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구소 정기콜로키움에
-'영화와 드라마' 차이 주제로
-연출자가 겪는 고민 공유해
“영화와 드라마는 다르지만, 마냥 다르다고만 할 순 없어요. 그 ‘중간’ 어딘가를 탐색하는 거죠.”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도윤 감독이 우리 대학을 찾아 OTT 플랫폼 확산의 시대에 연출자가 겪는 고민을 공유했다.
어제(10일) 오후 우리 대학 영화연구소는 예술관 효원예술극장에서 ‘영화연구소 정기 콜로키움 CINE-NETWORK ON’를 열었다. 이 자리에 초청된 이도윤 감독은 ‘영화와 드라마 사이, 그 어딘가’를 주제로 강단에 섰다. 이 감독은 한양대 영화과를 졸업한 후 2006년 부산 아시아 단편영화제에서 <우리. 여행자들>로 ‘삼성르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2014년 상업영화 <좋은 친구들>로 데뷔한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로 OTT 연출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이 감독은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를 ‘몰입 방식’에서 찾았다. 영화 관객은 연출자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만, 드라마는 더 일상적이고 분산된 몰입 속에서 소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빨래를 하면서도, 요리하면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시각을 소개하며, OTT 콘텐츠의 제작 환경이 감독의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영화는 장소 섭외와 대본 작성 등이 모두 완료되어야 제작이 시작되는 반면 드라마는 대본과 동시에 제작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작가의 영향력이 크다. 이 감독은 “(드라마) 연출자는 창작자라기보다 균형을 맞추는 조율자”라며 “작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플랫폼과 작가, 관객의 요구를 조율하는 역할에 가깝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감독은 연출자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로 ‘플랫폼’을 꼽았다. 콘텐츠의 유통 방식이 곧 이야기 구조와 연출 문법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TV, OTT, 극장 중 어디서 상영될 것인지에 따라 연출 방식은 달라진다”며 “넷플릭스처럼 전편이 한꺼번에 공개되는 플랫폼과 주 1회 방영되는 채널은 호흡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OTT 콘텐츠의 성공 여부는 ‘어디에서 소비되는지’에 대한 이해에서 갈린다는 것이 이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영화가 극장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감독과 집중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감독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플랫폼과 시청자 인식의 접점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지점을 ‘중간’이라 표현했다. 영화도 아니고, 전통적 드라마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시청자와의 접점을 끌어내는 모호한 창작이 지금 연출자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며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전할지 고민하는 건 영화든 드라마든 똑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최근 영상업계에 접목되는 AI 기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스태프들이 석 달간 40억 원을 들여 찍어야 하는 것을 AI는 반나절 만에 만드는 시대가 왔다”며 기술 변화의 속도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토리도 이제는 AI가 짜주는 시대”라며 “현재 준비 중인 다음 작품에서는 실제 촬영을 40% 정도만 진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CG와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AI 시대에서 연출자가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콘티와 비전을 갖춘 창작자만이 기술과 공존할 수 있다는 말 역시 덧붙였다.
끝으로 이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년을 위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작품을 사랑해 주는 분들이 생긴다는 건 감독한테 엄청난 축복”이라며 “예술을 하는 것도 좋은 길이지만, 그건 관객과 나누었을 때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이야기를 통해 누구와 소통하고 싶은지를 항상 고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