는 지난 7월 29일과 8월 8일 잇달아 ‘이재명 정부 북극항로 정책과 국립한국해양대학교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 간담회를 여는 등 ‘북극항로 추진단’ 출범을 준비하며 국가 전략과 연계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외대는 지난 8월 12일 국립수산과학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국어 수산 전문용어 데이터화 사업에 착수했다.
반면 우리 대학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관련 학과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해양학과 학과장 양기호 교수는 “해수부가 정부 기관인 만큼 학과 차원보다는 대학본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본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 전했다. 공과대학 학장인 정주철(도시공학) 교수도 “우리 대학의 연구력과 성과는 충분하다”며 “대학본부 차원의 전략을 통해 다양한 학문이 하나의 비전으로 모여 지역과 대학 발전이 연동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 이전과 관련한 우리 대학의 움직임은 앞서 해양학과 교수진이 대학본부에 제안해 개설한 해수부 이전 관련 시민 아카데미가 유일하다. 이달 국립해양박물관과 마련한 ‘해양수도 부산, 시민과 함께하는 해양과학·역사 아카데미’는 8월 29일부터 다음해 1월 23일까지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다. 양 교수는 “해수부 이전의 취지와 실질적 이점을 시민에게 소개하는 자리”라며 “해수부 이전에 따른 해양학과의 대응 방안으로 대학본부에 먼저 제안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련 학과들은 우리 대학이 해수부 이전 전략 수립 등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부경대와 해양대와 달리 우리 대학이 해양 수산 분야가 특화된 단독 단과대학이 없기 때문으로 본다. 우리 대학에 해수부 관련 학과는 △자연과학대학 해양학과 △공과대학 조선해양공학과 △공과대학 건설융합학부 토목공학전공 해양항만공학 등 학과·학부 차원이고 교수진도 30인 정도에 그친다.
반면 부경대와 해양대는 각각 ‘수산’과 ‘해양’에 있어 뚜렷한 특수성을 가진다. 1941년 부산수산대학을 모태였던 부경대에는 현재 △수산생명과학부 △수산생명의학과 등 수산·해양산업 관련 학과를 아우르는 ‘수산과학대학’과 △해양공학과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등 환경과 해양에 관련된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환경·해양대학’, ‘글로벌수산대학원’까지 학부와 대학원이 있고, 관련 교수진도 60인 이상에 달한다. 해양대는 △해사대학 △해양과학기술융합대학 등의 단과대학과 △해사산업대학원 △해양과학기술전문대학원 등 특화된 대학원을 갖추고 있으며 200인 이상의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해양 분야에서 국제 교류를 하고 정부재정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부경대는 2023년부터 한·중·일 연계 해양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동경해양대학 대학원에 진출하도록 지원하고, 국립수산과학원과의 협약을 통해 공동 인재 양성과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을 추진한다. 국립목포해양대와 함께 글로컬대학30 사업에서 예비지정된 한국해양대는 국토교통부 ‘혁신융합캠퍼스 구축 사업’에 선정돼 동삼혁신지구에 해양신산업 혁신융합캠퍼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인근의 해수부 산하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국무총리 산하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과 연계해 산학연 협력 체계도 강화했다.
우리 대학의 해수부 관련 학과는 부경대와 한국해양대처럼 특화대학은 아닐지라도 종합대학으로서의 이점을 활용해 다양한 학문과 연계된 해양 연구 성과를 쌓고 있다고 자평한다. 관련 학과에 따르면 2003년 설립된 해양연구소를 중심으로 교수진 9명 중 6명이 해수부 연관 과제로 △기후변화 △해양환경 △미세플라스틱 저감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수소 해상 물류 체계 구축을 위한 수소선박기술센터가 누적 3,00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수주하며 국내 조선 3사 및 국제기관과 협력 중이다. 과거 CWUR 세계대학랭킹센터가 10년 단위로 발표하는 ‘2017 전공별 세계대학평가’에서 해양공학 세계 8위를 기록한 바 있다. 양 교수는 “부산대는 거점 국립대이자 종합대학으로 학제 융합과 정책·과학·공학이 결합한 연구와 교육에 강점이 있다”며 “부경대와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종합대학인 부산대만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정부 기관이 부산으로 이전하는 절호의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학 교육이 정책 현장의 수요와 맞물리면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학교 국가정책대학원은 2016년부터 세종정부청사와 국책연구 단지 근무자를 대상으로 현장 맞춤형 교육을 운영하고, 퇴근 후·주말 강좌로 현직자들의 학업 병행을 지원하고 있다. 세종공동캠퍼스는 정부세종청사 이전으로 생긴 교육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법령 개정 후 설립되었으며,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다른 지역 대학보다 뒤늦게나마 우리 대학은 해수부 이전 대응 TF를 꾸리기로 했다. 대학본부는 “수산대학인 부경대와 달리 우리 대학은 종합대학으로서 해당 분야만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해수부 관련 연구 경험이 있는 교수진 30여 명을 중심으로 대응 TF를 준비하기로 했다”며 “종합대학의 강점을 살려 교육대학·행정학·공공정책학 등과 연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나 계약학과 등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며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연내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1일 해수부는 ‘해수부 부산 이전 추진기획단’을 출범시켜 부산 동구에 임시 청사를 마련하고 예비비 867억 원을 투입해 연내 이전을 목표로 체계 구축에 나섰다. 해수부는 1996년 발족한 중앙행정기관으로 △해양영토 수호 △수산업 진흥 △해양환경 보전 △항만·해운 정책 등을 총괄한다. 그러나 2013년 세종시로 이전한 뒤 해양 현장과의 괴리, 수도권·내륙 중심 행정의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바로잡습니다(9.15. 17:25)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해양수산부 산하가 아닌 국무총리 산하로 확인되었기에 기사를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