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쓰레기와 뒤섞여 "150리터나 배출"
-벌레·악취로 이어져 불편 호소 끊이지 않아
-“식당서만 식사해야” VS “배달 음식은 만연”
-대책 부재 속에 청소노동자 노동만 과중돼
지난 7월 28일 오후 12시 45분, 우리 대학 공동연구소동 3층.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각, 연구실 인근 쓰레기통 주변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배달 음식을 먹고 남은 쓰레기를 들고 나왔다. 이들이 자리를 뜬 뒤 취재진이 쓰레기통 안을 들여다보니, 반쯤 먹다 남은 공깃밥과 샐러드, 소스와 국물이 밴 일회용 용기들이 비닐봉지에 그대로 묶인 채 무더기로 버려져 있었다. 쓰레기통은 뚜껑이 덮여 있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였지만, 뚜껑을 여는 순간 시큼하고 역한 악취가 퍼졌다.
이 같은 장면은 공동연구소동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채널PNU>가 지난 8월 한 달 동안 우리 대학 캠퍼스 내 주요 건물 18여 곳을 점심·저녁 시간대에 걸쳐 살펴본 결과, 음식물쓰레기가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와 뒤섞인 채 버려지는 모습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었다. 우리 대학에는 건물마다 음식물쓰레기 전용 배출 시설이 없고 처리 지침이 없다 보니 청소노동자들은 음식물을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섞거나 하수도에 버리는 등 임시방편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악취와 벌레 발생에 불편을 호소하지만, 학교 측은 “학내 구성원 인식의 문제”라며 별도 대책 마련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7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저녁 시간대에는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양이 점심보다 약 1.5배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연구동인 과학기술연구동, 공동연구소동, 공동기기연구동, 자연대 연구실험동, 인문대 교수연구동 모두 일반 쓰레기통 안팎에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시험기간 새벽벌도서관에서는 음료가 남은 플라스틱 컵들이 쓰레기통을 넘쳐 흐르기도 했다.
학기 중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평소 학생들의 학습 공간으로 이용되는 문창회관과 학생 유동인구가 많은 학생회관의 경우 식사 시간이 지난 직후마다 쓰레기통 위나 옆, 계단과 복도 구석에 국물과 찌꺼기가 그대로 남은 일회용 용기들이 방치돼 있었다. 야간에도 학생들이 많이 남는 예술관, 건설관, 사회관 등의 일부 건물은 시험 기간에 음식물 쓰레기가 특히 많이 나온다고 환경미화원들 사이에서 언급되고 있었다.
학생들도 이 같은 상황을 불편해했다. 신서현(해양학과, 23) 씨는 “쓰레기통 안에 비닐로 싸서 버려도 문제인데, 그냥 쓰레기통 바깥에 음식이 버려져 있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날씨가 덥고 습할 때에는 벌레가 많이 날려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기욱(전자공학과, 21) 씨는 “평소 과방이나 학생회관에 있는 동방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시험기간에 특히 배달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주말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 음식물이 쌓이면 청소노동자 분들의 다음 근무일까지 음식물이 쌓여있어 악취도 많이 나고 벌레도 많이 끓는다”고 토로했다.
■하루 150리터 배출
학내에서 마구잡이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전용 수거 시설과 처리 지침이 없어 각 건물에 배치된 청소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건물에서 수년째 근무 중인 청소노동자 A 씨는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처리할 곳이 없다 보니, 국물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붓고, 남은 찌꺼기는 화장실 변기에 내리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물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도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고 업무시간이 바빠 그냥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부어 다른 일반쓰레기와 섞어 버리거나 건물 인근 하수도에 국물만 붓고 검은 비닐 봉투에 건더기들을 모아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이러면 안 되는 것은 알고 있으나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고, 아직까지 폐기물 수거 업체에서 문제 삼은 적이 없어 이와 같은 불가피한 방법으로 아름아름 처리하고 있다고 입모아 말했다. 음식물쓰레기 전용 배출 시설과 명확한 처리 지침이 부재한 상황에서 청소노동자들에게 처리 책임이 떠넘겨지고 있는 셈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직접 수거하는 청소 노동자들에 따르면,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건물마다 다르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다른 대학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청소노동자는 “인문대 뒤쪽 문 앞에 설치된 쓰레기통에서만 2~300리터 양의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가 뒤섞여 나온다”며 “음식물만 따져도 약 150리터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근무지에서는 적게는 40리터, 많게는 50리터 정도 나왔는데, 부산대의 음식물쓰레기는 그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많은 양의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청소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증가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A 씨는 “음식물쓰레기를 쓰레기통 위에 펼쳐놓고 가는 경우가 많아 수거나 청소 과정이 번거롭고 냄새도 심하다”고 토로했다.
인문관과 인문대 교수연구동을 관리하는 환경반장 B 씨는 “화장실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기름때와 소스가 바닥이나 대·소변기를 물들인 것을 치울 때 고역”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교 공간을 제일 많이 쓰는 만큼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면 결국 불편도 학생들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다룰지 같이 논의할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강의동 식사 자체가 부적절”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학교 측은 음식물쓰레기 문제의 원인을 학내 구성원의 잘못된 행동으로 규정하며 시설 개선 대신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총무과는 “강의동이나 연구실에서 음식물을 먹는 행위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애초에 음식 섭취가 허용되지 않는 공간에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음식물쓰레기 배출 시설이나 체계를 만드는 것보다 학내 구성원이 규칙을 지키도록 인식을 전환하는게 우선”이라며 “모든 건물이 아닌 특정 건물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모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아니어서 일률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선 학내 배달 음식 섭취가 불가피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인해명(화학 석사, 24) 씨는 “화학관이나 학생회관처럼 캠퍼스 고지대에 있는 건물은 밖으로 내려가 식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주말은 차치하더라도 평일 저녁 시간만 해도 금정회관과 학생회관의 학생식당, 북문 음식점은 문을 닫기에 식사를 위해선 정문 음식점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문까지 내려가는 것만 20~30분은 걸리고 실제로 주문 이후 대기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식사는 하지도 못한 채 1시간이 넘게 소모된다”며 “시간도 아깝고, 배달앱 멤버십을 쓰면 배달비도 무료라 배달음식 말고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이제 배달 음식은 흔히 이용 가능한 식사 방법 중 하나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사용이 편리한 배달 앱이 대거 등장하며 주문이 간편해졌고 배달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요 배달앱 간 무료배달, 할인쿠폰, 멤버십 혜택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배달 시장을 키우고 있단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