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효원논리대제전' 대체로 호평
-비판대·영화 보고 톡하기 등 눈길
-"내년엔 더 열의 있게 준비할 것"

지난 11월 4일 오후, 우리 대학 인문관 501호실에는 40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우리 대학에 처음으로 마련된 논리 비판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호명받은 재학생 최예임(철학, 20) 씨가 단상에 올라 ‘비판’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학교는 학생들이 미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중략) 적지 않은 학비를 내고 다닌 학교에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싶다.” 순서를 이어받은 다른 학생들도 한 명씩 단상에 올라 자신의 목소리를 한껏 냈다. 참여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자 차갑던 분위기는 금세 열기로 달아올랐다. 

효원 논리 대제전 프로그램이 열리는 강의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 대학 박효엽(철학) 교수 [김재윤 기자]
효원 논리 대제전 프로그램이 열리는 강의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 대학 박효엽(철학) 교수 [김재윤 기자]
'영화 보고 톡하기'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우리 대학 김건우(철학, 22) 씨 [김재윤 기자]
'영화 보고 톡하기'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우리 대학 김건우(철학, 22) 씨 [김재윤 기자]

우리 대학 철학과는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일주일간 ‘제1회 효원 논리 대제전’을 열었다. 일반적인 강의 형태의 학습형 프로그램과 다양한 활동으로 이루어진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논리를 배우고 실전에 적용하여 실질적 논리 역량을 기르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됐다. 

이번 대제전에서 가장 눈길을 끈 프로그램은 우리 대학 학생들이 평소 생각하던 주제를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비판하는 ‘효원비판대’였다.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여러 사안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아 신선한 시도로 평가 받았다. 이날 대학, 사회, 학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비판이 오갔다. 

또 다른 참여형 프로그램 ‘영화보고 톡하기’ 역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참여자들은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떠오르는 논쟁거리에 대한 자기 생각을 공유했다. 영화는 병자호란 당시 ‘굴욕적이더라도 살아야 한다’는 주장과 ‘소중한 가치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는 두 가지 주장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조선시대 조정을 다룬다. 학생들은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참여자 김건우(철학, 22) 씨는 “당당한 죽음과 굴욕을 감내하는 삶 중 하나를 단정 지어 선택하기엔 힘들었지만, 각자 옳다고 믿는 가치를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모습은 존경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키보드 논리 배틀’은 20대에게 익숙한 방식의 소통법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미숙한 진행이 아쉬웠다. 참여자의 목소리가 고르게 들리지 않는다거나 할당된 발제 시간이 3분가량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이 ‘원하는 경험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는 경험 기계에 들어갈 것인가’를 두고 자기주장을 논리정연하게 전개하는 모습은 주목할 만했다. 우승한 김승현(철학, 22) 씨는 “토론 주제가 흥미로웠다”며 “우승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행사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A(경제학, 21) 씨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의견을 논리적으로 발표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며 “대제전이 다시 열린다면 다른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제전의 진행을 맡았던 홍유진(철학, 20) 씨는 “프로그램 수가 많아 산만한 면이 있었지만 대제전에 참여한 학생들이 재밌고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대제전 담당자인 박효엽(철학) 교수는 “몇 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철학과의 강점인 ‘논리’라는 소재를 잘 활용해 철학과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동안 부족했던 논리 관련 공부를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내년에 제2회 대제전을 개최할 때는 우리 대학 구성원이 더 열의 있게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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