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PNU 연애 인식 조사
-우리 대학 학생 절반 이상이
-자발적 비연애 상태라 답해
-"여유 없는데 혼자가 편해"

청년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거나 연애 경험이 전무한 경우가 많다. 동시에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연애하기 어려운 청년층이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감정을 대리만족하는 경향이 짙어졌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가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연애 중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38.3%에 불과했고 연애를 해본 적 없다고 응답한 학생도 26.7%에 달했다. 2022년 9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청년의 연애, 결혼, 그리고 성 인식’ 조사를 보면 비혼 청년 1,047명 중 680명(65%)이 비연애 중이었고 이중 70%는 자발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채널PNU>가 연세춘추의 협조를 얻어 우리 대학 재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0일부터 8월 14일까지 진행한 ‘연애 경험과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대학 내 자발적으로 연애하지 않는 학생들은 150명 중 83명(55.4%)에 달했다.

지난 8월 10일부터 8월 14일까지 우리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애 경험과 인식' 설문조사 결과. (c) 정미정 기자
지난 8월 10일부터 8월 14일까지 우리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애 경험과 인식' 설문조사 결과. (c) 정미정 기자

■2명 중 1명은 자발적 비연애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발적 비연애자 83명 중 절반(42명)은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를 들었다. 그 외 △여유가 없어서(14명) △연애 자체에 관심이 없어서(10명)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9명)를 택했다.

이들은 자발적 비연애 상태에 만족하고 있었다.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절반( 41명)이 긍정(△매우 그렇다 10명 △그렇다 31명)을 택했다. 자발적으로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는 우리 대학 재학생 A(경영학, 21) 씨는 “졸업반이라 취업을 앞두고 있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도 벅차다”며 “나조차도 여유가 없는데 이성을 만나 배려하고 맞춰가는 게 힘들어서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연애를 하지 않으려는 건 이전 세대보다 청년들이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경성대 임낭연(심리학) 교수는 “사람은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이것을 적절하게 서로 다른 영역에 분배하며 살아가야 한다”며 “‘취업이 어렵다’, ‘경제가 어렵다’라는 분위기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정된 자원을 자기 계발 쪽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배하다 보니 연애 쪽에 덜 분배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애 기피 현상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 대학 신지은(사회학) 교수는 “각자 고립된 채 각자도생식으로 자기 성공을 위해 달리기만 할 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타인의 삶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연애, 필요하지만…

자발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지만 여전히 우리 대학 학생들은 ‘연애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 대학 학생 150명 중 102명(△연애 중 49명 △비연애 중 35명 △연애 경험이 없는 학생 18명)은 연애의 필요성에 긍정했다. 연애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보통이다’에 응답한 학생은 48명(△연애 중 3명 △비연애 중 14명 △연애 경험이 없는 학생 16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 역시 연애가 성인 초기에 반드시 필요한 발달 과업이라고 말한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연애가 필요하다’고 답한 102명 중 96명(63.7%)이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지지를 얻기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임 교수는 “사람은 연령대마다 이루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충족시켰을 때 ‘자아실현감’을 경험한다”며 “성인 초기에는 그 욕구가 바로 짝을 찾는 것이기에 연애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3년 간 연애 중인 우리 대학 재학생 B(영문학, 22) 씨는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연인”이라며 “얼굴만 봐도 행복하고 하루 종일 있어도 지겹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대학 학생들은 연애를 시작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 150명 중 절반 이상인 78명이 ‘연애를 시작하는 게 어렵다’고 답했다. 연애를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마음을 열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해서’(46명)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 외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29명)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서’(27명) 등이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로 지목됐다. 

전문가는 청년들이 연애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로 SNS상 과도한 인증과 과시 문화를 이유로 꼽는다. 임 교수는 “SNS를 통해 과시되는 활동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연애를 하면 저만큼의 에너지와 돈을 사용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들고 연애가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프 인기는 고공행진

연애를 어려워하고 연애를 하지 않으려는 현상은 연애 프로그램(연프)를 향한 식지 않은 인기로 이어진다. 웨이브(Wavve)가 발표한 2024년 2분기(4.1.~6.30.) 누적 시청 데이터에 따르면,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프로그램인 ‘연애남매’는 지난 3월 첫 공개된 후 웨이브(Wavve) 역대 예능 중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1위에 오르며 자체 신기록을 세웠다.

연애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서 모(한문학, 22) 씨는 “연애는 안해도 연프는 본다”며 “현실에서 일어날 만한 설레는 상황들이 많아서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선 설문조사에서도 150명 중 91명(54.1%)가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자발적 비연애 상태인 46명 중 33명(71.7%)가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연애 프로그램이 연애가 어려운 청년층에 대리만족을 주고 있단 분석이다. 임 교수는 “로맨틱한 관계에 대한 프로그램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형태만 달리하며 쭉 있어왔다”며 “현재 삶의 필요와 환경적 압력으로 인해 연애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 젊은이들도 연애 프로그램 시청을 통해 연애 관계의 희로애락을 대리 경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에 연애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린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 역시 “연애는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인긴관계를 시뮬레이션 하고 심리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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