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
-비장애인 위한 점자교실 열어
-장애인 학습 환경 이해 도와
점필을 손에 쥔 대학생들이 종이 위에 무언가를 쓰려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단 두 음절로 구성된 ‘부산’이라는 단어를 쓰기 위한 노력이었다. 점자책을 번갈아 가며 확인하며 분주했다.
우리 대학 성학관 409호에서 지난 11월 13일 ‘점자교실’이 5년 만에 열렸다. 우리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예산 삭감 여파로 점자교실을 열지 못하다가 올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지원을 받아 개최했다고 밝혔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2004년 생긴 학내 기관으로, 우리 대학 장애학생 처우를 위해 △하나로 캠프 △시험 시간 연장 요청 △도우미 배정 등을 하고 있다.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열린 이번 수업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점자 쓰기와 읽기 등 체험형 강의로 진행됐다. 이날 점자교실에는 학내 구성원과 지역 주민 20여 명이 참여했다. 우리 대학 이경림(특수교육) 강의전담교수가 수업을 맡았다.
참여자들은 점자로 작성된 짧은 길이의 문장을 직접 점자 일람표와 대조해 가며 읽었다. 처음 배우는 낯선 언어에 학생들은 함께 제공된 점자 일람표와 점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글을 이해해야만 했다. 이예담(지리교육, 24) 씨는 “(점자의) 어디가 위아래인지도 모르겠고 띄어쓰기가 돼 있는지도 몰라서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경림 강의전담교수는 “눈으로 읽기도 어려운데 손가락으로만 읽는다고 생각해 보라”며 “비장애인이 눈으로 글을 읽는 것에 비해 점자를 읽는 속도가 원래도 떨어지는데 후천성 시각장애인의 경우 선천성 시각장애인보다 읽기 유창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점자쓰기도 쉽지 않았다. 낯설고 복잡한 점자표기법에 학생들은 짧은 단어를 쓰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강의전담교수에 따르면, 점자는 △초성 △종성 △약어 등 암기가 수반되는 표기법이 많고 약어를 제외하고는 음절을 풀어써야 한다. 점자를 쓸 때도 점필로 점을 찍으면 종이 뒷면에 볼록한 점자가 생겨서 좌우 반전된 문장을 작성해야 하는 탓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 씨는 “점자를 배워보니 답답하고 어려워서 점자를 읽고 쓰는 시각장애인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며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수업이 조금 더 많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이 학습에서 겪는 어려움은 크다. 이 강의전담교수에 따르면 저시력 장애인은 낮은 시력 탓에 큰 글씨를 사용해 글 전체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제한된 종이에 큰 글씨를 담은 탓에 문장을 한숨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강의전담교수는 “파이그래프의 경우, 정안인은 파이차트를 보며 어디가 큰지 직접 비교할 수 있는데 점자를 쓰는 맹인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정확한 수치를 점자로 풀어쓰기 때문에 과설명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수업을 주관한 장애학습지원센터는 장애인의 학습 환경 개선에도 앞장설 예정이다. 장애학습지원센터 조영훈 팀장은 “장애 학생에 대해 비장애인은 많이 관심을 갖지 않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점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라며 “코로나 이후 예산 삭감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애 학생의 처우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