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준 국립진주박물관장(고고학 91, 졸업)
-24년간 학예연구직에 종사
-’G20 정상회의 전시’ 등 기획
-"행복한 관람객 보면 보람차"

"고고학은 사람의 역사를 복원하는 측면에선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박물관 전시와 연구를 담당하는 학예연구직 공무원으로 24년간 근무한 장용준(고고학 91, 졸업) 국립진주박물관 관장의 말이다. 2002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사해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실장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관 등 영남 지역 주요 박물관에서 중직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5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산하 13개 지방박물관 중 하나인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G20 서울 정상회의 기념 전시 △天馬, 다시 날다 기획특별전 등 주요 행사를 기획·진행하고 국립중앙박물관회 주최 학술제에서 1등 상인 ‘천마상’을 포함해 총 4회 수상하는 등 대표적인 고고학 연구자로 자리매김했다. <채널PNU>는 장용준 관장을 지난 5월 15일 국립진주박물관 관장실에서 만났다.

지난 5월 15일 국립진주박물관에서 만난 장용준 관장의 모습. [황주원 기자]
지난 5월 15일 국립진주박물관에서 만난 장용준 관장의 모습. [황주원 기자]

△고고학과에 진학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사실 저는 다른 학과에 진학할 뻔했습니다. 당시에는 선지원 후시험 제도였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선 직접 부산대로 가야 했거든요.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원서 접수를 위해 작성해 주신 학과에 대해 생각했을 때 비전이 안보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접수를 받던 체육관 앞에 서서 고민했죠. 고고학에 대해선 '인디아나 존스' 때문에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10년 뒤에는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원서를 고쳐 썼죠. 물론 선생님에게 호되게 혼났습니다.

△고고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고고학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문자 기록이 없는 시대 자료를 발굴해 유적과 유물을 바라보고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사람의 역사를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사람을 연구하는 인문학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부산대 인문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졸업까지 했지만, 고고학이 인문학이라는 사실을 깨우친 건 한참 뒤였던 것 같아요. 인문학이라는 건 사람 人과 글월 文 한자를 써서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문자가 없던 시절엔 고고학 말고는 자료를 찾을 수 없어 더 중요도가 높았죠.

△우리 대학 고고학과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고 하는데, 이 점이 도움이 됐는지.

-제가 입학할 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제한적이어서 부산대 고고학과가 전국에서 어떤 위상을 갖는지 몰랐어요. 나중에 보니 부산대 고고학 전공자들의 업적은 너무 크고 대단했어요. 대표적으로 현재 표준화된 발굴보고서나 유물을 실측하는 보고서 양식이 사실 부산대 양식이에요. 이 외에도 박물관과 문화재연구원 등으로 국가직 공무원을 많이 배출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는 왜 좋은 대학교를 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똑똑하고 경험 많은 분들이 있는 부산대 고고학과는 되게 좋았어요.

지난 5월 15일 국립진주박물관에 전시된 토기를 바라보는 장용준 관장의 모습 [황주원 기자]
지난 5월 15일 국립진주박물관에 전시된 토기를 바라보는 장용준 관장의 모습 [황주원 기자]

△국립박물관은 어떤 곳인가요?

-국립박물관이라고 하면 너무나 광범위해요. 외국인들이 우스갯소리로 한국엔 내셔널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국립해양박물관도 내셔널이지만 소속기관이 다 다르거든요. 국립고궁박물관은 국가유산청 소속이에요. 그래서 엄밀히 얘기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중앙박물관과 산하 지방 박물관들을 (국립박물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우리 국립진주박물관을 포함해서 지방에는 13개 국립박물관이 있고 서울에 있는 중앙박물관까지 총 14개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박물관인 겁니다.

△국립진주박물관을 소개해주세요

-우리 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의 격전지였던 진주성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임진왜란을 중심으로 하는 '임진왜란 특성화 박물관'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전시하고 있어요. 1984년부터 박물관이 개장해 벌써 41년이 됐네요. 박물관 건물은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하셔서 건물의 기와가 상당히 매력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론 국립진주박물관을 옛 진주역 일대로 이전하는 계획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새로운 건물로 만나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박물관 학예사를 꿈꾸게 된 계기는요?

