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총학 선거] “필요하지만 관심 없어” 총학을 외면하는 이유

[기획] 총학, 존재 이유를 묻다 -5년간 투표율 과반 미달 지속 -공약 반복되지만 성과는 부족 -학생들, 실질적 변화 체감 못 해 -"어려운 환경이지만 존재 이유 입증해야"

2025-11-07     박선영·김주홍 기자

우리 대학 총학생회가 학내 무관심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되묻고 있다.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체감은 크지 않다. 반복되는 복지 공약과 형식적인 행보는 총학생회가 실제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

7일 <채널PNU>는 오는 11월 25일 치러질 제58대 총학생회장단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이후 구성된 총학생회(총학)의 활동과 학내 인식을 분석했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9일까지 우리 대학 재학생 1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학생회가 대학 사회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81%(115명), ‘학내에서 중요하다’는 응답은 76%(108명)에 달했다. 반면 ‘총학 활동에 대한 관심도’는 ‘보통’이 43%(61명), ‘관심이 낮다’가 33.1%(47명)로 나타났다.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총학생회의 활동에 대한 체감 수준은 낮았다.

채널PNU가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9일까지 실시한 '총학생회 인식 조사'의 결과. (c)박건희 기자

이런 인식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총학 선거 투표율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단 한 번도 과반을 넘기지 못해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선거 기간이 하루씩 연장됐다(부대신문 2020년 11월 30일 보도, <채널PNU> 2024년 11월 28일 보도 등). 특히 선거 마지막 날까지의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지난해에는 투표율이 43%(11월 28일 오후 6시 기준)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본지는 “취업난 가중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활성화 등으로 대학 사회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줄다 보니 학생회 투표 참여 역시 낮다”고 분석 보도한 바 있다(<채널PNU> 2023년 12월 1일 보도).

학내 구성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학생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2022년 비상대책위원회 이후 출범한 △제55대 총학 ‘Shall:We’ △제56대 총학 ‘P:New’ △제57대 총학 ‘Around Us’까지 모두 △순환버스 개선 △교육환경 혁신 △기숙사 및 식당 환경 개선 등 학생들의 생활밀착형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매년 유사한 공약이 반복되고 낮은 공약 이행률에도 책임지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대표적인 사례는 ‘순환버스’ 문제다. 지난 3년간 총학 모두 이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9월 8일부터 9월 10일까지 우리 대학 재학생 1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채널PNU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학생회의 순환버스 문제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62.2%에 달했다(<채널PNU> 2025년 10월 30일 보도). 2023년 Shall:We는 △운행 대수 증차 △야간 순환버스 도입 △노선 개편 △이용 환경 개선 캠페인을 실시했고, 2024년 P:New는 노선 신설을 위한 시뮬레이션까지 시도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지난 9월 1일 취재진의 질의에 해당 공약을 보류했다고 밝힌 Around Us는 지난 10월 26일에서야 금정구청장과의 접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의 주력 사업인 제휴 사업도 평가가 엇갈린다. 표면적으로는 혜택 확대와 참여 장려를 목표로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정작 필요한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정석(전자공학, 22) 씨는 “총학이 인스타에 올리는 활동 중 직접 와닿는 게 없어 학생들이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25)씨는 “총학 SNS를 봐도 관심을 가질 만한 행사가 거의 없고, 있어도 너무 평범하다”고 말했다. B(23) 씨는 “총학이 주로 진행하는 제휴 사업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만큼 과하다”며 “순환버스 문제, 학생식당 이용 문제 등 학생들이 겪는 문제 해결에 앞서는 게 총학의 우선적 역할”이라고 말했다. C(21) 씨도 “총학이 흡연구역 문제 등 고질적인 교내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총학생회를 향한 불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약은 많지만 지킨 게 있느냐’, ‘TF만 남발하고 실효성은 없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특히 ‘공약 실현보단 보여주기식 SNS 콘텐츠만 많다’는 지적이 많다.

총학의 존재 필요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학생들의 무관심과 공약 이행 결과가 동반되지 못하는 현상이 종합적으로 총학에 대한 관심 저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에 대해 과거 총학생회장들은 실천과 소통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2010년 회장 강성민 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총학이 공동체 전체의 이익보다 개인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의심이 있다”며 “학생들과 자주 만나고, 눈높이에 맞춘 활동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회장 유영현 씨도 “총학의 본질은 학생의 목소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라며 “그 본질에 집중해야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총학생회가 처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캠퍼스가 일상화되고, 장기화된 취업난 속 개인주의가 확산되며 학생 사회 전체가 위축됐다. 심지어 2021년에는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총학생회는 더욱 실질적인 성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의 무관심을 돌파할 수 있는지가 제58대 총학생회의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