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유물 보관 시작
-습도 문제로 공간 부족해
-기존 77%밖에 보관 못해
-학교 측, 공간 추가 검토중

수억 원을 들여 유물 수장고로 만든 우리 대학 지하 벙커가 예견됐던 습도 문제로 공간 부족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우리 대학 박물관의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개조된 우리 대학 지하 벙커. [송채은 제작부장]
지난 5월 30일 우리 대학 박물관의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개조된 지하 벙커. [송채은 제작부장]

12일 우리 대학 박물관 등 복수 기관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지하 벙커를 유물 수장고로 개조한 뒤 지난 6월 16일부터 박물관 별관에 있던 유물을 지하 벙커로 옮기기 시작했다. 유물 수장고로 사용되던 박물관 별관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된 이번 공사는 지난 1월 31일 시작돼 지난 4월 30일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자재 수급 연기 등으로 인해 기존 일정보다 한 달 늦은 5월 30일 완공됐다. 공사 비용으로 든 7억 7,000만 원은 우리 대학 발전 기금으로 마련됐다.

완공된 유물 수장고의 공간 부족 문제는 심각했다. 지하 벙커의 규모가 박물관 별관보다 작다는 것(<채널PNU> 2025년 3월 7일 보도)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박물관에 따르면 습기가 많은 지하 벙커 특성상 결로 현상을 막기 위해 가벽 설치가 필수적인데 기존 벽에 20~30cm 이상의 벽이 추가되며 공간이 계획보다 줄었다. 여기에 지하 벙커의 특성상 소방법상 직원 상주가 불법이어서 대형 소방시설까지 벽면에 설치됐다.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고가의 장비들도 자리했다.

이곳 관계자는 “수장고에 필요한 기계들을 여럿 배치하다 보니 수장고 면적보다 실제로 유물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박물관 별관에 있던 유물의 약 77%만이 수용됐다.

결국 지하 벙커에 들어가지 못한 유물은 박물관 별관에 그대로 있다. 우리 대학 정보화교육관과 박물관 B에 기존 수장고로 쓰는 공간과 6공학관에 물품을 보관할 공간이 마련됐지만 이미 포화 상태다. 이마저도 6공학관 내 공간은 임시방편이어서 내년 6~7월이면 사용하지 못할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조정하는 등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유물을 결국 둘 곳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유물 보관 공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지속 중이다. 우리 대학 캠퍼스기획과 캠퍼스기획팀은 “부산캠퍼스는 이미 사람과 연구원 등이 많기 때문에 추가적인 공간 마련은 어렵다”며 “유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밀양캠퍼스 등 다른 공간을 장기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현재 습도·온도 유지를 위한 관리비가 기존보다 더 들 것으로 본다. 우선 습도와 온도 유지를 위해 항온·항습기가 기존 3대에서 5대 늘어나 8대가 설치됐다. 박물관에 따르면 주기적인 필터 교체와 정기적인 내부 소모품 수리로 수리비, 출장비 등이 들 가능성이 높다. 박물관 관계자는 “수리비가 거의 100만 원 정도인데, 출장비까지 30~40만 원이 소요돼 8대를 수리하려면 약 800만 원 이상이 사용될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한편, 지하 벙커로 유물을 이전하고 비게 된 박물관 별관 공간의 사용 용도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NC백화점의 아트센터 이전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캠퍼스기획과는 “기존 유물 수장고로 사용하던 박물관은 입지에 비해 활용도가 낮아 회의실·전시실·세미나실 등 학내 구성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으로 전환할 계획을 하고 있다”며 “다만 예산 문제나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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