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이상헌 교수팀 발표
-“해양포유류와 공존하는 법 찾아야”
‘독도 강치’의 멸종 원인이 실제로 일제 강점기 일본의 남획이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첫 입증됐다.
지난 2월 2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 대학 해양학 이상헌 교수팀이 독도 강치의 멸종 원인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냈다. 멸종 원인은 남획이었으며 이는 해양생물에 대한 관심과 보호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SCI) ‘저널 오브 마린 사이언스 앤 엔지니어링’에 발표됐다.
초대형 바다사자인 독도 강치는 19세기 동해안 일대에서 약 4만여 마리나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독도는 강치가 많아 ‘강치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1904년부터 약 8년 간 일본 어업회사가 1만4000여 마리를 강치의 가죽으로 이윤을 남기기 위해 남획했고 1930년대 일러서는 결국 멸종됐다.
이상헌 교수팀은 독도 강치의 멸종 원인을 추정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 교수는 연구에 착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환동해지역 해양포유류(기각류) 서식실태 조사' 연구를 통해 동해를 이동하거나 서식했던 기각류들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던 중 멸종한 강치에 대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연구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현존하고 있는 역사적 기록들을 이용해 과거의 개체수를 추정해보는 연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정보의 부재’였다. 이 교수는 “아무래도 해양포유류에 관한 국내 연구가 활발하지 않고, 독도 강치의 경우 국내에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에 멸종해버렸기 때문에 생태적인 정보가 거의 전무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교수팀은 남은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적합 개체수 추정 모델링 방식’을 도출했다.
‘적합 개체수 추정 모델링 방식’이란 자연사망률, 출생률, 포획사망률 등의 생물의 매개변수와 모델 방정식을 이용하여 시간에 따른 개체수 변동을 알아보는 모델링 방법이다. 이 교수팀은 이를 활용해 독도 강치 개체군의 크기 변화 모델링을 위해 강치와 유연관계가 가장 가까운 종인 캘리포니아바다사자의 재생산량, 성체와 미성체의 자연 사망률 그리고 기록된 자료를 활용한 포획수 데이터 등을 모델인자로 활용했다.
이 교수는 이번 강치 멸종의 원인을 밝혀낸 이 연구 방법이 강치뿐만 아니라 ‘혼획’(어획 대상종에 섞여서 다른 종이 함께 어획되는 것)이나 ‘불법 포획’으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다른 해양포유류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 교수는 “만일 강치 포획을 1910년대에 멈췄으면 19세기 초 개체 수였던 3만 마리까지 개체수가 회복되는데 약 120년이 걸릴 것이고, 1920년에 멈췄다면 약 220년이 걸렸을 것이다. 즉, 1910년에 포획을 멈췄다면 오늘날에는 강치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남획이 생태계 생물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설명했다.
이 교수는 독도 강치의 멸종을 교훈 삼아 국내 서식하고 있는 해양포유류를 보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변화 요인뿐만 아니라 혼획처럼 해양포유류 개체수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키는 일이 적지 않게 많다”며 “더욱이 해양포유류는 오랜 기간 임신하고 새끼를 낳아 양육하는 특성을 지녀 개체수가 빠른 시간안에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남획과 혼획 같은 인위적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