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자멸 아닌 찬란한 멸종을 위해
-지난 8월 28일 도서관서 열린 -올해 첫 번째 알쓸신작 강연에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 올라
“인류는 우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주와 자연을 위해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이 인류의 미래와 멸종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며 테라포밍부터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발전 등 미래 생존 전략을 조망했다.
지난 8월 28일 우리 대학 새벽벌도서관 1층 새벽마루에서 열린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비한 작가 사전(알쓸신작)’ 강연에 국내 대표 과학스토리텔러이자 펭귄각종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초청돼 ‘테라포밍 또는 찬란한 멸종-그래도 우리는 지구에 살아야 한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서울시립과학관장 △국립과천과학관장을 역임했던 이 관장은 지난해 과학서 <찬란한 멸종>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등을 펴내고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이 관장은 2,150년을 인류가 멸망하는 가상 시점으로 두고 지금으로부터 46억 년 전 지구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강연을 시작했다. 지구상에서 사라진 생명체의 서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그는 “지구는 아픈 적이 없고,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지구가 아닌 인간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장은 인류가 다른 생명체처럼 수명을 다해 맞이하는 ‘찬란한 멸종’이 아닌 ‘자멸’의 길을 가지 않으려면, 인류가 자연에 미치는 그릇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멸종은 이전 멸종들과 달리 인위적일 것”이라며 “올바른 세금 사용과 법 제정을 통해 과학기술을 충분히 활용해 자멸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장은 기후위기 극복 방안은 의지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에 대해 1850년대 지도에서도 기온의 변동이 존재했음을 예로 들며, 단순히 산업혁명 탓만은 아니라고 짚었다. 이 관장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95%는 이미 확보돼 있다”며 “문제는 기술의 존재가 아닌 ‘사용 의지’”라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 갖는 화성 테라포밍*에 대한 환상도 경계하며 현 지구 환경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성과 지구의 근본적 차이로 △바다 △위성의 크기 △자기장 유무를 꼽았다. 이 관장은 “화성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해류 순환이나 방사선 차단이 어렵다”며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지구를 복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신재생에너지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원전이 갖는 안정성과 에너지 질을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그는 “최근에는 저장 기술이 발전하고 비용이 급감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정밀한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원전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전국 전기요금이 동일하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송전 거리 따라 요금 차등제를 적용하면 원전 수용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강연은 대학 도서관이 BK21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비한 작가 사전(알쓸신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도서관은 과학, 인문 등 다양한 분야 작가 강연을 통해 대학원생을 비롯한 구성원의 사고 지평을 확장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오는 10월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윤홍균 원장, 11월에는 경희대 김상욱(물리학) 교수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도서관과 우리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테라포밍(Terraforming) :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지구 생물이 원활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