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되는 존재는 없다"··· 우리 대학은 공존하고 있는가
-성평등네트워크 열번째 심포지엄 개최 -조경·길고양이 등 학내 생태 문제 다뤄 -“생태계에서 공존하는 방법 고민해야”
우리 대학의 인간 중심적 캠퍼스 문화를 되돌아보고 생태적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산대 성평등네트워크는 지난 11월 6일 박물관 ‘가온’에서 ‘부산대 성평등네트워크 심포지엄’을 열었다. 성평등네트워크는 우리 대학 △여교수회 △여성연구소 △여성학협동과정 △인권센터가 학내외 성평등 진작을 위해 설립한 학내기구로 매년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다 함께 만드는 세계: 생태, 대학, 공동체’를 주제로 교수, 연구자, 학생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학내 생태와 환경을 진단했다.
■자연은 간섭 아닌 관찰의 대상
기조 강연을 맡은 홍석환(조경학) 교수는 학내 생태에서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과도한 개입이 자연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 대학본부에서 나무에 상처가 있다고 플라스틱을 이용해 오히려 상처가 심해진 적이 있고, 연못도 ‘돌본다’는 이유로 손을 대다 물고기가 죽은 적이 있다”며 “이것은 돌봄이 아니라 돌보는 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둬야 하고, 우리는 그걸 관찰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것이 다양성을 대하는 태도이며 대학이 갖춰야 할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대학 캠퍼스 내 대표적인 수목인 △느티나무 △히말라야시다 △틸리아 등의 식재 과정을 소개하며 “이 나무들은 대부분 외래종이지만, 이제는 캠퍼스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만 주에 달하는 다양한 수목이 학내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그 안에는 각기 다른 생태적 역사와 문화적 상징이 축적돼 있다”며 “이것이 바로 대학이 하나의 생태 공동체가 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홍 교수는 인문관의 사례를 통해 공간이 지닌 역사와 상징성을 이해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조경으로 인해 생태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58년 인문관이 지어질 당시 ‘진리’를 상징하는 가시나무가 인문관 주변에 다수 식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리와 정비라는 이유로 대부분 잘려 나가고 현재 3주만 남았다”며 그 폐해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연을 억지로 돌보는 대신, 공동체와 다시 연결하는 선순환 방식이 생태적 돌봄과 적합하다고 말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쓰러진 중앙도서관 앞 느티나무를 폐기하지 않고 보존해 현재 새벽벌도서관의 대형 목재 책상으로 재탄생시킨 과정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홍 교수는 “자연이 남긴 것을 새로운 형태로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캠퍼스에서 공존하려면
이어진 토론에는 △권강(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어진 여성학협동과정 연구생 △정윤서 부산대언론사 <채널PNU> 부대신문 국장 △최성희 인문학연구소 강사가 참여해 대학 내 생태와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고 논했다.
정윤서 부대신문 국장은 학내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심층 취재한 사례(<채널PNU> 2025년 11월 7일 보도)를 들어 캠퍼스가 ‘음식물쓰레기 무법지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한 건물에서만 하루에 150리터가 넘는 음식물쓰레기가 일반쓰레기와 뒤섞여 배출되고 있다”며 “대학본부가 학생 개인의 인식 부족 탓으로만 치부해온 것이 구조적 한계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캠퍼스 내 음쓰 문제는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변화 중 한 모습”이라며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고 변화하는 태도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학에서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 않은 채식 선택권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어진 여성학협동과정 연구생은 외국인·종교적 배경·채식 지향 학생이 일정 비율 존재하는 우리 대학 현실을 언급하며 “캠퍼스 내 채식 선택권이 확대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배제 없이 식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건은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라 동물성 제품을 거부하며 지구와 다양한 생명종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저항이자 삶의 철학”이라며 “비건 실천이 △공장식 축산 반대 △기후정의 △동물권 △먹거리 정의 등 다양한 정의 담론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생은 “죽어도 되는 존재는 없다”는 말로 비건의 윤리적 기반을 강조하며, 비건 실천이 생물종정의, 환경정의 등 여러 층위의 정의를 교차시킨다고 덧붙였다.
캠퍼스 내 길고양들에 대한 배제적 시선이 공존을 어렵게 한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최성희 인문학연구소 강사는 실제 사례를 들며 학내 길고양이 등 야생 동물이 “존재가 드러날수록 위험해지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학내 길고양이들이 사고로 잇달아 죽거나 사라진 사례를 언급하며, 이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건물 주차장에는 배설물, 비둘기 유입, 차량 충돌 위험 등을 이유로 고양이를 배척하는 공지가 수십 장 붙기도 했지만 “비둘기나 오염 문제는 원래 존재하던 것이었음에도 모든 원인을 고양이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존을 위해서는 동물을 문제의 원인으로 간주하기보다 실제 생태와 행동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가 여성 건강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권강 교수는 기후 변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특히 여성의 생애주기와 체질이 기후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구조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의학적 관점에서 △체온 조절 △수분 대사 △호르몬 변화 등이 기후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기후위기 상황에서 여성에게 불균형적인 부하가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후에 따른 신체 반응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크게 다르다”며 생애주기별·체질별 맞춤형 건강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여성연구소장 김인선 교수는 “오늘 이 행사가 인간만이 자연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 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는 세계가 되기 위한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