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기후정의파업
-4월 14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2.2km 이상 행진
-기후 위기 타개 위한 당장의 변화 요구
-"924기후정의행진이 축제였다면 414기후정의파업은 혁명"
때 이른 더위에 빨갛게 달아오른 시민들의 얼굴엔 기후정의를 향한 다부진 다짐이 묻어난다. 기후 변화의 심각함에 동감해 각자의 외침을 부르짖으러 모인 시민 4,000명. 각양각색의 요구를 담아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정부를 향해 세종시 거리에서 함성을 지른다. 이들은 “함께 살기 위해 멈춰!”를 주제로 생업을 멈추고 평일 오후 세종시로 모였다.
지난 4월 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414기후정의파업(집회)’이 열렸다. <채널PNU>가 찾은 이날 집회에는 전국 27개의 지역에서 모인 △371개 단체 소속 회원 △추진위원 905명을 비롯한 시민 4,000명이 모였다. 이들은 △2대 방향 △6대 핵심 요구 △13개 영역별 구체 투쟁 요구로 나눠 정부에 기후정의를 위한 변화를 촉구했다.
414기후정의파업은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3만 명이 운집했던 ‘924기후정의행진’의 후속격 시위다. 집회 참여자들은 “모든 불평등에 반대한다”는 행진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반자본 대정부 투쟁’을 목표로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의 개발 정책과 싸워온 △발전 노동자 △농민 △각 지역 주민은 생업을 멈추고 각 부처 공무원이 모여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후 정의를 외쳤다.
■청년과 지역민의 목소리 울려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기후위기에 동감한 청년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강대 비거니즘 동아리 ‘서리태’ △이화여대 비거니즘 동아리 ‘솔찬’ △충북대 사회학과 등 기후 위기 대응에 뜻을 함께하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924기후정의행진에 이어 이번 집회에도 참여한 서강대 최예송 씨는 “의제가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윤석열 정부의 탄소 중립 기본 계획을 주로 지적하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대해 대학생의 목소리를 들려주러 왔다”고 말했다. 동의대 송수민(한의학, 19) 씨는 “중간고사가 얼마 안 남았지만, 기후정의를 위해 하루 펜을 내려놓고 세종으로 왔다”고 말했다.
1차 행진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앞에서 벌어진 집회에서는 △석탄 △핵발전 △전기 등 무작위 개발에 대한 지역민들의 경고가 잇따랐다. 부산을 비롯한 △삼척 △홍천 △전남 등 각지에서 모인 활동가들은 무책임한 에너지 정책에 강요되는 지역민의 희생이 부정의하다고 토로했다. 삼척석탄화력반대 투쟁위원회 하태성 대표는 “우리는 지금 기후재앙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와 직면하고 있다”며 정부의 난개발을 강력히 비판했다.
■여럿 모인 탓에 충돌 일기도
기후정의 실현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모였지만 다툼이 일기도 했다. 원자력을 둘러싼 이념 차이 때문이다. 탈핵부산시민연대 강언주 집행위원은 산업부 집회에서 탈핵 요구를 주제로 한 웅변을 펼쳤다. 이에 원자력지지시민단체협의회는 반대 의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기후정의 원자력’ 문구가 붙은 애드벌룬을 띄웠다. 원자력지지시민단체 회원 A(40세, 인천) 씨는 “이 집회엔 문제 제기만 하지 해결책이 없다”며 “당장의 에너지가 되고 있는 핵융합 발전을 무턱대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참가자는 경찰 인력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행진 중 참가자들이 집회 진행 방향과 반대로 진입하자 경찰들이 방패로 막으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못하자 경찰들은 확성기를 통해 처벌 가능성을 고지하며 참가자들을 밀어냈다.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구역으로 시위대가 밀고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414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행사 이후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에 대한 마음 돌봄 간담회를 진행했다.
■고조되는 위기에 발맞춘 실천
집회 참여자들은 행진을 비롯해 다양한 행동을 실천했다. 산업부 집회 후 벽면에 참가자들의 요구가 담긴 선전물을 부착하는 ‘풀칠 액션’과 석탄회(석탄을 태운 후 남는 부산물)를 상징하는 미숫가루를 산업부 입구에 뿌리는 액션을 취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다이인(Die-in) 액션'이었다. 다이인 액션은 바닥에 드러누워 멸종 상태를 느끼는 행위를 말한다. 문민기(23세, 충남 아산시) 씨는 “걸으며 행진하다가 길거리에 다이인(Die-in)하니 말 그대로 곧 죽을 것 같은 경각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은지(36세, 서울 마포구) 씨는 “수명이 다해서 죽는다는 생각보다 지구의 끝날에,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지구의 종말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집회 참가자들은 924기후정의행진에 비해 급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빠르게 악화되는 기후위기 상황에 더욱 발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924기후정의행진에 이어 414기후정의파업에서도 퍼포먼스를 맡은 청년단체 레츠피스 박승규(활동명 제제) 씨는 “924(기후정의행진) 당시는 축제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현재는 혁명 같다”며 “변화를 촉구하는 분노가 많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엄희진(충북 괴산군) 씨도 “미래 세대가 앞으로 살아갈 때 제대로 된 지구를 물려주려면 빠르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