-박물관 학예사는 먼저 소장 유물 관리와 연구 조사를 주된 업무로 하고, 도서 및 전시라는 매체를 통해 유물과 대중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이에요. 제가 석사 학위를 마치고 학자를 꿈꾸던 도중 도쿄대학에 유학을 가려고 원서를 넣은 상태였는데요. 때마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채용 공고를 내어서 스승님과 상의해 시험만 봤는데, 붙어버린거에요. 그래서 유학을 포기하고 박물관에 들어왔는데 저랑 너무 잘 맞았던 겁니다. 학예 연구직 특성상 본인의 전공이 아닌 분야를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부분이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 주어지거든요.

△학예사를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들이 있나요?

-학예사를 하면 보통 1년에 1번 정도는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게 되는데, 제가 기획한 전시에서 일반 대중이 관람하고 즐기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보통 학예사는 큐레이터로 불리는 만큼, 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한 대중들이 제가 생각했던 의도대로 느끼도록 만드는 데에 성공하면 뿌듯함을 느끼죠.

△전시 준비하면서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면요?

-일단 기획이라고 봐요. 기획이 전시에 있어서 7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전시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도와주면 전시가 잘 될 수 있고 전문 업체가 개입하기도 하지만 일단 기획이 충실해야 잘 됩니다. 물론 공간적인 감각과 영상 제작에 대한 부분 그리고 홍보 마케팅 영역도 있기 때문에 전시는 종합 예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유물을 전시하고 대중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유물에 대한 이해도와 자료조사가 기반이 돼서 좋은 기획안이 나와야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어요.

△박물관에 지루함을 느끼는 대중들에게 관람 팁을 알려주세요

-가장 중요한 건 박물관을 자주 방문해서 전시를 보는 거예요. 박물관이라는 곳 자체가 한 번만 왔다가 갔다 하게 되면 굉장히 재미가 없는 장소입니다. 내가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고, 찾아보고, 물어보면 충분히 더 재밌는 곳이 될 수 있어요. 자주 방문하는 게 제일 좋은 관람팁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박물관을 한번 다녀오면 다시 안 가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한 번의 방문 가지고선 모든 걸 볼 수 없거든요. (자주 박물관을 다니면서) 그렇게 관심이 생기게 되면 다른 박물관도 가보시면서 취미로 만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박물관 굿즈가 인기를 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당연히 잘 알고 있습니다.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에서 청년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것 같아요. 청년 세대가 미술관이나 전시에 관심이 많은데, 동시에 귀여운 것들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잘 어우러지게 만든 거죠.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박물관 상품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었습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었죠. 개편이 많이 되어서 이제는 박물관 굿즈들이 'Made in Korea'인 것도 흥행의 한 요소이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청년세대의 관심은 너무나 반갑고요. 박물관이 앞으로도 고객층을 확대해야 하는데, 박물관을 보러 오는 세대가 젊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되게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생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퇴직에 대해서 벌써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6, 7년 정도 남았는데 퇴직하면 뭐 해야 할지 최근에 고민을 많이 해봤습니다. 취미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제가 책을 많이 저술했어요. 사무실뿐만 아니라 관사에도 책이 많은데, 글 쓰고 배우는 게 재밌는 것 같습니다. 퇴직한 후에도 글 쓰는 것은 계속하고 싶네요. 이왕이면 박물관이나 전시 그리고 제 전공 분야와 관련한 다양한 글을 통해서 대중과의 소통을 넓히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는 강의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퇴직 후에 본격적으로 그런 분야의 훌륭한 인재를 키우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학예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무언가가 되고 싶으면 우선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찾아봐야 합니다. 학예 연구직 같은 경우에는 시험 과목이 무엇이 있고, 어떤 분야를 준비해야 하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채용 공고도 찾아보고, 어떤 자격증을 요구하는지, 학위는 필요한지 찾아보는 게 첫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막연하게 학예사가 될 거라는 생각만 하는데, 우선은 자격 조건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잘하는 게 기본입니다. 그걸 실행에 옮기는 것도 중요하죠. 계획만 해선 안 되거든요. 덧붙여 어느 직군이나 어학 준비는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학은 어느 분야든 요긴하게 쓰이기 때문에 꼭 학예직 공무원이 되지 않아도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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