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김찬조 팀장(항공우주공학 93, 졸업)
-KF-21 전투기 시험평가와 진두지휘
-"한국 항공기 개발의 정점을 찍는 걸작"
-"민항기와 전투기 개발 비행 책 내고파"
-"대학 시절 짧아··· 거침없이 도전하길"

“어릴 적 기껏해야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것이 전부였다”던 소년은 자라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에서 초음속 전투기 KF-21의 개발 총괄자가 됐다. KAI의 김찬조(항공우주공학 93, 졸업) 팀장이다. 2000년에 입사해 다양한 과제를 진행하던 그는 2011년 한국형전투기(KFX) 탐색사업에 최초로 투입되며 지금까지 한국 항공산업의 정수를 잇고 있다.

우리 대학 동문인 김 팀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에 반해 항공우주공학과로의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항공우주공학과는 그가 입학하기 4년 전인 1989년 출범한 신생학과로 도전과도 같은 영역이었다. <채널PNU>는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효원人side’ 기획의 2024년 첫 주인공으로 그를 만났다. 김 팀장은 지난 2월 12일 서면을 통해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찬조 KF-21 시험계획팀장이 KAI의 이착륙장에 서 있다. [출처: KAI 사보]
김찬조 KF-21 시험계획팀장이 KAI의 이착륙장에 서 있다. [출처: KAI 사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항공우주공학과 93학번 김찬조라고 합니다. 저는 항공우주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2000년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행시험 부서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비행시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투기 KF-21의 시험평가와 비행시험 계획을 총괄하는 시험계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투기라니, 쉽지 않은 영역 같습니다. 본래도 전투기 개발 혹은 항공 분야에 대한 꿈을 가지고 계셨습니까?

-저는 어릴 적 다들 하는 종이비행기 정도 접어서 날리는 게 다였고, 항공기와 전투기 개발에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을 보고 항공우주공학과에 진학해 항공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됐죠. 특히 90년대 후반 미국의 항공 기업 ‘몰러’가 개발 중이었던 하늘을 나는 차인 ‘스카이 카(Sky Car)’ 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졸업논문도 이를 바탕으로 수직 이착륙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실험까지 해 교수님들 앞에서 시연해 보였어요. 이 과정에서 항공기에 대한 매력을 느껴 이후 직장도 항공 회사를 선택하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KF-21 비행 성공 당시 부산대 커뮤니티가 한창 뜨거웠습니다. 팀장님을 롤모델이라고 소개하던 항공우주공학과 후배들도 많았는데요.

-많이 부족한 저를 롤모델로 말씀해 주신 후배님들이 계시다니,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KAI에 입사하고 지금까지 경험한 개발 과제는 ‘T-50 고등훈련기’ 체계 개발을 시작으로 후속 성능 개량형인 ‘FA-50 경공격기’ 개발, 고정익 개발 과제와 병행해서 참여했었던 회전익 개발 과제인 ‘KUH 한국형 기동헬기’ 그리고 민항기 개발 과제였던 ‘KC-100, 지금의 ‘KF-21 한국형 전투기 개발’ 등입니다.

비록 학교 다닐 때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학과 커리큘럼이었지만, 회사에서 실무를 진행하다 보면 그때 내용들이 생각나기도 해요. 다시금 책을 펼쳐보고 이론들이 실제로 적용이 되는 걸 보면서, ‘아 역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당시 학과 교수님께도 고마움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대학 생활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 있습니까?

-대학 하면 MT겠지요? 곧 졸업을 앞둔 대학생인 두 딸을 보면 요즘 캠퍼스 문화는 장기간 진행된 코로나 여파로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은 듭니다. 제가 다른 93학번 동기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동기들이 워낙 저를 믿고 잘 따라주어 제가 주관해 동기들과 같이 저의 고향인 경주에 봄꽃 나들이를 가거나, 밀양 강변으로 1박 2일 MT를 가기도 하고, 서울 기차여행을 가기도 했네요. 벌써 30년가량 되었지만, 동기들과 같이했던 그날의 시간들이 뚜렷이 생각납니다. 갓 입학해 선배님들과 간 2박 3일 지리산 종주도 기억이 납니다. 너무 정도 많고 많이 챙겨주셨던 선배님들이었죠.

△KF-21 개발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셨습니다. 힘든 점은 없으셨습니까?

-개발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시험평가’와 많은 기간을 소요하는 ‘비행시험 프로그램’을 적기 완료하기 위해 탐색 개발부터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공중급유 비행시험을 위해 해외 여러 선진사례를 연구하고, 해외에서 개최하는 심포지엄에 참여하며 밤늦게까지 해외 교수들과 얘기하며 준비했습니다. 곧 있을 공중급유 비행시험도 처음이지만 두렵다거나 하지 않고 당당히 임하게 되네요.

△시험평가와 비행시험 프로그램을 총괄하시면서 집중한 핵심 포인트가 있었을까요?

