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쓰 무법지대] 캠퍼스 음식물쓰레기, 법은 없지만 대안은 있다

-부산대, 취식 시설 외 음식물 분리배출 '0' -건물당 하루 50L 배출 중인 것으로 확인 -부산 11개 대학중 수거통 설치는 3곳뿐 -전문가 "지자체 협약 등 적극적 대응 필요"

2025-11-07     송민수 기자

우리 대학을 포함한 대다수 대학 캠퍼스에서 음식물쓰레기가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며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법적 의무가 없어 분리배출 시스템이 전무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자체 협약 △자체 인프라 구축 △다회용기 배달 시스템 도입 등 다층적 접근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7일 <채널PNU> 취재에 따르면, 현재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는 취식 시설 외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거나 화장실 변기에 내려보내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한 단과대 청소 노동자에 따르면, 단과대학 한 건물에서만 하루 50리터 종량제 봉투가 가득 찰 정도로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지만, 이를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수거함이나 재활용 시스템은 취식 시설인 학생식당과 기숙사 식당 외엔 전무하다.

부산 지역 11개 대학 중 학생 식당, 편의점, 기숙사 외에 음식물쓰레기 전용 수거통을 설치한 곳은 △동의대 △부산교대 △부산가톨릭대 단 3곳뿐이다. 동의대는 5개 건물에 수거통을 설치하고 외부 업체와 계약해 일괄 수거하며, 부산교대는 학생 휴게 공간에 가정용 처리기를 비치해 미화원이 수거·건조하는 방식을 운영 중이다.

부산 지역 내 대학 11곳을 대상으로 캠퍼스 내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설치 여부를 조사했다. (c) 정미정 기자

■환경오염에서 노동 부담까지

음식물쓰레기가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환경오염에 그치지 않는다. 자원 낭비, 추가 환경 피해, 청소 노동자의 업무 과중까지 복합적인 악순환이 이어진다. 환경부가 발표한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의 분류체계 및 분류 방법 설명서'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는 본래 선별·건조·발효 등의 과정을 거쳐 가축 사료나 유기질 비료로 재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러한 재활용 기회를 잃고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매립된다.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가중된다. 매립 시 악취와 침출수로 인해 토양·수질 오염이 발생하고,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기 오염을 유발한다. 소각 시에도 열에너지 소모가 크고, 음식물에 함유된 염분이 소각시설 부식을 일으킨다. 더 큰 문제는 음식물쓰레기가 다른 재활용품까지 오염시킨다는 점이다. 한국환경연구원 주문솔 연구위원은 “보통 캠퍼스 내에서는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수거업체가 수거 후 재분류한다”며 “이때 혼합배출로 인해 다른 폐기물이 음식물에 오염돼 재활용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활용쓰레기를 오염시키면 전체 재활용률이 떨어져 매립과 소각량이 증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분리배출되지 않은 음식물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의 무게와 부피를 증가시켜 수거 빈도를 높이고, 악취와 위생 문제로 청소 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가중시킨다. 우리 대학 한 청소노동자가 언급한 음식물쓰레기 ‘하루 50리터 배출’은 단순한 쓰레기량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육체적 부담과 열악한 작업 환경인 셈이다.

■근본 원인은 ‘법적 공백’

캠퍼스 내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법적 의무 부재 때문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제15조와 시행령 제8조에 따르면,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 의무는 ‘다량배출사업장’에만 적용된다. 다량배출사업장은 △영업장 면적 200㎡ 이상인 일반·휴게음식점 △하루 급식인원이 100명 이상인 집단급식소 등이다. 학내식당은 다량배출사업장으로 분류되지만, 그 외 건물엔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

폐기물관리법 제3조의2는 사업자가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자발적으로 재활용에 노력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선언적 조항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주문솔 연구위원은 “구내식당 외 대학 일반 건물은 일반 오피스와 같이 분리배출 의무가 없고, 법령상 배출자 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해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4가지 방식의 통합 접근

전문가들은 캠퍼스 내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단순한 수거통 설치로는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상황에서라도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자체적 시스템과 협력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문솔 연구위원은 ①건물별 소규모 감량기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캠퍼스는 부지가 넓고 배출 지점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건물 단위로 소규모 음식물 감량기를 설치하고, 감량기 부산물을 일정 기간 부숙시켜 퇴비로 활용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만 감량기 부산물도 법상 폐기물로 분류되므로, 사전 수거·관리 체계를 민간 수거업체와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안은 ②관할 지자체와의 협약이다. ‘폐기물관리법’ 제16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폐기물 배출자와 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조례에 따라 협약 이행에 필요한 지원도 가능하다. 주 연구위원은 “음식물 자원화 시설을 보유한 지자체와의 협약을 통해 반입을 지원받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법적 의무는 없지만 지자체와의 제도적 연계를 통해 캠퍼스 내 분리수거 인프라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는 것이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나서 ③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전담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고 운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우리 대학 김혜미(식품영양학) 학과장은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을 건물마다 설치한다면 그 상태를 상시 확인하고, 정기적인 세척·수거 일정을 관리할 전담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건물 관리 인력의 업무가 이미 과중해 추가 인력 배치 없이는 정기 세척, 해충 방제 같은 기본 관리조차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운영 시기도 문제다. 대학 캠퍼스는 방학마다 유동 인구가 대폭 감소하기 때문이다. 김 학과장은 “학기 중에는 배출량이 많지만 방학 중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아, 절반만 찬 수거통이 방치될 경우 오히려 악취와 해충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방학기에는 축소 운영하거나 철수·보관 모드로 전환하고, 학기 말에는 통 비움과 해충 방제를 완료하는 등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수거업체와 연동된 월간 대시보드를 도입해 △배출량 △오염률 △세척·방제 이행 여부 △민원·반송 사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 학과장은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화하고, 단과대 대항 감량 챌린지 같은 경진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감량과 오염률 감소를 유도하는 방식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④‘다회용기 반납 스테이션’ 도입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김 학과장은 음식물쓰레기 배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시스템 마련이나 수거 시스템 운영이 어렵다면, 배달업체와 협약을 맺고 다회용 용기와 반납 스테이션을 캠퍼스에 도입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학과장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는 캠퍼스 내 다회용 식기를 도입하고, 여러 지점에 반납 스테이션을 설치해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며 “이러한 해외 사례와 국내 한강공원 모델을 참고한 민관협력 모델을 우리 대학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여의도·뚝섬 한강공원에 다회용기 반납함 5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리턴잇(Return It)’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잇그린과 협업한 이 시스템은 소비자가 배달 앱에서 ‘다회용기’ 메뉴를 선택하면 스테인리스 용기에 음식이 배달되고, 다 먹은 후 반납함에 넣으면 회수·세척돼 다시 업체로 배송되는 구조다. 한 달간 약 300개의 일회용기가 절약됐으며, 반납률은 97%에 달했다. 잇그린 측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강공원뿐 아니라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대학 캠퍼스, 기숙사에도 반납함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 대학은 “학내 건물은 취식 공간이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제시한 건물별 감량기 설치, 지자체 협약, 체계적 관리시스템, 다회용기 도입 등의 방안은 이미 일부 대학과 지자체에서 실행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학생식당 중심이었던 취식 패턴이 건물 곳곳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형태로 바뀌면서 기존의 식당 운영 시스템만으로는 음식물쓰레기 대응에 한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법적 강제가 없더라도 변화하는 캠퍼스 환경에 맞춘 적극적 대안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