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서 이상기후 본격화
-폭염·한파 등 부산도 남일 아냐
-전문가 “일상생활서 대처 필요"
-자체 활동하는 학생들 눈길
“우리는 물에 잠기고 있다” 2021년 11월 13일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당시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 장관이 허벅지까지 물에 잠긴 채 진행한 연설의 한 구절이다. 코페 장관은 기후위기가 현실이며 세계의 어딘가는 존폐 자체를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후와 기후 재난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는 모두가 함께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전 세계는 다수의 기후재앙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불은 서울 넓이의 6배가 넘는 산림을 불태우며 고온 기후와 함께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지난해 8월 파키스탄에서는 1961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수준의 강우량을 기록하며 국토 1/3이 물에 잠기고 3,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는 약 1,300명이 숨지고 8,094㎢의 농경지, 19개의 상수도 시스템이 파괴되는 국가 비상 상황을 가져왔다.
■한국도 기후위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3월 4일부터 약 9일간 진행된 동해안 산불은 역대 최장이자 최대 피해를 기록했다. 약 250㎢가 불길에 휩싸였는데 이는 서울 면적의 40%가 넘는다. 부산은 북극 한파 영향으로 10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지난 1월 8일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 기온은 오전 6시49분 –12.2℃를 기록했다. 체감기온은 -19.8℃를 웃돌았다. 동파 피해도 잇달아 발생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한파경보가 내려진 지난 1월 23일부터 사흘간 한파 피해 접수만 69건에 달했다.
지대한 피해를 불러온 이상 기후들의 원인에는 ‘기후위기’가 있었다. 기후위기는 자연적인 기후변화가 아닌 인위적 기후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전문가는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제트기류의 약화를 꼽는다. 제트기류는 중위도 지방 상부 대기권을 지나는 강한 공기의 흐름으로 지구 전체의 온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경자(대기환경과학)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트기류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며 "이것이 세계적인 한파와 같은 이상 기후가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학계 역시 기후위기를 중대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 심각한 상황으로 인지하는 학자들이 대다수이며 기후위기는 점차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현재 기후위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위적 변동으로 생태계 전반에 위협을 가한다는 학설이 가장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며 "지구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점차 증가하는 문제가 직결되어 있어, 이상기후와 같은 현상이 점차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듯 △전 세계적 한파 △파키스탄 홍수 △강남 홍수 등 이례적인 이상기후는 생태계 자체를 해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는 수없이 많은 기후 변화를 겪어 왔지만 근래 인류가 경험하는 현상들은 이례적이며 그 피해가 막대하다. 단순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인 것이다.
■개개인 노력 절실
하 교수는 스스로가 실천하는 행위들이 모여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분리수거를 실천하는 활동이 실질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연구 등 학문적인 방향의 실천 방법도 있으나 실생활 속 활동 역시 중요하다"며 "실천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실효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활동은 분명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자발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대학 중앙동아리 '내일'도 그중 하나다. 내일 소진희(역사교육, 14) 회장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 기후 위기에 소홀해진 나를 발견했다”며 “활동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동아리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내일은 지난해 개설돼 기후정의 행진 등에 참석하고 자체 플로깅을 실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동제 및 시월제 당시 환경 부스를 운영하여 학우들에게 친환경 샴푸 만들기 체험, 바다 유리를 이용한 그립톡 만들기 체험 등을 실시했다. 기후위기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토론 및 학습과 더불어 서면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기후정의 행진에 직접 참여했다.
소 회장은 개인의 실천과 더불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실천만으로 효과를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소 회장은 "실생활 실천이 개인의 인식을 고취하고 변화를 불러옴에 분명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의 실천과 더불어 정책적인 지원과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비로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리 내일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소 회장은 "다양한 캠페인 및 활동을 통해 대중적으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활동들을 기획 중"이라며 "가능하다면 캠퍼스 내에서 기후위기에 관련한 강연회도 열어 보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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