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과방 12개 개편 추진에
-학생들, 일방적 통보라며 분노
-행정실 "학생회 동의해 이상 無"
-학생회들 "형식적 절차 불과했다"
우리 대학 인문대학이 학생 자치 기구의 핵심 공간인 ‘과방’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인문대가 뒤늦게 나서 관련 자료를 배포했지만 학생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안이라며 불만을 표한다. 한편 과방 개편에 대한 긍정 여론도 있어 과방 개편을 둘러싼 후폭풍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인문대는 ‘디지털 인문학 복합러닝커먼스’ 사업의 일환으로 인문관 지하 1층을 학습 공유공간인 ‘복합러닝커먼스’로 재구성한다. 인문관 지하 1층에 있는 단과대 학생회실과 12개 학과 과방을 다른 장소로 옮기고, 벽을 허물어 하나의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여름방학 착공해 다음 학기 이용을 목표로 한다.
인문대 행정실에 따르면 단과대 학생회실과 학과 과방은 각각 △문창회관(402-2호)과 △인문관 진현재실 △인문대 행정실 창고 등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특히 △인문관 진현재실 △인문대 행정실 창고는 6개의 공간으로 재구성돼 2개 학과가 한 공간을 쓰게 된다. 같은 학과 학생들이 한 공간을 사용하는 기존의 이용 방식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행정실 측은 “인문관 내 ‘길도(틈새 학습공간)’ 외 학생들의 학습 및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교수들의 건의가 있어 이를 해결하고자 공사를 결정했다”며 “학생회실 공간이 넓고 활용하기 좋다고 판단해 학생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학생 공론화 과정이 부실했다고 주장한다. 학생 자치 기구의 핵심 공간인 과방이 개편되는 만큼 ‘학생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복수의 학생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인문대학 단과대학운영위원회(단운위)’에서 학생회 임원들은 과방 철거에 대해 반발했다. 이에 지난 1월 2일 인문대 학장 및 행정실 인사들과 학생회 사이의 간담회가 마련됐으나, 현장에 참석한 학생회 임원은 인문대학 단운위 26명 중 7명에 불과했다. 학생회 임원 A 씨는 “당시 간담회가 급박하게 추진돼 시간 가능한 사람만 참석해달라고 했다”며 “대부분의 학생회 임원은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간담회에서도 학생회의 의견 수렴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석한 학생회 임원 대다수는 행정실 관계자가 ‘이미 공사 관련 예산을 받았기에 이달 20일까지 안 쓰면 반납 해야 한다’, ‘오늘 안에 결판을 짓고 싶다’며 대답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참석자 B 씨는 “(학생들의 동의를 받았다는) 구실을 만들기 위한 느낌이었다”며 “동의를 유도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운위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위한 네이버 폼 조사’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개진됐으나 이 역시 행정실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반면 인문대 행정실 측의 입장은 다르다. 행정실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학생 대표들이 후배들한테 더 나은 공간 제공을 위해 동의했다”며 학생회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격적인 설계 및 추진은 간담회 이후 진행했기에 절차상 학생들의 의견 없이 진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안건에 동의한 간담회 참석자 C 씨는 “더 이상의 내용 진전이 없을 것 같아 동의는 했다”며 “학생 의견의 적극적인 반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학생회 의견 수렴 시기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있다. 논의가 진행된 당시 학생회는 2024학년도 학생회에서 지난해 12월 선출된 2025학년도 학생회로 교체되는 중이었다. 학생회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 학생 의견 수렴을 본격화하기에 어려웠단 것이다. 여기에 인문대학 학생회가 선거 무산으로 구성되지 못해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까지 두 차례나 바뀌어 대행하는 등 실질적인 학생회 구심점이 부재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세부 공사 논의를 위한 TF 운영 역시 부실한 정황이 포착된다. 인문대 행정실에 의해 추진된 ‘학생회실 공간 개선 TF’에는 지원자가 없어, 학생회 임원을 대상으로 무작위 선출로 구성됐다. 지난 2월 만난 TF 관계자는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다들 의욕이 없어 보였다”며 “사업 시작 자체가 통보 같았으며 리모델링과 내부환경에 대해서라도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안이 인문대학 학생사회에 알려지게 된 건 최근 일반 학생들에 의해서였다. 지난 3월 19일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인문대학 학생회실(과방)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인문관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인문대학이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압박을 주어 졸속 통과했으며 △이를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날 인문대학 일반 학생이 주도해 인문대학 학생 1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3월 21일에는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실 축소·이전 계획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성돼, 3월 25일에는 △학과마다 하나의 공간을 배정할 것 △인문대학 학생 총 투표에 부칠 것 등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인문관 내에 게시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문대학 행정실은 ‘인문대학 학생 공간 확대 개편 계획’을 배포해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계획안엔 △공간 현황 △추진 경과 △향후 계획 등이 담겼다. 인문대 행정실 측은 “사업에 대한 동의는 이미 받았기에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며 “진행 여부에 대한 의견은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 리모델링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은 지속해서 받을 계획이며, 학생회를 통한 전달 혹은 추후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학생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오늘(28일) 보궐선거로 인문대학 학생회가 새 학생회 인원으로 구성되면 향후 학생 대표 교체 과정에서 관련 학생사회 의견이 개진될 가능성도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사에 언급되고 외부에 공개된 '인문대학 학생 공간 확대 개편 계획’(인문대 행정실 배포)과 '부산대 인문대학 학생회실 축소·이전 계획 진상규명위원회 대자보 전문'(학생 배포)을 게재합니다. (15:30 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