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지방팬'들, 공연 보러 상경
-지역에는 서울보다 공연 시설 적어
-전문가 "문화는 지역쇠퇴 줄이는 대안"

‘팬질(Fan질)’에도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있다. 팬질이란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팬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활동을 낮잡아 표현하는 말이다. 같은 팬질이라도 수도권에 거주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드는 비용이 다르다. 가수의 공연이나 행사는 주로 수도권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채널PNU>는 부산 지역에 사는 일명 ‘지방팬’이 느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문화생활 격차를 조명했다. 

전국의 '공연문화시설 접근성' 통계를 500m 단위로 표현한 것. 작년 8월, 국토교통부가 '2021 국토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출처: 통계청 자료 갈무리] [윤서영 기자]
전국의 '공연문화시설 접근성' 통계를 500m 단위로 표현한 것. 작년 8월, 국토교통부가 '2021 국토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출처: 통계청 자료 갈무리]

‘지방팬’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까지 이동해야 한다. 부산에서는 공연이 잘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A(일어일문학, 23)씨는 “콘서트를 보러 서울을 갈 때면, 서울에서 산다면 지출하지 않아도 될 교통비, 숙박비 등이 많이 드는 편이다”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2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968개의 공연장 가운데 319개의 공연장이 서울에 위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는 481개의 공연장이 유치된 반면, 부산은 55개에 그쳤다. 지역별 인구 수를 고려하더라도, 수치의 차이가 크다. 문화 인프라의 큰 격차는 지방팬을 서울로 ‘상경’ 시키고, 부산 소멸을 가속화한다.

■문화생활 위해 떠나는 여행

지방팬은 문화를 즐기기 위해 우선 교통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에 있는 공연장에 가려면 △버스 △기차 △지하철을 등을 여러 번 갈아타는 건 기본이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콘서트는 오후에 시작해 늦은 밤에 끝나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팬들은 마지막 교통편을 놓치기 일쑤다. 이런 경우엔 서울에서 하루를 숙박해야 한다.

이에 지방팬의 비용 부담은 배가 된다. 부산을 예로 부산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나 고속철도의 왕복 비용은 10만 원을 상회한다. 여기 숙박비까지 더해지면 공연의 티켓 값을 훌쩍 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A(일어일문학, 23) 씨는 “서울까지의 왕복 교통비뿐 아니라 콘서트가 끝난 시간에 기차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숙박비도 해결해야 한다"며 "숙박비는 대개 5~10만 원 사이로 교통비와 숙박비를 합치면 한 번에 티켓 값의 두 배가 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 7월 취재원이 촬영한 서울역 전경. [취재원 제공]
지난 7월 취재원이 촬영한 서울역 전경. [취재원 제공]
지난 7월 일본 가수 '레드윔프스'가 서울에서 내한 공연을 개최했을 당시의 공연장 현장 [취재원 제공]
지난 7월 일본 가수 '레드윔프스'가 서울에서 내한 공연을 개최했을 당시의 공연장 현장 [취재원 제공]

시간 소모도 크다. 부산역에서 출발을 기준으로, 콘서트가 많이 열리는 서울의 △올림픽 홀 △올림픽체조경기장 △고척 스카이돔 등까지 평균 3~4시간이 소요된다. 왕복을 하는 경우 하루의 1/3을 교통편 안에서 보내는 셈이다. 서울에 거주한다면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시간이다. B(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3) 씨는 “콘서트장까지의 이동 시간에 맞춰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며 “시간적 요소도 큰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결국 지방팬은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교통 △시간 △비용 등의 부담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에서 열리는 일본 가수의 내한 콘서트에 다녀온C(사회학, 22) 씨는 “지방팬은 콘서트 한 번 가는데 시간과 비용적 여건이 충분히 맞아야 한다”며 “좋아하는 가수가 부산에도 왔으면 하지만 서울과의 거리나 공연 인프라 차이 등으로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서럽다”고 전했다.

■수도권·비수도권 격차에서 비롯된 설움

지방팬의 설움은 단순한 개인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격차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2022 공연예술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국 968개의 공연시설 가운데 319개의 시설이 서울에 위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만 481개의 공연시설이 유치된 반면, 부산은 55개에 그쳤다. 공연단체의 수도 확연히 적다. 전국의 공연단체 4,261개 중 서울이 1,826(42.9%), 부산 250(5.9%)로 드러났다. 인구 대비 결과를 감안하더라도, 두 지역 간 공연 격차는 크다.

부산에 있는 대형 규모(1000석 이상 1만 명 미만)의 공연 시설은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드림씨어터 △KBS부산홀 △벡스코 오디토리움으로 총 6개다. 그러나 1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사직 실내체육관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단 2곳뿐이다. 다만 두 곳 모두 전문 공연시설은 아니고 콘서트 등의 대형 공연을 할 때 경기장을 빌려 내부를 임시 개조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시설이 이렇다 보니 대형 공연을 부산에 유치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부산은 공연문화시설 접근성도 서울에 비해 2배 이상 낮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21 국토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7개의 지자체의 공연문화시설 평균 접근거리는 △서울 2.02 △제주 3.61 △대전4.65 △부산 4.86 △대구 5.56 △광주 5.76 △울산 7.17등이다. 지표상으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4위에 위치해 있으나, ‘문화도시’로서 각광받기엔 서울과의 수치 차이가 큰 실정이다.

실제로도 서울에 대한 지리적 접근성이 문화 향유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2021년 제19회 통계청 공모전에서 수상한 ‘소득수준과 문화기반시설 수준에 따른 문화향유의 차이’ 논문은 지역별 통계에 따라 지역의 문화기반 시설의 수준이 문화향유 수준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문화 기반 시설이 밀집한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문화 향유 정도가 낮게 나타났다.

■"문화는 지역쇠퇴 완화 대안”

전문가들은 문화 분권을 강조한다. 수도권으로의 문화 편중은 결국 지역 인구 유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 김경우(공공정책학) 교수는 “문화생활 여건은 주민들이 거주지를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청년들이 수도권 지역으로 유출되는 데는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생활 향유 정도가 그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문화 분권을 위해선 문화시설의 확보와 더불어 질 높은 공연 횟수를 늘려 선순환 연결고리를 형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선순환 연결고리’의 형성을 위해선 △정부 △지자체 △시민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게 꼽힌다. 우선 지자체의 역할이 매 중요하단 입장이다. 각 관할 주민들의 문화 관련 수요를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부산광역시와 시군 지자체는 이미 자체적인 문화시설을 마련하고 있다”며 “시설의 마련과 함께 시민들, 특히 청년의 수요에 맞는 공연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그들이 원하는 문화 여건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자체의 재정이 어려운 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원활한 운영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부는 지자체의 재정을 지원하는 균형발전특별회계에서 문화 관련 예산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시민의 역할로는 "지역에서 제공하는 문화생활의 기회를 잘 찾아보고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며 “문화공연에 대한 선호를 표출해서 문화공연을 기획하는 지자체나 유관기관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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