-시험평가와 비행시험은 개발 과정의 마지막 단계이며 ‘개발의 꽃’이라고들 합니다. 이를 수행함에 있어 무엇보다 시험 완료 일정을 준수하지 못하면 후속에 진행될 군 전력화 일정이 지연되어 군 운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험을 적기에 완료할 수 있을지, 선행 관리를 어떻게 할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울러 시험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시험 완료 후 최종적으로 시험평가 판정을 해야 되므로 시험평가 항목이 목표로 하는 기준에 충족될 수 있을지 사전에 확인했습니다. 즉,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험 완료 일정 준수와 시험평가 기준 충족 획득을 위한 사전 관리가 제 업무의 주 핵심 포인트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KF-21 시제1호기 출고식 당시의 소회를 여쭙고 싶습니다.

-작년에 개최된 서울 국제에어쇼 ADEX에서 첫선을 보인 KF-21의 실물을 보셨다면 당시의 분위기를 아실 겁니다. 사실 저는 출고 이전에는 도면으로 보며 그렇게 큰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출고식에서 실제로 실물을 보니, 우선 그 크기에 놀라고, 그리고 정말 ‘잘 생겼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해냈구나’ 뿌듯했습니다. 출고식 이후 1년간의 시스템 점검을 마치고 지상활주시험을 하며 최종 비행할 준비가 된 모습을 봤을 땐 첫 비행 뿐 아니라 장기간의 비행시험도 성공적으로 잘 완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년도부터 KFX 사업을 탐색 개발 단계부터 진행해 오셨네요. KF-21에 대해 가지고 계신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KF-21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KAI에 입사하고 운 좋게도 여러 항공기 체계개발 과제를 점진적으로 거치며, 제가 퇴직 전에 완료할 수 있는 마지막 과제인 KF-21까지 참여하게 됐습니다. KF-21은 저의 ‘항공기 개발 과제 참여사’의 정점을 찍는, 즉 저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과제를 진행함에 있어 저의 하루하루는 늘 처음 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하나둘 해결하고 정리해 가며 힘든 순간도 있습니다만, 매 순간을 즐겁게 KF-21 개발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직접 전투기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기체계 확보 방법 결정에 있어서 늘 양쪽으로 의견이 나뉘는 것이 ‘개발된 해외품의 직도입이냐’와 ‘국내 연구개발이냐’입니다. 이 기로에서 최종적으로 정리가 됩니다만, 우리 군(軍)이 우리 영토를 지키는 과정에서 많은 비행기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입문훈련기 KT-100, 기본훈련기 KT-1,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더 나아가 전투기까지 우리 손으로 개발한 항공기로 영공을 수호한다면, 우리 군과 이를 지켜보는 우리 국민은 얼마나 더 뿌듯하겠습니까? 물론 유지관리 용이성, 산업적인 파급효과, 그리고 경제적인 이점 등등 여러 사유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이러합니다.

김찬조 KF-21 시험계획팀장이 전투기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KAI]
김찬조 KF-21 시험계획팀장이 전투기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KAI]

△한국 항공과학이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까?

-제가 작년에 기술 자문을 구하고자 캐나다 시험비행학교(ITPS)에 갔었습니다. 그 현장에서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F-16, F-22와 F-35, 그리고 유로파이터와 라팔 등의 개발에 직접 참여한 비행시험 조종사, 엔지니어 출신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KF-21 개발 비행시험 현황을 보고 감탄을 마지않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공식 유튜브 채널에 나온 저도 봤다고, 악수하며 대단하다고 연신 축하와 감탄의 인사를 받았던 게 아직도 생생하네요. 아직 KF-21의 개발 비행시험이 많이 남아 있지만, 우리 자체의 기술로 개발한 KF-21 전투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느낀 순간이었네요.

△앞으로 이루어가고 싶으신 인생의 목표 등이 있으십니까?

-제가 T-50 개발 과제를 마치고, 개발 과정에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전 비행시험>이라는 비행시험 입문서를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민항기 개발 과제였던 KC-100을 진행하면서도 후속 시리즈로 책을 만들려고 준비도 하였습니다만, 그러지 못하고 책 재료들만 쌓아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전투기 개발 과제를 마치고 나면 민항기와 전투기 개발 비행시험 관련 책들을 발간하는 게 근 시일 내의 작은 목표입니다. 또 이렇게 정리된 저의 실전 경험 흔적들이 시험평가 또는 비행시험이라는 개발 과정의 한 분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머잖아 이루고자 하는 인생의 한 목표입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을 MZ세대라고 하여 본인들만의 뚜렷한 개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신을 떳떳이 밝히고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더라고요. 이런 멋진 후배님들께 일종의 꼰대인 제가 딱히 해드릴 얘기가 있을까마는, 한 직장에서 한 업무만을 약 25년간 한 선배로서 한 말씀드린다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물론 후배님들도 그 내용까지도 너무나 잘 아실 겁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얘기는 우선 심신의 건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직 젊지만 이를 위해 늘 신경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운동도 하시고 조용히 산책하며 명상도 하시고,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해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행복할 일이 무엇인지를 곱씹어 보며, 일단 정한 무엇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정신으로 임하는 겁니다. 이는 제가 몸담고 있는 팀 미션 문구 중 하나입니다. 그 다음의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으면 어떨까 싶네요. 물론 최선을 다해 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겠지만, 세상의 일이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으니 이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대학, 젊음, 청춘이라는 것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니 무엇이든 거침없이 도전하고 직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젊은 날들을 보내면 좋을 것 같네요. 멀리서나마 부산대 학우들을 진심으로 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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