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토박이 기자가 추천하는
-반나절 만에 즐기는 부산 여행 코스
-초량 이바구길부터 용두산공원까지
부산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이번 Around Us에서는 단 10시간 내로 부산을 깊이 있게 즐기는 법을 준비했다. 22년 동안 부산에 거주한 기자가 직접 발로 뛰며 경험하고 보증하는 이 코스는 부산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옛 도심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관광객들이 흔히 찾는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매우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며 형성된 부산의 역사적 깊이와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장소들을 골랐다. 오전 10시에 부산대역에서 출발해 △초량 이바구길 △황해면옥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근현대역사관을 돈 후 용두산공원에서 부산의 야경을 마주하면,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부산의 진짜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초량 이바구길(10:00)
부산대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약 25분 걸려 도착한 동구의 초량동. 이곳에는 50~60년대 부산항 개항부터 해방 후 6·25전쟁, 70~80년대 경제 성장의 흔적까지 모두 담고 있는 초량 이바구길이 있다. ‘이바구’라는 단어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이다. 지명처럼 이바구길은 부산 사람들이 거리에서 겪어낸 세월의 아픔과 기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산항 맞은편, 산 중턱에 형성된 초량 이바구길은 △부산 최초의 근대식 물류창고였던 남선창고 △피란민들의 설움이 배어있는 168계단 △부산에서 최초로 건립된 개인 종합 병원인 (구) 백제병원 △담장갤러리 △유치환의 우체통 등 약 1.5km 코스로 구성돼있다. 골목 곳곳에 남아 있는 옛 건축물과 전시관, 그리고 김민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동구, 중구 일대와 부산항, 영도 일대까지.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부산의 과거를 체험할 수 있다.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산복도로 생활자료관인 이바구 공작소를 만날 수 있다. 산의 중턱을 가로질러 길을 냈다고 해서 산복도로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해방의 역사 △한국전쟁 △월남 파병에 이르는 역사를 간직한 산복도로 이야기를 사진, 전시, 그림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과거 수많은 이들이 이 산복도로에서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삶을 이어왔으며, 오늘날에도 그 삶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1층에는 옛날 교복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대여료는 2,000원으로 주위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다 보면 과거로 여행을 떠난 듯한 감상을 느끼게 해준다.
◼황해면옥(13:00)
직접 거리를 거닐며 옛 부산을 체험했다면 이제는 부산의 맛을 경험할 차례다. 부산의 향토 음식 중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단언컨대 소나 돼지 등의 뼈를 고아 우려 만든 육수에 면을 말아서 먹는 밀면일 것이다. 밀면의 근원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950년대 초반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구호 물품인 밀가루를 활용하여 냉면을 만들어 먹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깡통시장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밀면 가게인 황해면옥으로 이동하기 위해 초량 이바구길 근처 부산역 정류장에서 81번 버스를 타고 약 25분 동안 이동한 뒤, 보수사거리 정류장에 하차했다. 황해면옥은 60년 역사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SBS '생활의 달인'에도 소개되어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다. 메인 메뉴인 밀면은 7,500원, 밀비빔은 8,000원이다. 이외에도 육개장이나 만두 등 다른 메뉴들이 구비되어 있다.
주문하여 나온 밀비빔은 한눈에 보기에도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쫄깃한 면과 매콤새콤한 양념장, 부드러운 고기와 아삭한 고명이 조화를 이루며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보수동 책방골목(14:00)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도보로 약 8분 동안 걸어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이동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함경북도에서 피난 온 부부가 최초로 헌 잡지를 팔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전후 60·70년대에는 책방 70여 점포가 들어서 명소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현재 책방골목에는 약 27개의 서점이 다양한 장르의 헌책을 판매하고 있다. 중고 서적은 40~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고, 새 책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책방골목의 매력 중 하나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들어서면 수많은 책이 가게 앞에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골목 사이에 촘촘히 위치한 서점들과 세월이 느껴지는 책더미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옛 감성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새 책을 구매할 때 느끼는 감동도 물론 특별하지만, 헌책들 속에서 우연히 보물 같은 책을 찾아내는 것 또한 소중한 경험이 된다.
헌책의 매력과 골목 감성을 충분히 느꼈다면 책방골목 근처에 위치한 북 카페인 '아테네 학당'이나 '우리글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 책들이 빚어내는 독특한 향기와 따스한 카페의 조명 아래에서 잠시 일상을 벗어나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부산근현대역사관(16:00)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나와, 남포역 방향으로 약 9분 동안 걸어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이동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시기 건축물인 부산근대역사관(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미국문화원)과 옛 한국은행 부산지점의 건물을 살려 만들어진 장소다. 과거 역사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이 건물들은 현재 부산의 근현대사를 전시하는 역사관으로 탈바꿈하여 최초의 개항지이었던 부산의 과거 모습들을 시민들에게 생생히 전하고 있다.
본관에 위치한 제1전시실에서는 1876년 개항기부터 1945년 광복까지의 근대역사, 제2전시실에서는 1945년 광복 이후부터 1995년 광역시 이전까지의 역사를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본관 1층에는 한국은행이었던 과거의 컨셉을 살린 카페 '까사 부사노'가 위치해있으니, 전시를 둘러보고 난 뒤 여유롭게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본관 옆에 위치한 별관은 도서관과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입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입장료는 무료다. 또한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니 일정에 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용두산 공원(18:30)
하루를 마무리할 장소로는 용두산 공원이 제격이다.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출발해 여러 가지 볼거리가 즐비해 있는 남포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용두산 공원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도착하게 된다. 걸어서 가도 부담 없는 거리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단 남포동의 정취를 느껴볼 겸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용두산은 부산의 3대 명산 중 하나로, 이곳에 위치한 부산타워에서는 부산의 야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한 △부산타워 △종각 프로젝션맵핑 △팔각정 △충무공동상 △벽천폭포 △미디어월 등 다양한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부산타워는 부산의 야경을 한눈에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특히 부산타워 전망대에서는 도심 건물들이 내는 불빛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부산항과 자갈치시장 너머로 반짝이는 바다까지 감상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지만 입장 마감은 오후 9시 30분이니 야경을 감상할 방문객들은 시간에 맞춰 방문해 야경을 즐길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