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채로운 영화 이야기
채경훈(예술문화영상학) 강사 인터뷰
-우리 사회 현실을 풀어낸 영화 '파묘'
-한국영화 곳곳에 CG 특수효과 숨어있어
-OTT가 극장 대체하는 건 세계적 추세
-그럼에도 "현재를 느끼는" 경험 가능해
<채널PNU> 기획영상 'P리한 20 시즌2'를 기사로도 보도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20대의 고민을 속 시원하게 풀어냅니다.
최근 <파묘>에 이어 <범죄도시4>가 천만 관중 기록을 달성하며 ‘한국 시리즈 영화 최초 천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이처럼 대규모의 한국 영화들이 국내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반면, OTT 산업의 확대로 일부 한국 영화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채널PNU>는 기획영상 ‘P리한 20 시즌2’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우리 대학 채경훈(예술문화영상학) 강사를 만나 최근의 영화 산업 추세와 영화 취향에 대한 우리 대학 학생들의 궁금증을 물었다. 채 강사는 현재 우리 대학 영화연구소에 소속돼 아시아 영화를 연구하고 있다. 질문은 지난 3월 우리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예술문화영상학과 학생들에게서 모아 선정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대학 영화연구소에서 전임 연구원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채경훈입니다. 국내에서 아시아 영화 부문을 연구하는 곳은 우리 대학 영화연구소가 유일한데요, 저는 여기서 아시아 영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왜 아시아 영화를 전공했나요?
-실은 제가 일본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일본에서 유학을 했습니다. 유학을 하는 동안 일본에서 영화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특히 아시아 영화에 관심이 높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아시아 영화들을 많이 접하게 됐고, 일본에서 연구하던 일본 영화들도 아시아 영화 산업에 큰 영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러한 과정으로 점차 흥미를 느끼며 아시아 영화를 전공하게 됐습니다.
△강사님은 어떤 영화감독을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등 한국 영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감독 가운데 선호하시는 분이 있다면요?
-봉준호 감독님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가 굉장히 의미가 깊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잘 풀어내거든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생각을 남긴다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님을 가장 좋아합니다.
△일본 영화감독 취향도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하마구치 류스케 중 어느 감독 작품이 더 취향에 가까운가요?
-실은 하마구치 감독이 제 대학원 동문입니다. 그렇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으로 하겠습니다. (웃음) 고레에다 감독님의 영화가 좀 더 안정감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하마구치 감독님은 앞으로 큰 가능성을 보이는 영화감독님이지만 그럼에도 안정적인 면에서는 고레에다 감독님이 한 수 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난해 개봉해 화제를 끌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어땠나요?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요, 주인공 두 소년의 애잔한 관계를 굉장히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고레에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지 않은 두 번째 작품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각본에 한 줄 정도만 추가한 걸로 알고 있어요. 대신 사카모토 유지라는 유명한 일본 TV 드라마 작가가 각본을 썼죠. 그래서 기존의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와 조금 다른 부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 간의 세심한 '밀당'을 잘 표현한 영화라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이 부분이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 작가 경력에서 나온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파묘>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흥행의 비결을 무엇이라고 보나요?
-<파묘>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 정도로 흥행할 거라고 생각 못 했었어요. 장르부터 대중적이지 않은 오컬트 영화(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악령·악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심령 영화)니까요. 다만 이 오컬트적인 요소를 우리 사회에 대한 시각과 연결한 부분이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본래 오컬트 장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그대로 두는 것과 다르게요.
영화 시작 부분에서 주인공 '화림'이라는 인물이 “그들은 그냥 부자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기서 '그냥'이란 아무 조건이나 이유를 짚을 것도 없이 절대적인 부를 가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이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 ‘빈부 격차’를 지시하고 있는 거라고도 해석해 볼 수 있죠. 현실 사회를 잘 반영한 <파묘>는 문제점을 집요하게 쫓아가고 파헤쳐 나갑니다. 그런 지점에서 대중의 니즈에 굉장히 잘 부합한 영화였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 흥행한 한국 영화를 보면 해외 영화에 비해 CG가 많이 사용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한국 영화에서 CG적인 요소의 극대화를 기대해 볼 순 없을까요?
-사실 <서울의 봄>도 CG가 많이 사용된 영화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눈치를 잘 못 채는 것뿐이죠. 흔히 특수영상이나 시각효과를 뜻하는 ‘VFX(Visual Effect)’ 기술에 있어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계+인>같이 CG 특수효과가 많이 사용된 영화가 꾸준히 나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OTT의 등장으로 한국 영화가 위기를 맞고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도 신작이 나오면 영화관에서 볼까 OTT에서 볼까 고민하곤 합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뿐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화 한 편 보는 가격보다 OTT 한 달 구독료가 더 저렴하기도 하니 굳이 극장을 가지 않는 것이죠.
2022년 일본에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책이 발간됐는데요. 저자는 극장 이용 감소의 이유로 영화 관람료 인상 외에도 사회, 문화의 전반적인 변화를 꼽고 있습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대신 OTT로 배속해서 보거나 영화를 요약한 소개영상으로 대신 시청한다고 합니다. 볼 영화는 너무 많고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최소 3시간은 투자를 해야하는데 그 만큼의 시간이 없다는것이 그 이유죠. 물리적 시간뿐 아니라 세상이 너무 각박하게 돌아가다보니 영화 하나에 집중해서 볼 심리적 시간도 부족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OTT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체험하는게 굉장히 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관에서 본다면 같은 극장 내에 있는 불특정 다수들과 실시간으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죠. 무엇보다 현재를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평생 한 편의 영화만 볼 수 있다면 어떤 영화를 선택할 건가요?
-벤 스틸러가 연출하고 직접 출연한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꼽고 싶습니다. 이 작품 속에는 꿈과 사랑, 희망이 모두 들어 있기도 하고 음악과 풍경 또한 너무 아름답고 멋집니다. 그래서 저는 매번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하다 결국 이 영화를 고르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날씨도 따듯해지니 봄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예술영화전용관 혹은 독립영화전용관이라 하는 작은 영화관에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관람료가 저렴하기도 하고 좋은 영화들도 많이 상영하니 영화에 관심이 있는 학생분들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녀 보시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