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벗어나 광해가 없는 바닷가나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보면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여름철에는 남쪽 하늘에서 북쪽을 향해 뻗은 은하수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맨눈으로 보면 은하수는 별들이 분해되어 보이지 않아 그저 뿌옇게 보일뿐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은빛 강이라 불렀고, 서양에서는 우윳빛 길이라 불렀다. 그러나 망원경으로 은하수를 보면 은하수가 수없이 많은 별이 겹쳐 보이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밤하늘의 별이 아름답게 보이고, 어쩐지 끌리는 것은 이유가 있다.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 대부분이 별의 잔해에서 왔기 때문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 중 수소와 헬륨의 일부는 빅뱅 핵합성으로 만들어진 것이 그대로 남아 있다가 지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결국 우리 몸에 들어왔지만, 탄소, 산소, 철 등 질량이 헬륨보다 큰 원소는 별의 잔해를 이루는 물질이 그 기원이다.

빅뱅 핵합성은 소련 출신의 미국 천문학자 ‘가모브’에 의해 제안되었다. 빅뱅(대폭발)으로 시작한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10억도 정도 되었을 때, 중성자와 양성자가 결합하여 수소 원자핵과 헬륨 원자핵, 수소와 헬륨의 동위원소 등을 만드는데 이때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의 질량비는 3:1이 된다. 리튬과 같이 원자 번호가 작은 원소도 일부 만들게 되나 이들은 전체의 천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우주를 이루는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은 20세기 중반의 일로 영국의 천문학자 ‘호일’에 의해서다. 가모브는 처음엔 우주를 이루는 모든 원소가 빅뱅 핵합성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으나 호일의 원자핵 합성 이론을 받아들였다. 호일의 이론은 원소의 기원을 밝혔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발견의 하나가 되었다.

별의 에너지원은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원자핵이 합성되며 나오는 에너지다. 핵융합 반응은 높은 온도에서 가능해 온도가 천만도 이상이 될 수 있는 별의 중심부에서 원자핵 합성이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수소가 헬륨으로 합성되고, 이 헬륨은 좀 더 높은 온도에서 탄소 핵으로 합성되고, 여기에 헬륨 핵이 하나 더해지면 산소 핵이 만들어진다.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가진 별은 탄소와 산소가 만들어지고 나면 더 이상의 원자핵 합성은 일어나지 않고 백색왜성으로 생애를 마감하게 되나, 질량이 태양의 10배 이상인 별에서는 산소가 만들어진 후에도 계속 원자핵 합성이 일어나 네온, 마그네슘, 나트륨, 규소, 황 등을 거쳐 결국 별의 핵이 철로 채워진다.

철 핵으로 이루어진 별의 중심부는 초신성으로 폭발하여 대부분의 물질을 외부로 방출하고 이 과정에서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진다. 별의 바깥에는 초신성의 잔해가 남게 되고, 안쪽에는 철 핵이 수축하여 중성자성이 되거나 블랙홀이 된다. 중성자성은 별 전체가 중성자로 된 별이고, 블랙홀은 끊임없이 수축하여 밀도가 극도로 높아져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체다.

초신성 잔해는 주변의 성간물질과 섞여 다음 세대의 별을 만든다. 새로 태어난 별은 진화 후 죽어 잔해가 되어 성간물질로 돌아가 새로운 별의 탄생에 기여하고,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되어 우주의 화학조성을 변화시킨다. 지금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는 별에서 왔으니 결국 나는 별에서 온 셈이다.

         안홍배(지구과학교육) 명예교수
         안홍배(지구과학교육)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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