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 탄생 본 학생들
"성평등 변모하고 있지만
혐오 정서 등 갈등 여전해
자율적 소통의 장 필요"
우리 대학의 2025학년도 총학생회를 이끌 수장을 여학생이 맡게 됐다. 총여학생회(총여)가 사실상 2004년 역사 속에 사라진 뒤 여성 대표자가 총학생회에서 탄생 한 건 2006년과 2013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를 두고 유리 천장에 금이 간 긍정적 현상이라는 시선과 함께 이미 여성의 정치 사회 참여가 상당한 상황에서 여성 대표자의 탄생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시선이 공존한다.
여성 대표자 선출이 아니더라도 20대 사이에서 ‘젠더 갈등’으로 대표되는 성별 인식은 민감한 이슈다. 지난 2022년 9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발표한 ‘부산 지역 2030 청년세대 젠더인식 조사 및 대응방안’에서 부산 청년 62.2%(1.225명)가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채널PNU>는 12년 만의 여성 총학생회장 선출을 계기로 지난 11월 22일부터 28일까지 재학생 간담회와 전문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학생사회 내 여성 리더십과 성별 인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학생사회에서 성별 격차는 점차 줄어든 반면 취업 시장 등 사회에서 격차를 마주한다며 이로 인한 혐오 논란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의 학생사회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총여가 설립 운영된 1989년~2000년대 이후 여권 신장의 움직임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우리 대학 총여에서 활동하던 변정희(국어국문학 00, 졸업) 씨는 “총여학생회 진출 이전에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어려웠다”며 “2000년대 이후 이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며 학생사회 내 여성의 목소리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세대가 변화하며 학생사회 내부에는 성별에 대한 전통적 관념이 옅어졌다. 최경환(고분자공학 석박사통합과정, 22) 씨는 “여성 총학생회장이 논란이 될 이유를 모르겠고 성별 차이가 언급돼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성별을 떠나 서로 평등하게 바라보려는 노력은 지속돼야 하지만 젠더 인식은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유승현(행정학, 19) 씨는 “일부 기업의 경우 높은 노동력과 이직률로 여성은 뽑지 않는단 얘기를 듣고 성별에 관해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느꼈다”며 “반면 학생사회에서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사회대 내 남성과 자연대 내 여성 비율이 높아진 것을 보면 분명 변화한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해소할 지점은 남아 있다. 학생사회 내부에서 성별 제약 및 비하 발언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박가림(공공정책학, 22) 씨는 “학생사회 전반적으로 성별 상관없이 서로를 지지해 주는 분위기인 것 같고, 경험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하지 못한 일도 없다”며 “다만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여성 총학생회장에 성차별적인 발언도 나와 이에 대해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재학생 이지헌(디자인학, 23) 씨는 “20대 청년이 모여있는 학생사회는 양성평등 수준이 높다”며 “다만 몇몇 학생회의 경우 양성평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차별 요소는 기성 사회에도 남아 있다. 우리 대학 재학생 장현희(식품영양학, 22) 씨는 “제가 속한 학과는 여성의 비율이 높지만 취업은 남성이 더 잘 된다”며 “진로 특강으로 학과 선배님이 함께 면접을 본 여성분의 성적, 스펙이 더 높고 대답도 더 잘했는데 자신이 뽑혔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이를 듣고 일자리 내 성별 인식이 많이 바뀌진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건강한 학생사회를 위해 또 다른 차별의 씨앗이 되고 있는 혐오 정서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리 대학 김경연(국어국문학) 교수에 따르면 성차별 감수성이 낮았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노골적인 성차별적 발언과 행위는 개선됐으나 혐오 정서는 여전하다. 김 교수는 “노골적인 성차별은 개선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형태로의 성차별이 최근에도 지속됐고, 페미니즘이 ‘리부트’되며 성별에 따른 혐오 정서도 만연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로부터 들어온 성차별적 인식과 학습된 상실감에 의해 갈등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토론하는 장을 만들어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극복하기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 또한 성평등을 위한 적극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헌 씨는 “대학에 온 이후 친밀한 남성 동기라도 젠더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어려웠고, 실제로 얘기도 거의 안 해봤다”며 “그런데 막상 같은 과 여성학우와 젠더 이슈에 관한 원만한 대화를 한 적이 있었고, 이 점에서 면대면 토론과 담론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