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오작동 제보로 우려 확산
-해피콜 도입했으나 대응 한계
-소화기 외 소방시설 전혀 없어
-생협·학생과 "시설 보완 검토"

지난 10월 24일 우리 대학 새벽벌도서관 제2도서관 1층 GS25 무인 편의점. 한 학생이 전자레인지의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문을 열어도, 정지 버튼을 눌러도 전자레인지는 계속 작동했다. “과열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조치를 취하려 했는데, 비상 연락망은 물론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도 없어서 대응하기가 힘들었어요.” 해당 학생이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이 같은 경험을 올리면서 무인 편의점의 안전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14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우리 대학에는 총 6개의 무인 편의점이 운영 중이다. 문창회관, 새벽벌도서관, 생활과학관, 학생회관, 건설관, 밀양캠퍼스 나노생명과학도서관에서 24시간 운영되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들 편의점은 학업에 몰두하는 학생들에게 필수 시설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 운영을 담당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입장에서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효율적인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주 인력 부재로 인한 안전 관리 공백이 존재했다.

우리 대학 새벽벌도서관 제2도서관 1층 GS25 편의점 문에 부착된 '해피콜'. [송채은 제작부장]
우리 대학 새벽벌도서관 제2도서관 1층 GS25 편의점 문에 부착된 '해피콜'. [송채은 제작부장]

■해피콜 도입했지만 ‘한계’

전자레인지 오작동 사건이 화제가 되자 생협은 학생과, GS25 본사와 논의해 24시간 대응 가능한 ‘해피콜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다. 해피콜은 기존에 있던 고객 응대 연락망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처음으로 편의점 내 안내문이 부착됐다. 생협은 “별도로 안내하지 않았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내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현재 해피콜 연락망은 문제가 발생한 편의점에 부착됐으며 점차 다른 편의점에도 안내문이 부착될 예정이다.

그러나 해피콜은 신고 후 출동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 공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피콜은 ‘신고 후 대기’하는 사후 대응 체계로, 담당자가 출동하거나 소방서로 신고를 이관하는 동안 무인 상태의 편의점에서 불길은 순식간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는 이용객조차 드물어 발견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학내 6개 무인 편의점에는 스프링클러, 소화전, 화재감지기, 비상벨 등의 설비가 전혀 없다. 재난 발생 시 별도의 안전관리 매뉴얼도 없다. 소화기 수도 편의점 면적에 따라 1~4대로 제각각인데, 소화기가 있어도 무인 시간대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경북 안동시의 한 무인카페에서는 켜둔 양초 불씨가 나무 선반으로 옮겨붙으며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람이 없어 진화까지 40분 넘게 걸렸고, 약 2,0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무인 편의점의 소방시설 부족 문제는 실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율적 관리를 위한 무인점포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요 언론사 50종의 무인점포 관련 기사 중 사고·문제점 관련 기사는 682건으로 범죄를 제외하면 화재 관련 기사(51건)가 가장 많았다.

■법적 사각지대도 문제

무인 편의점이 화재 대응에 취약한 건 법적으로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인 편의점은 법적 설치 의무가 있는 다중이용업소에 해당되지 않는다. 부산시 해운대소방서가 발간한 ‘무인점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인 점포 내 전기 안전관리나 소화기 비치는 의무지만 스프링클러나 감지기 등은 사업주 자율 사항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상대 송명규(소방행정·안전관리) 학과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안전을 위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법적으로 강제화할 경우, 비용 탓에 건물주가 무인점포 입점을 제한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자동 화재 경보기를 설치해 소방서에 즉시 통보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과 생협 측은 학생 안전을 위해 추가적인 안전시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생협은 “학생과와 협의해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며 안전 점검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학생과는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개선할 용의가 있다”며 “생협, GS25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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