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학생회에 '넉터 대관 금지령'

-공대·인문대 제외하곤 넉터 대관 불가 -학생과 “소음 민원 커 불가피한 조치" -학생회들 "학생 의견 수렴 없어" 반발

2025-08-29     송민수 기자

우리 대학의 주요 행사 거점지이자 공론장으로 자리한 ‘넉넉한 터’의 대관을 제한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소음 민원에 따른 학습권 보호가 명분이지만 총학생회를 포함한 일부 단과대 학생회는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우리 대학 넉넉한 터. 대학본부는 최근 인문대학과 공과대학을 제외한 다른 단과대학이 출범식과 단과대축제 등의  행사를 위해 넉넉한 터를 단독으로 대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민수 기자]

8월 29일 현재 우리 대학 시월광장 넉넉한 터(넉터) 대관을 담당하는 학생과에 따르면 현재 넉터 인근에 자리한 공과대학(공대)과 인문대학(인문대)를 제외한 15개 학생회는 넉터에서 축제 및 출범식 등 자체 단독 행사를 열 수 없다. 이는 '부산대학교 시설관리 및 사용허가에 관한 규정'에 따라 넉터의 관리와 사용 허가 주체인 학생과의 결정으로 지난 학기부터 적용됐다.

학생과는 넉터 인근에 있는 공대와 인문대의 반복된 소음 민원으로 인해 넉터 대관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된 건 2023년 11월부터다. 지난해에는 학생과 재량으로 대관 제한 조치를 풀었다가 지난해 10월 다시 본격 시행했다는 것이 학생과 설명이다. 학생과 학생지원팀은 “지난 5월에도 두 단과대학의 학과장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현행 제한 조치를 유지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학생들의 자치활동도 중요하지만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을 희생할 순 없다”고 말했다.

넉터 대관 제한 조치에 단과대 학생회는 당장 오는 학기 축제 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리 대학 부산캠에는 넉터와 대운동장을 제외하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만한 야외 공간이 부족하다. 지난 4월 사회대와 사범대 출범식은 경제통상관과 제1사범관 앞 도로를 교통 통제한 상태에서 진행됐으나 도로 폭이 좁고 경사가 높아 학생들의 불편이 컸다.

단과대 인근 공간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나노과학대학 송영환(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 21) 회장은 “나노대는 단과대학 건물이 아닌 강의실만 소유하고 있어 해당 건물 앞 도로를 쓰기 어렵다”며 “올해 색다르게 축제를 기획하려 했으나 장소 협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일 열린 제13차 확운위에 따르면 사회대도 사회관 개축에 따라 다음해 2월 생물관 등으로의 임시이전을 앞두고 있어 행사 장소를 섭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우리 대학 재학생 A(영어교육학, 23) 씨는 “횃불제가 넉터에서 진행됐던 지난해와 달리, 제1사범관 앞 도로에서 진행된 탓에 축제 공간이 협소해 무대가 보이지 않았다”며 “위치도 불분명해 축제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재학생 B(조선해양공학, 21) 씨는 “넉터 대관 제한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넉터는 학생들에게 열린 공용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넉터 대관 제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불만도 인다. 정보의생명공학대학(정의대) 소속 정보컴퓨터공학부 학생들은 넉터 인근 제6공학관에서 수업을 듣고 있으나, 정의대 학생회는 인문대·공대와 달리 넉터 대관을 할 수 없다. 정의대 신태일(정보컴퓨터공학, 21) 회장은 “정의대 학생들도 넉터 인근 제6공학관에서 수업을 듣는데, 넉터에서 행사도 못하고 소음으로 피해만 본다”며 “넉터 대관이 왜 인문대와 공대만 허용되는지 정확한 이유와 제한 기준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넉터라는 공용 공간을 단과대 학생회 중 일부가 독점하는 것은 학생회 간 형평성에도 어긋난단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학생들의 공론장’이라는 넉터의 상징이 무색하게, 본부가 학생 의견 수렴 없이 제한을 결정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제13차 확운위 회의록에 따르면 총학은 넉터 대관 제한을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단과대학 학생회장 C 씨는 “학습권 보장이라는 취지는 이해하나, 논의 없는 제한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재학생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과대학 학생회장 D 씨는 “행사 시간을 수업 시간 이후로 조정하거나,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총학은 지난 7월 7일 단과대학·학과 학생회의 의견을 취합한 공문을 학생과에 전달해 논의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학생과 학생지원팀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 계획은 없다”며 “논의가 이뤄진다면 9월 (총학과의) 정례회의에서 다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넉터에서 학생들이 행사를 하면 좋은 건 알지만 결정이 번복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일부 졸업생들은 넉터의 상징성이 크게 퇴색할 것 같다는 우려를 표했다. 졸업생 E(경영학 17, 졸업) 씨는 해당 조치에 대해 “넉터는 학생들에게 열린 공간이었는데, 점점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학생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