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신문 창간 70주년 기획
-학교 부속기관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비민주적 학칙이 통제 근거로 이용돼
-"대학언론 자유, 대학에 맡길 수 없어"
대학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원인은 크게 2가지다. 군사독재 시절 제정된 비민주적 학칙인 ‘간행물 검열 학칙’은 대학본부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대학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비독립적인 구조’ 또한 대학언론을 탄압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된다. 전문가들은 대학언론이 ‘정론직필’이라는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법적으로 대학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8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학생들이 간행물을 발행할 때 학교 측의 사전 승인이나 담당자 검열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학칙은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 2018년 박경미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채널PNU>가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184개교의 학칙 및 학생 관련 규정 대부분이 헌법 제21조에 따른 ‘집회 및 표현, 결사의 자유’라는 학생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었다. 군사독재정권 당시 대학생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할 목적으로 정부 주도하에 조직됐던 학도호국단의 규정에 있었던 독소조항이 남아 △126개(68.5%) 대학이 집회 사전 승인을 요구했다. △게시물·광고 등의 사전 승인 조항 133개교(72.3%) △간행물 사전 승인 조항 132개교(71.7%)에 달했다.
■대학언론 통제 수단은 ‘학칙’
이 같은 학칙은 학생 사회 간행물에 대한 검열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사용되고 있다. 2022년 ‘대학 내 언론자유 실현을 위한 국회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2016년 한국외대 교지편집위원회는 학교 본부가 모 언론사 사장에게 상을 수여하자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학교 측으로부터 교지를 강제 수거 당했다. 한국외대 학칙 제53조에 명시된 학생들의 간행물 발행의 관리·감독 권한이 ‘지도 교수와 총장’에게 있다는 조항이 이러한 학생의 자율 활동을 가로막는 근거로 활용됐다. 이러한 학생 자치활동과 간행물 배포와 관련된 비민주적 학칙은 △한국외대 △한국체육대 △중부대 △중앙대 등에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대학언론 자유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론탄압의 근거가 되는 비민주적 학칙이 폐지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학칙 개정 과정에 학생들의 참여는 배제돼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칙 개정의 발의 권한은 각 대학 학칙에 위임하고 있으나 학칙 자체에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는 조항을 담은 대학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학칙 개정 발의 권한을 대학평의원회 등 대학 구성원에게 부여하는 조항을 만든 대학은 25개교(13.6%)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학생’을 명시한 곳은 상지대와 한신대 2개 대학 뿐이다.
■언론 자유 위한 보호 장치 필요
대학언론을 둘러싼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해결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학언론이 연합해 설립한 독립 언론 기관인 ‘대학알리’의 차종관 전 대표는 대학본부의 막강한 권력이 학내 언론을 휘어잡는 현 상황을 ‘기울어진 운동장’에 빗댔다. 그는 “대학언론을 대학의 자율적 결정 사항으로 맡기는 기존의 풍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신문법과 방송법처럼 대학언론도 제도적 보장을 받고 편집권 침해에 맞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차 전 대표는 윤영덕 의원실과 협력해 학생자치활동에 학교가 부당하게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기엔 △교원 △직원 △학생의 의견을 대학평의원회를 통해 수렴하고 반영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과 대학언론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사안을 법률로 규정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차 전 대표는 “대학언론의 편집·운영의 독립과 관련된 조항을 신설하는 입법방안으로 대학언론이 대학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대학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민주적 학칙 제·개정 과정에서도 대학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학칙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부분 △교무위원회 △교수회 △교무회 등 교수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차 전 대표는 “이러한 법률안이 재발의 돼야 한다”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를 필두로 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주요 거버넌스에 대학언론인이 속해 정책 제안과 연구를 이어간다면 (정책적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