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학, 도종환 시인 초청해
-'시에게 길을 묻다' 특강 열어
-시대상의 변화, 시 통해 고찰
-"담쟁이처럼 희망 잃지 말길"

“길은 밖으로만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도 나 있다.” 도종환 시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속 지쳐만 가는 현대인에게 시와 문학이 인간의 내면을 지키는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지난 4월 30일 우리 대학 대학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강연 중인 도종환 시인. [임승하 기자]
지난 4월 30일 우리 대학 대학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강연 중인 도종환 시인. [임승하 기자]

우리 대학 사범대학은 지난 4월 30일 대학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시에게 길을 묻다' 특강을 열었다. 대표적인 한국 현대 시인이자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도종환 시인이 강단에 섰다. 그는 정치·문학·교육의 접점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다. 사범대학에 따르면 사범대학 김홍수(윤리교육) 학장이 직접 기획·섭외했다. 도 시인은 약 2시간가량 시(詩) 구절을 예시로 들며 강연을 이어갔다. 

강의 시작과 함께 도 시인은 지금 시대가 삶의 방향을 묻지 않은 채 속도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 속 시를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되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영국 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의 시 <이것이 무슨 인생인가>의 구절 ‘근심으로 가득 차 /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 이것이 무슨 인생인가’를 인용하며 “머릿속에 근심이 가득 차 아름다운 숲도, 시냇물도, 다정한 눈길도 우리에겐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 ‘멈춤의 언어’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시인은 “빠르게 흐르는 삶을 의심하고 삶의 방향을 되물어야 한다”며 “잠시 멈춰 시를 읽고 쓰는 과정이 결국 삶을 묻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인의 근심이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진단했다. 도 시인은 “고등학생 때는 대학생이 되면,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만 하면 모든 걱정이 사라질 줄 알았지만 새로운 불안과 근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살아 있는 한 삶은 언제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함께 흘러간다”고 말했다. 동시에 해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 시인 타고르의 연작시 <기탄잘리>의 ‘삶이 우아함을 잃었을 때 / 샘솟는 노래와 함께 오소서’라는 구절을 인용해 “문학은 고통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름답다’의 ‘아름’은 곧 ‘나’라는 뜻”이라며 “근심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세가 곧 아름답게 살아가는 법”이라고 전했다. 

도 시인은 이 시대를 가장 어둡고 살벌한 시간, 즉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이라 빗대어 표현했다. 그는 “확신이 불신으로 이어지고 단언이 혐오로 번지게 된다”며 “지혜 없는 용기와 절제 없는 언어가 우리 사회를 거칠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기에 더욱 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탄잘리>의 또 다른 구절 ‘마음이 메말랐을 때 / 자비의 소나기와 함께 나에게 오소서’를 인용해 좋은 시와 좋은 문장, 철학적인 언어들이 영혼에 물을 준다고 말했다. 도 시인은 “우리의 영혼도 물을 주지 않으면 메마르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도종환 시인은 자신의 대표작 <담쟁이>를 통해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전했다. 시 구절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는 말했다 / … /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 바로 절망을 잡고 놓지 아니한다’를 인용하며 “담쟁이는 절망의 벽 앞에서도 묵묵히 한 뼘씩 자라며 끝내 그 벽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살다 보면 누구나 차별이나 편견 등의 절망의 벽을 만나게 된다”며 “벽 앞에서 원망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담쟁이처럼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비옥한 흙도, 따뜻한 햇살도 없는 콘크리트 벽에서 살아가는 담쟁이의 모습을 통해 “조건이 나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태도를 전했다.

강연 내내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이어졌음에도, 도종환 시인의 강연은 현장에 참석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강연이 종료된 후에도 참석자들은 직접 시인에 질문을 건네며 답변을 구하기도 했다. 우리 대학 재학생 김주난(국어국문학, 23) 씨는 “평소 좋아하던 시인의 강연을 들을 수 있어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점점 문명화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잃지 않아야 할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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