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비관, 자유관, 진리관, 효원재 원생 인터뷰
-극단적인 위치 차이에 원생 불만 쏟아져
-성별 간 갈등 문제로 격화되기도
-꾸준히 해결책으로 논의되는 '남녀공용 기숙사'

주거 공간은 삶의 질과 직결된 요소인 만큼 대학생활원에 대한 원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대학생활원을 둘러싼 불만 사항 및 요구 사항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몇몇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아 원생 간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때로는 대학생활원의 근본적 문제를 중심으로 갈등이 발생해 과격한 상호 비난으로 변질되는 일도 있다.

각 대학생활원의 원생들은 생활원을 둘러싼 논쟁을 어떻게 바라볼까. 원생들의 목소리를 듣기에 앞서 <채널PNU>는 지난 4월 실제 거주자들의 후기를 바탕으로 대학생활원의 주요 정보를 정리한 기사를 보도했다(<채널PNU> 2023년 4월 28일 보도). 이번 기사에서는 익명 인터뷰를 통해 부산캠퍼스 생활원에 거주하는 원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만나 본 △웅비관 2명(A·B) △진리관 2명(C·D) △자유관 2명(E·F) △효원재 1명(G) 총 7명의 거주자의 시선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부산캠퍼스 대학생활원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원생들의 주장. (c)김채현 기자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대학생활원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원생들의 주장. (c)김채현 기자

■"성별에 따른 기숙사 배정은 차별"

불만 사항을 종합한 결과 단연 위치 문제가 두드러졌다. △웅비관 △진리관 △효원재 원생은 높은 지대에 위치한 곳에 거주하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700번대는 우리 대학 지도상 가장 높은 지대다. 신입생 때부터 2년간 웅비관에 거주해 온 원생 A 씨는 “공부를 하러 새벽벌도서관에 다녀오는 것도 마음을 먹어야 한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기숙사까지 올라오느라) 다들 땀에 젖어 웃픈 광경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원생들은 위치 문제로부터 파생한 △학습 △교통 △생활 환경 등의 불편함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단과대 건물과 동떨어진 것은 물론 생활원까지 순환버스가 운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웅비관 원생 B 씨는 “도서관 및 순환버스의 접근성이 좋은 자유관의 위치가 부럽다”고 밝혔다. 이에 자유관 원생 E 씨는 “자유관에 살며 도서관이나 각종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월등히 좋은 것을 느끼고 있다”며 “700번대에 위치한 기숙사까지 올라가 본 적이 있는데, 순환버스마저 전혀 다니지 않아 불편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별에 따른 대학생활원 배정이 차별이라고 강력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진리관 원생 C 씨는 자유관을 여성 대학생활원으로 배정한 것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표현했다. 대학생활원 측은 성범죄 예방 등을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저지대의 자유관을 여성 전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C 씨에 따르면 해당 결정이 남성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라는 것이다. 그는 “큰 차이가 나는 기숙사의 위치를 성별에 따라 분리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비약으로 남성도 좋은 위치에 거주할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며 “성별에 따른 일반화로 오히려 성별 간 갈등 문제를 심화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이러한 담론이 확산되며 위치 문제가 성별 간 갈등으로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에서도 꾸준히 성별에 따른 대학생활원 배정이 부당하다는 게시글을 볼 수 있었다. 해당 게시글들은 많은 조회수를 받으며 대부분 남녀 갈등 자체로 화두가 변질됐다. 이에 자유관 원생 F 씨는 “비난의 화살이 시스템을 생산한 학교가 아닌 자유관 원생을 향해 그저 ‘갈라치기’로 변질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일부 생활원의 미달 문제

생활원 간 시설 격차 문제도 꾸준히 논의된다. 특히 웅비관과 진리관의 시설 차이로 인한 진리관의 미달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는 난제로 남았다. 2020년부터 정원 미달을 겪고 있는 진리관은 올해도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채널PNU> 2023년 5월 16일 보도). 진리관은 △공용샤워실 △공용화장실 △냉난방 중앙제어 △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인해 웅비관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진리관 원생 D 씨는 미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절대적인 가격은 낮으나, 시설 대비 가격은 비싼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활원은 미달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진리관 다동 1인실 체제를 내놓았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당장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단 주장이 많았다. 궁극적으로 원생들이 원하는 생활원의 전반적인 복지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리관 C 씨는 “현재 1인실과 같은 미봉책은 대학생활원의 행정상 편의만을 위한 당장의 대안일 뿐”이라며 “학생들의 실질적인 불만을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리관이 고질적인 미달 문제를 겪는 반면 여성 대학생활원은 자유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아 입사 경쟁이 치열하다. 여성 원생들 사이에서는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4점 대를 넘는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자유관 F 씨는 “아무리 생활원의 시설 및 입지가 좋아도 학점이 좋은 여학생만이 기숙사에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성 원생의 경우 커트라인이 높은 웅비관에 합격하지 못해도 수용 인원이 많은 진리관을 차선책으로 둘 수 있으나 여성 원생은 차선책을 강구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남녀공용 기숙사가 해답?"

이러한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남녀공용 대학생활원 운영에 대한 주장이 다수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7명 가운데 5명이 남녀 공용 대학생활원에 긍정적 입장을 표했다. 진리관 원생 C 씨는 “남녀공용 기숙사를 통해 위치에 따른 원생들의 부당함을 해소할 수 있다”며 “성적이 높지 않은 여학생들 역시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게 돼 미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관 E 씨도 “700번대 생활원까지 순환버스를 배정하거나, 남녀공용 기숙사로 바꾸는 등의 변화가 있어야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녀공용 대학생활원 운영 시 발생할 우려를 제시하는 원생들도 있었다. 효원재 원생 G 씨는 “과거 자유관 남성 침입 사건 등의 문제가 있었기에 자유관의 경우 건물을 완전히 분리하거나 학교 측에서의 확실한 조치가 없다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웅비관 원생 A 씨는 “남녀공용 생활원을 운영한다면 서로 불편한 상황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라며 “성별 간 이동 없이 현재 상태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녀공용 대학생활원은 2020년 제52대 총학생회 '투게더스'에서 추진을 구상한 바 있으나 △2018년 자유관 남성 침입 사건 △생활원 측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운영까지 이뤄지진 못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