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이냐 아니냐' 표결 번복··· 대총 일부 파행
-위임장 처리 문제로 재표결 -심의 중에 정족수 미달 발생 -총학생회칙도 표결 못 가 -총학, 서면 의결 보완 예정
우리 대학 총학생회의 미숙한 대의원총회 운영으로 인해 회의 도중 표결 결과가 뒤집히는 혼란이 벌어졌다. 이어 회의장을 중도 퇴장한 대의원들로 인해 개회 정족수가 미달돼 폐회됨에 따라 총학생회칙 개정 등 일부 주요 심의 안건이 다뤄지지 못했다.
지난 9일 오후 7시 대학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2025년도 하반기 민족효원 대의원총회 정기회의(대총)’이 열렸다. 연간 2회 실시되는 대총은 학생총회 다음의 최고 의결기구로 △총학생회(총학) △단과대학 학생회 △독립학부 학생회 △동아리연합회의 회장·부회장 △학과 학생회장으로 구성된다. 이날 대총에는 회의 재적인원 142명 중 출석의원은 83명으로, 그 중 32명이 의결권을 위임해 실제 현장에는 51명의 대의원이 참석했다.
총학생회가 제시한 총 29개의 사업계획(△교육정책국 5건 △대외협력국 4건 △문화기획국 3건 △사무행정국 4건 △소통홍보국 4건 △재정운영국 2건 △학생복지국 7건) 중 학생복지국의 ‘2025학년도 하반기 미리캔버스 무상지원’ 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통과됐다.
총학생회 특별기구의 사업계획과 예산안에 대한 인준도 이뤄졌다. 지난 3월 상반기 대총에서 대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는(<채널PNU> 2025년 3월 14일 보도) 총학생회 특별기구 응원단 ‘피날레’의 사업 계획안은 이번엔 통과됐다. 하지만 사업 예산안은 오탈자로 인해 향후 서면 의결이 예정됐다. 지난 5월 열린 임시대총에서 잔류 의사를 밝혔으나 예산안과 편집장 인준을 거치지 않아 회칙 위반 상태에 있던(<채널PNU> 2025년 5월 22일 보도) 특별기구 ‘효원’의 편집장·사업계획·예산안도 인준됐다.
혼란이 야기된 안건은 총학 중앙집행위원회 중 ‘학생복지국’의 사업계획이었다. 최초 표결 당시 정족수 85명 중 찬성 43명, 반대 23명, 기권 19명으로 가결 정족수 43명을 달성해 가결됐다. 그러나 인준 안건 3호 총학생회 특별기구 응원단 ‘피날레’의 사업계획 인준 도중 한 대의원이 중도 퇴장 인원의 위임장이 유효한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총학은 뒤늦게 정족수 80명, 찬성은 38표라고 정정하며 부결로 번복했다. 이어 총학은 ‘미리캔버스 무상지원’ 사업을 제외한 사업계획 수정안에 대해 재의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정족수 75명 중 찬성 44명, 반대 3명, 기권 28명으로 가결됐다.
이 같은 혼선은 회의 도중 퇴장한 5명의 대의원으로부터 사후 제출된 위임장을 총학이 정족수에 포함해 찬성표로 처리하는 것에서 발생했다. 이에 일부 대의원들로부터 총학의 위임장 처리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자연과학대학 이정민(수학, 21) 학생회장은 “총학생회칙에 따르면 위임장은 회의 이전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문대학 김예빈(불어불문학, 23) 학생회장도 “사전에 받은 위임장 32장만 인정해야 한다”며 “이 경우 찬성이 38표로 가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총학은 중도 퇴장 인원을 제외하고 정족수를 80명으로 재설정해 해당 사업을 부결로 재결정했다.
대총 이후 최수인(영어영문, 20) 총학생회장은 이 같은 번복이 회칙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당시 제출 시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며 “회칙을 위임장을 언제 제출해도 상관없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번복 결정에 대해선 “현장에서 제기된 대의원들의 의사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대학 총학생회칙 제16조에 따르면 대의원은 위임장을 제출할 시 해당 회의 개회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혼선 끝에 마지막 안건인 ‘총학생회칙·세칙·규칙 일부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중도 폐회됐다. 개정안에는 논란을 빚어 온 ‘의결권 위임 조항’인 총학생회칙 제16조에 대한 개선안이 포함됐다(<채널PNU> 2024년 11월 8일 보도). 참석하지 않은 대의원의 의결권을 의장한테 위임한다는 기존 조항에 더해 ‘위임장은 재적 위원의 최대 10분의 1까지만 인정한다. 이를 넘길 경우 해당 회의는 무효로 한다’는 제한 조항이 달렸다. 이는 지난 8월 4일 일반 재학생을 포함해 구성된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칙·세칙·규칙 개정 TF’에서 마련돼 지난 9월 2일 중앙운영위원 11명이 발의했다.
현장에선 개정안에 대한 대의원들의 심의가 이뤄졌다. 한 학생회장은 “위임장을 총의석수의 최대 10분의 1로 줄이기보다 다른 방안을 찾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신설된 안건 때문에 개회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TF가 답변을 이어가던 중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종료됐다.
폐회로 인준되지 못한 안건은 서면 의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최 총학생회장은 “피날레 예산안, 총학생회칙 개정안, 회의록 인준은 서면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결에서 제외된 학생복지국의 미리캔버스 무상지원 사업에 대해서 최 총학생회장은 “(사업을) 아예 취소할지 서면 의결을 진행할지는 내부적으로 의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